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신년사에 ‘실패’가 등장한 배경은?
2022년 신년사에 ‘실패’가 등장한 배경은?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2.01.03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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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구조·공급망 재편…불확실성 속 신사업 찾기
롯데-신세계 ‘도전’ 강조하며 같은 인용구 사용
비대면 환경 속 메타버스·영상·이메일 신년사 등장
(왼쪽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왼쪽부터)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구광모 LG그룹 대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더피알=안선혜 기자] 올해 주요 기업들의 신년사에서는 다른 해와 달리 ‘실패 용인’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팬데믹과 디지털 전환 과제, 산업 구조의 변화 앞에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도전’이라는 가치가 주요 아젠다로 떠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실패를 용인하고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포용과 존중의 조직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가운데, 롯데그룹에서도 “실패에서 교훈을 찾아 계속 도전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매년 화두가 되는 ‘고객’은 올해 신년사들에서도 주요하게 언급됐다.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경험적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친환경’ ‘ESG’ ‘기업(조직)문화’도 올해 두드러진 키워드였다.

형식에 있어서는 비대면 환경 속에서 메타버스와 랜선 라이브 송출, 영상·이메일 메시지가 두루 사용됐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명의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전사업장에 생중계됐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술 변혁기에 글로벌 1등으로 대전환을 이루었듯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통해 사업의 품격을 높여 나가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부사장 이하 직급을 부사장-상무 2단계로 단순화하고, 직급 표기를 없애는 등 내부 문화 개선에 한창이다. 이를 반영하듯 조직 문화에 대한 강조도 여러번 등장했다.

▷관련기사 : 삼성전자, 직급 없애고 거점 오피스 연다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받고 누구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민첩한 문화로 바꾸어 가자. 

실패를 용인하며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포용과 존중의 조직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제품, 조직간 경계를 넘어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꿀 수 있도록 존중의 언어와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새로운 문화를 리더부터 변하여 함께 만들어 나가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화두도 빠지지 않았다.

회사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준법의식을 체질화해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ESG를 선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메타버스에서 신년회를 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메타버스에서 신년회를 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 구축한 ‘메타버스’에서 신년회를 열었다. 임직원을 위한 메타버스 ‘현대차그룹 파크(HMG Park)’에서 전세계 임직원들이 자신만의 아바타로 새해 인사를 나눴다.

정의선 회장은 이곳에 마련된 ‘라이브 스테이션’(Live Station) 무대에서 영상을 통해 “고객들이 가장 신뢰하고, 만족하는 ‘친환경 톱 티어(Top Tier) 브랜드’가 되기 위한 기반을 확실하게 다지겠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생산-판매-고객관리의 전 영역에서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이뤄내고, 내외 기업들과 협력해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동화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또 자율주행, 로보틱스,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와 같은 미래사업 영역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강조했다.

현대차 역시 ‘고객’과 ‘기업문화’ ‘ESG에 대한 당부가 이어졌다.

고객존중의 첫걸음은 품질과 안전.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다.

소통과 협력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이 확장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일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경쟁력을 키워내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ESG 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사회와 모범적 소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와 함께하는 주주, 투자자, 지역사회, 고객들과 함께 더 발전된 방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

SK그룹은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위기 등이 중첩된 경영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프런티어’(개척자)가 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신년이 아닌 지난 12월 31일 전체 구성원에 이메일을 통해 전한 신년인사에서 SK의 주요 사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 복판에 서 있는 현실을 언급한 뒤, 과거 경험에 안주하지 말고 (전략적 유연성에 기반해) 창조적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기업의 숙명은 챔피언이 아니라 도전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도 위대한 도전정신으로 미래를 앞서가는 ‘새로운 시간의 프런티어’가 되자.

도전과 함께 친환경과 사회적 지지, 구성원 행복 역시 신년사의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2030년까지 탄소 2억톤을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비즈니스 모델(BM) 혁신을 통해 미래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선도하자는 메시지가 나왔다.

최 회장은 이와 함께 “지난 1년 간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보니 기업이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닿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며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또 “구성원 행복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며 “회사 내 많은 제도를 구성원 행복에 맞게 고쳐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그룹사 중 가장 빨리 신년사를 전달한 LG그룹은 2022년도에도 ‘고객’에 포커스를 맞췄다. 구광모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영상 신년사를 통해 ‘고객 가치 실천’을 강조해왔다.

