[제4차 옐로저널리즘 보고서①] 저질·부실 보도는 여전하다
[제4차 옐로저널리즘 보고서①] 저질·부실 보도는 여전하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1.12.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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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심의기구 3개 강령 바탕으로 기준 재정립, 2020년 11월~2021년 10월 심의결과 전수조사
‘문제적 보도’는 총 6691건, 온라인 매체 4456건으로 불명예 비중 압도적
전통적 옐로저널리즘서 탈피했지만 새로운 행태 표출…‘무분별한 베껴쓰기’, 짜깁기 행태 심각

[더피알=문용필 기자] 지난 2016년 7월 더피알은 새로운 기획기사를 선보였다. 이른바 ‘옐로저널리즘(Yellow Journalism) 실태보고서’다. 옐로저널리즘의 개념을 정리하고 국내 언론계에서 ‘질 낮은 보도’가 얼마나 횡행하고 있는지를 수치화해 보여주자는 의도였다. 감시 행위를 통해 언론의 문제적 기사로 피해를 입거나 고통받는 실사례를 줄이는 데 일조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어느 분야나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존재하는 법. 옐로저널리즘 또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이 사실이다. 언론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 시작된 개념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론지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보단 ‘그들만의 리그’였다. 같은 언론필드라고 해도 수요와 공급이 다르다는 뜻이다. 과거엔 한국 언론계에도 적용됐던 이야기다.

그런데 온라인과 모바일이 뉴스콘텐츠 소비의 주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포털이 유통구조를 장악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온라인 매체들이 나오면서 ‘정파’와 ‘사파’에 관계없이 클릭 수 유도를 위해 정론과 가십(gossip)이 뒤엉키는 형태가 만들어졌다.

물론 언론을 바라보는 뉴스소비자들의 눈높이가 업그레이드되면서 선정성과 자극성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옐로저널리즘에서 요즘은 상당 부분 탈피하긴 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새로운 옐로저널리즘 행태로 다시 채워지고 있다. 4번째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기존에 적용해왔던 기준을 수정해야 했던 이유다.

이와 관련, 저널리즘 전문가인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단순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뿐 아니라 낚시성 제목, 뉴스 어뷰징, 기사 베끼기 등 다양한 형태로 옐로저널리즘의 모습이 확장되고 있다”며 “수익성 추구를 위해 보이는 언론들의 과도한 보도행태를 과거에 비해 넓은 기준으로 포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온라인 뉴스의 수익이 클릭을 통해 이뤄지는 시대엔 옐로저널리즘의 양상이 더욱 다양하고 교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조회수 많은 기사가 중요해지면서 정상적인 취재 활동과 검증 작업을 거쳐 작성된 기사들은 보기 힘든 시대가 됐다. 얼마나 믿을만한 정보인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맥락을 제공하는 정보인지 보다는 클릭을 부르느냐의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분류기준

과거 보고서에서 적용해왔던 옐로저널리즘의 분류기준은 크게 △자극적 헤드라인 △인격권 훼손 △인간성 훼손 △외설적 콘텐츠 △보편적 가치 훼손 △신뢰성 회복 등 6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리포트에선 신문윤리위원회와 인터넷신문위원회,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언론 심의기구 3개의 강령 등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준을 해체, 재정립했다. 제목은 ‘옐로저널리즘 보고서’이지만 단순히 황색보도에 대한 문제점 지적에서 벗어나 잘못된 보도행태를 폭넓게 다뤄보고자 했다.

김위근 퍼블리시 CRO(최고연구책임자, 前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는 “선정적이고 편향적인 기사를 통해 관심을 자극해 이용을 확보한다는 옐로저널리즘의 오래된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선택을 받기 위한 자극의 강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당연히 옐로저널리즘으로 불릴 수 있는 범위나 영역이 확대되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새로운 용어가 나타나지 않는 한 옐로저널리즘이라는 전통적 표현은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롭게 달라진 기준을 보면 우선 선정성과 자극성에 초점을 맞췄던 ‘자극적 헤드라인’이라는 대분류를 ‘부적절한 제목’으로 바꾸고 왜곡과 차별, 비속적 표현, 자살·선거방송 보도준칙 위반 등을 포함시켰다. 기존 ‘인격권 훼손’ 기준에 들어있던 ‘명예훼손’은 ‘반론보도 부족’ ‘한 쪽의 주장 보도’ 등과 함께 ‘편파보도’로 분류했다.

‘왜곡보도’ 분류는 기존의 ‘신뢰성 훼손’을 좀 더 구체화했는데 ‘편견 조장, 사실과 의견 구분 불명확’ ‘선거 여론조사 준칙 위반’ ‘허위과장 보도’ 등을 포함했다. 여기에 ‘광고성 기사·편집’과 ‘정정보도 미흡’을 넣었다.

