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주제판, 네이버-언론 ‘공생관계’ 끝나나?
사라진 주제판, 네이버-언론 ‘공생관계’ 끝나나?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2.01.05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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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언론 합작사, 고정 지급 비용 감소·신사업 난항에 난색
12개 법인 당 10여명 인력, 합작사 “직원들의 일자리 위협”
기업 미디어 콘텐츠 노출하던 주요 플랫폼 상실, PR 담당자 대체재 찾기 골몰

[더피알=안선혜 기자] 네이버와 주요 언론사의 ‘공생관계’를 상징하던 네이버 주제판 서비스가 결국 종료되면서 이를 운영하던 합작법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점차 ‘탈(脫)뉴스’를 추구하는 네이버의 행보와 맞물려 언론사의 ‘탈네이버’에도 속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기사: 네이버, 주제판 흔든다

주제판은 네이버에서 이용자가 관심사에 따라 구독 설정을 해 모바일과 PC 메인 화면에서 관련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던 서비스다.

지난 2015년부터 네이버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DBR),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전자신문 등 13개 언론(현재 12개)과 합작사를 세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각사가 주제판 콘텐츠를 생산·배열하고 이를 통해 광고수익도 창출해왔지만, 앞으로 콘텐츠 배열은 네이버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인 맞춤형은 아니고,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MY구독’판(모바일)과 PC 메인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주제판이 사라진 건 이용자들의 유입이 초기 대비 크게 줄어든 때문으로 보인다. 네이버 측은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보다는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성향이 달라졌고, 그간에도 주제판은 계속 합치고 변화해왔다”며 “좋은 콘텐츠는 계속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각 합작사에서 콘텐츠 생산은 계속 맡게 되지만, 언론사와 네이버의 합작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네이버가 언론사와의 여러 제휴 관계에서 발을 빼는 추세인데다, 본사(언론사)에서도 수익이 크게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을 그냥 접을 수 있다.

A 합작사 대표는 “6년 키운 자식인데, 불구 비슷하게 됐다”며 “최선을 다해 신사업을 진행해보겠지만, 현실적·물리적으로 안 되면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개편으로 당장에 각 합작사가 네이버에서 제공받는 운영비에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생산과 주제판 편집 대가로 연 10억원의 비용이 지급됐지만, 여기서 편집에 대한 대가가 빠지게 된다. 이와 함께 주제판에서 운영하던 배너 광고 역시 불가하게 됐다.

각 합작사는 네이버가 지급하는 비용 외에 신사업을 추진해오기도 했지만, 이 또한 주제판에 기반해 확장한 경우가 많다.

B 합작사 대표는 “신사업도 주제판에 기반해서 만들어졌던 것이라 사업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그동안 뽑아놓은 직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각 합작사들에는 현재 평균 1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본지에서 아예 퇴사 후 합작사에 합류하거나 새로 뽑은 신규 인력들은 거취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메인이 되는 플랫폼 없이 콘텐츠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A사 대표는 “네이버 판을 이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출이 이뤄질) 본진에 해당하는 플랫폼이 없다”며 “네이버 관계사로 되어 있다 보니 매체 등록도 할 수 없어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C 관계자는 “백화점(네이버 주제판)에서 장사하다가 변두리로 가야하니 유동 인구(유입 이용자)를 포함해 여러 가지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들이 많다”고 전했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신사업 확장을 통해 탈(脫) 네이버를 구현하려는 일부 움직임도 있다.

D사 대표는 “본지(개별 언론 그룹사) 기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우리는 사람도 더 뽑을 것”이라며 “기존에 하던 신사업을 보다 확장해 자구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제판은 그간 기업 미디어들의 콘텐츠 노출을 위한 주요한 플랫폼으로도 자리해왔다는 측면에서 PR 담당자들에게도 대체재 발굴에 대한 고민을 안기고 있다.

유통사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PR인은 “주제판을 통한 노출 효과가 꽤 컸는데, 이제 새로운 플랫폼을 찾아야 한다”며 “텍스트 기반 스토리를 파급력 있게 전달할 플랫폼이 많지 않은데 고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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