▷관련기사 : ‘신년사도 젊은 총수답게’…구광모 LG 대표, 시기 앞당기고 MZ 참여시켜

구광모 LG그룹 회장 2022년 신년사 영상.
구광모 LG그룹 대표 2022년 신년사 영상.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사용하기 전과 후의 경험이 달라졌을 때,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을 느꼈을 때 만들어진다.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도 바로 이런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

구 대표는 가치있는 고객 경험을 위한 출발점으로 ▲고객을 구매자가 아닌 사용자로 보고, LG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단계의 여정을 살펴 감동할 수 있는 경험 설계 ▲고객을 더 깊게 이해하고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관계 형성 ▲계속해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제시했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한 포스코그룹은 “올해는 포스코그룹에 있어 새로운 출발의 해로 기억될 것”이라며 ESG 경영에 주목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최정우 회장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지주회사 체제는 그룹차원의 균형 성장(Balanced Growth)을 견인할 가장 효율적인 선진형 기업지배구조 모델”이라며 “지주회사가 중심이 되어 그룹차원의 ESG 경영을 리딩함으로써 기업시민이 지향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더욱 매진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이번 신년사에서 강조된 의제들은 안전과 2050 탄소중립 등이다. 특히 환경 관련 의제에 대한 실행 방향 제시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친환경 제철 기반 완성과 이차전지소재산업의 글로벌 탑티어(Top Tier) 도약, 수소사업 역량 확보, 에너지/건설/인프라 사업의 친환경 전환 등이 강조됐다.

롯데그룹은 ‘도전하는 문화’가 신년사의 주요 화두였다. 신동빈 회장은 도전 과정에서 벌어지는 실패는 얼마든지 용인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했다.

우리가 이뤄낸 성과들은 수많은 도전과 실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혁신을 위한 시도는 미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과거의 성공 방식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이 당연하다.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했던 흔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창조적인 도전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도전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선행과제도 제시됐다. 연공서열, 성별, 지연·학연을 벗어난 ‘성과주의 문화’와 ‘빠르고 정확한 실행력’이 강조됐다.

한화그룹 신년사에서도 ‘도전’은 핵심 메시지였다. 앞으로의 2~3년은 산업 전반의 지형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간이라며,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끄는 ‘가장 한화다운 길’을 걸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의 랜선 신년회
KT의 랜선 신년회 현장. 구현모 대표(오른쪽)와 최장복 노조위원장.

KT는 지난해에 이어 랜선 신년회를 열었다. 구현모 대표와 최장복 노조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신년회로, 자체 개발한 양방향 화상 통신시스템 비즈콜라보를 활용한 온라인 직원 인터뷰로 구성했다.

주요 키워드는 ‘고객’ ‘안전’ ‘미래’ 등으로 사업 근간인 통신기업(Telco) 본질에 집중하자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뉴스룸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처럼 다양한 제스처를 곁들인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 부회장은 “과거의 성공 경험이 미래의 짐이 되지 않도록 열정으로 도전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피보팅 하는 원년”이라 강조했다.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었지만, 그룹 강점인 오프라인 역량과의 결합이 향후 비즈니스 전개 방향성임을 드러냈다.

신세계그룹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디지털 역량과 하나되어 시너지를 창출하면 경쟁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유일무이의 온·오프 완성형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

이와 함께 데이터기반의 의사결정 역량 확보를 당부했다. 국내 대표적 유통기업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올해 동일한 인용구를 신년사 말미에 넣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고의 아이스하키 선수로 꼽히는 웨인 그레츠키의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퍼센트 빗나간다”는 말이 동시에 인용됐다.

CJ그룹은 손경식 회장이 신년사를 전달했다. 역시 격변하는 경영환경에 주목해 대변혁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M&A 등을 철저히 실행하고 신사업 발굴에 주력한다는 점과 함께 ‘조직문화 혁신’도 주요 아젠다로 제시했다. 손 회장은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와 직급에 관계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사내벤처, 사내 독립기업, 스핀오프 등 모든 방안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 전했다.

두산그룹 역시 불확실성 속에서 공격적인 도전 행보를 주문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는 긍정적 마인드로 더욱 공격적으로 나아가자”며 △신사업군의 본격적인 성장 △수소 비즈니스 선도 △혁신적 기술과 제품 개발 △기존 사업의 경쟁우위 통한 시장 선도 등을 올해 주요 실행목표로 제시했다.

효성그룹도 새해가 되기 전 하루 앞당긴 31일 신년사를 전했다. 조현준 회장은 ‘민첩한(Agile) 조직’으로 탈바꿈을 주문했다.

조 회장은 “산업구조와 글로벌 공급망이 전면 개편되고 에너지 혁신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부서간 기민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빠르고,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경영’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직접 현장에 나가 정보를 빠르고 폭넓게 수집, 분석하여 디지털전환(DX)을 이루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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