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OO’ 브랜드 공간이 소비자 발길을 붙잡는 법
‘BECOME OO’ 브랜드 공간이 소비자 발길을 붙잡는 법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1.04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업인 콘셉트로 몰입도 높이는 팝업스토어들
모베러웍스-SKT 합작한 F.Y.I 오피스, 인턴 콘셉트로 미션 수행
오아이오아이 디자인랩, 디자이너 체험으로 나만의 의류 굿즈 제작
F.Y.I 오피스(왼쪽)과 오아이오아이 디자인랩 입구. 한나라 기자

[더피알=한나라 기자] 소위 ‘인증샷’이 잘 나온다는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들이 복제된 듯 찍혀져 나온다. 비비드한 포토존과 뉴트로풍 인테리어, 친환경 제품, 연말에 번쩍이는 미디어 파사드. 브랜드 팝업스토어 등 최근 SNS ‘핫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핫플의 요건만 갖춘다고 해서 브랜드 공간이 제 기능을 다 하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공간은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브랜드 이미지와 어울리는 콘셉트를 활용해 적절한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말 종료된 두 곳의 팝업스토어는 이 규칙을 충실하게 따랐다. 두 장소를 방문한 고객들은 각각 ‘인턴’과 ‘디자이너’가 됐다. 모베러웍스와 SK텔레콤(이하 SKT)의 합작 팝업스토어 F.Y.I 오피스, 그리고 브랜드 창립 10주년을 맞아 마련된 오아이오아이(O!Oi) 디자인 랩에 대한 이야기다.

힙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브랜드, 힙한 인턴 오피스 꾸미다

F.Y.I 오피스는 12월 18일부터 31일까지 T팩토리에서 진행됐다. 정식 명칭은 ‘For Your Internship (당신의 인턴십을 위하여)’. 이름부터 인턴십 프로그램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모베러웍스의 캐릭터들로 꾸며진 ‘힙한’ 오피스에 인턴으로 입사해 굿즈 만들기와 SNS 인증 등의 미션을 완료해야만 수료증을 받는다는 콘셉트다. 

모베러웍스 굿즈로 꾸며진 포토존.

SKT의 1020 타깃 브랜드 ‘0(Young)’과 아이폰 13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모베러웍스만을 전면에 내세웠다. 힙한 오피스에서 ‘인턴’이 되는 과정을 통해 두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하려는 의도다. 

입구부터 세계관에 진심이다. 오피스에 입장하려면 ‘나’에 대해 묻는 질문들로 구성된 입사 지원서를 작성해야 했다. 자신을 대신할 아바타를 고르고 입사 시점와 원하는 부서, 본인을 대표하는 i로 시작하는 단어를 적어낸 뒤에야 인턴 명찰을 받을 수 있었다.

입구에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해야했다.

오피스에 입장하면 인턴 수료를 위한 미션이 주어진다. 실크스크린 기술을 이용한 파우치 디자인을 직접 고르고, 비즈 공예로 휴대폰 핸드스트랩을 만들었다. 스티커와 엽서도 ‘갖고 싶은 만큼 잔뜩 챙긴 뒤에야’ 보스에게 인턴십 허가 도장을 받아냈다.

사실 순서가 밀려 10분쯤 대기 중이었는데, 직원 한 명이 슥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오래 기다렸으니 자신의 직권을 남용(?)해 비밀리에 인턴십을 수료시켜준단다.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하라며 너스레를 떠는 직원은 인턴 지원서에 승인 도장을 쾅 찍어줬다. 수료 인정을 받는 순간 전 직원들이 거센 박수를 쳐줬다.

직원들의 높은 텐션과 꾸미기, 만들기에 진심인 연출은 모두 Z세대가 좋아하는 요소였다. 특이점은 미션을 수행할 때에도 모베러웍스 외에 다른 브랜드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핸드스트랩을 사용하는 케이스의 모델이 아이폰13이라는 점, 실크스크린으로 파우치에 새겨지는 일부 디자인에서만 ‘0(Young)’의 로고를 볼 수 있다는 점 외에는 직접적으로 두 브랜드가 언급되지는 않았다. 

비즈 스트랩을 건 아이폰 13 케이스들.

자신의 취향과 의견을 지속적으로 묻는 팝업스토어의 구성은 ‘의미를 추구하며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워커들의 위한 브랜드’라는 모베러웍스의 지향점과 일치했다. F.Y.I 오피스에 방문한 대학생 지현서씨는 “입장할 때부터 나를 표현하는 단어, 아바타, 일하고 싶은 부서 등의 질문을 계속 받으니 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게 됐다. 공간 자체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어 계속 머물고 싶다”는 소감을 말했다.

내가 직접 디자이너 되어, 디자인부터 패킹까지 굿즈 수작업

오아이오아이(O!Oi) 디자인랩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진행됐다.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할 수 있는 공간과 물류 과정을 체험하는 패킹룸, 룩북 촬영 공간 등이 있다. 방문객들은 입장 시부터 ‘디자이너’란 명칭으로 불리며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맞춤형 후드를 만들 수 있는 오아이오아이 디자인랩.

사전 예약을 한 방문객들에 한해 본인이 원하는 글자를 후드 티셔츠에 프린트하는 체험이 진행된다. 사이즈를 고르고, 간단한 디자인 및 인쇄 작업을 거친 뒤 직접 포장해 집으로 택배를 부친다. 이외에도 룩북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가 있고, 기프트샵에서는 오아이오아이 브랜드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아카이빙 책자, 1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의류들을 구매할 수 있다.

‘전시’라는 콘셉트답게 도슨트 안내도 매시간 준비돼 있었다. ‘디자이너’가 된 이용객들은 태블릿 앞에서 본인이 원하는 문구를 입력했다. 한 가지 색상과 6글자 정도로 배치로 제한된 선택지 덕에 사람들과 함께 어떤 문구를 찍어낼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도안을 완성하니 견적서 형태로 프린트 돼 나왔다.

원하는 문구를 인쇄해 집으로 배송할 수 있다.

프레스 기기가 배치된 공간으로 견적서를 넘기니 직원들이 이에 따라 옷에 문구를 찍어내기 시작했다. 열을 식히고, 필름지를 뗐다. 디자인된 문구가 선명하게 찍힌 옷을 들고 그대로 패킹룸으로 향했다. 옷을 포장하고 택배를 받을 주소를 송장에 써넣으면 옷들은 다음날 집 앞으로 배달된다고 했다. 디자인부터 물류 작업까지 간소화된 버전으로 체험하며 본인만의 굿즈를 만드는 시스템이다.

디테일하게 꾸며진 디자이너의 방.

평소 오아이오아이 브랜드를 즐겨 입는다는 디자이너 지망생 장성윤씨는 “디자이너의 방이나 스와치(천 샘플)등의 연출이 정말 리얼하다. 패션학도로서 10주년을 맞은 회사가 디자이너 지망생들에게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기쁘고, 소비자로서도 재미있는 체험이 된 것 같다”면서도 “디자인 작업 시에 글자 스타일이나 색 등을 더 다양하게 고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