‘개인 존엄성 가치 훼손’에는 ‘보도대상자·취재원 사생활 보호 부족’과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우려’ ‘재난 피해자 혹은 피해자에 대한 인권 침해’ 항목을 새로 넣었다. 옐로저널리즘의 전통적 양태인 ‘선정적 보도’ 분류는 기존의 ‘외설적 콘텐츠’와 ‘보편적 가치훼손’을 섞었다. ‘사회적 가치 훼손’ 분류엔 ‘특정인·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비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 혹은 차별 조장’ ‘집단 간 갈등 혹은 혐오 조장’ ‘자살보도 준칙 위반’이 세부항목이며 ‘저작권 침해’ 분류는 언론사와 온라인 게시물로 세분화했다. 표절은 물론 출처 표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케이스도 포함했다.

데이터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간 신문윤리위와 인터넷신문위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인터넷신문위 데이터는 이번 리포트에 처음 포함됐다. 다만, 방심위 심의결과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누락돼 있는데 5기 출범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매체별 분류는 전통적인 방식을 따랐다. 중앙지로 분류되는 종합일간지 및 경제지, 지역일간지, 스포츠지, 영자지, 전문지, 뉴스통신사로 나눴다. 신문윤리위의 온라인 심의도 각 신문 카테고리에 맞는 매체별로 분류했다. ‘언론사 닷컴’의 경우 별개 매체로 볼 수도 있지만 해당 종이신문의 온라인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게 봤다.

인터넷신문위 심의는 모두 ‘온라인’ 카테고리로 합산했다. 매체 수가 많은 데다가 성격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 다만, 신문윤리위와 중복 심의를 받는 언론사는 종이신문 중심의 카테고리로 합산했으며 뉴스통신을 표방하는 매체도 해당 범주에 포함했다. 방심위 심의는 지상파와 종합편성, 보도 전문으로 분류했으며 뉴스는 물론 시사 프로그램도 포함했다.

1개 보도에서 복수의 문제점이 나타나거나, 제목과 본문에서 각각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엔, 모두 개별적인 데이터로 봤다. 타사의 잘못된 보도를 인용, 혹은 전재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제적 보도 총 6691건, ‘베껴쓰기’ 41%

데이터 분석 결과 나타난 ‘문제적 보도’는 총 6691건으로 집계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별도의 카테고리 분류가 없었고 범위가 넓은 온라인 매체가 가장 많은 건수(4456건)를 기록했다. 신문‧뉴스통신은 2186건, 6개월 간의 심의 결과가 반영되지 못한 방송은 총 49건이었다.

신문·뉴스통신에선 경제지가 가장 많은 건수(828건)을 기록했으며 중앙지(623건), 뉴스통신(300건), 지역지(243건), 전문지(116건), 스포츠지(72건) 순이었다. 방송에선 종편이 2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지상파(17건)과 보도전문채널(8건)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엿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매체들의 ‘무분별한 베껴쓰기’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점이다. 정확한 출처명시 없이 타 언론사 기사를 인용하거나 표절하는 케이스가 2361건으로 전체의 35%를 넘어섰다. 특히 온라인 매체의 경우엔 1836건에 달하는 베끼기 보도가 관찰됐다. 신문·뉴스통신은 525건이었는데 경제지가 183건이었으며 중앙지는 133건이었다. 언론계가 제대로 반성해야 할 지점이다. 

▷관련기사: 남의 단독보도 어물쩍 받아쓴 언론들 ‘주의’

다만 질적인 차이는 있었다. 전통신문과 통신사들의 경우엔 상당수가 ‘정확한 언론사명’을 출처로 입력하지 않고 ‘한 매체에 따르면’ ‘모 매체에 따르면’ 같은 방식으로 표기해 지적을 받았는데 온라인매체들은 그 정도가 심각해서 아예 타사 기사를 살짝만 수정한 채 자사 기자 바이라인으로 쓰거나, 2개 이상의 기사를 짜깁기하는 비양심도 자행했다.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았는데, 특히 연합뉴스 등 뉴스통신사들의 보도가 주로 베끼기 대상이 됐다.

특이하게 뉴스통신사도 66건의 베껴쓰기 행태가 관찰됐는데 업계의 ‘빅3’로 불리는 연합뉴스와 뉴시스, 뉴스1이 아닌 소규모 매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즉, 뉴스도매상으로서의 원래 기능을 하지 못함에도 ‘무늬만’ 뉴스통신인 온라인 매체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행태는 여전히 상당수의 언론사와 기자들이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용보도에서 원출처 언론사 이름을 정확히 언급하지 않는 건 과거에는 비일비재했던 일이다. 외신이 아니라면 언론사가 타사 보도를 인용한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작권과 지적재산권이 날로 강화되는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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