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멸공’논란, 과잉 보도와 잠재적 오너리스크
정용진의 ‘멸공’논란, 과잉 보도와 잠재적 오너리스크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1.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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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시장 상황 공유없이 주가폭락 원인으로 ‘오너리스크’ 지목
오너 SNS 발언은 자유이나 잠재적 리스크 선명
정치적 맥락으로 해석되거나 사내구성원 불만 제기되기도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뉴시스, 화면캡처 

[더피알=한나라 기자]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SNS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일 정 부회장이 개인 인스타그램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은 10일 오전 신세계그룹의 주가가 7%p 가까이 폭락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각에선 오너리스크로 인한 신세계 ‘보이콧’ 설까지 등장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이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는 뉘앙스로 보도했다. 지난해 내내 ‘미안하다 고맙다’, ‘공산당이 싫어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온 정용진 부회장의 오너리스크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정 부회장의 발언으로 인해 주가가 감소됐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세계백화점 홍보팀 관계자는 “주가 감소의 원인은 ‘전반적인 코스피 하락과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전반적인 약세’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하락세인 증시 상황을 배제하더라도 다른 근거는 또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6월과 11월 ‘미안하다 고맙다’ 발언과 ‘공산당 싫어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당시 신세계의 주가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에는 이베이 인수 건으로 인해 오히려 소폭 상승하기도 했다. 언론들의 섣부른 ‘프레임’이 주가 하락과 정 부회장의 SNS 발언 사이에 비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만들어낸 셈이다.

다만 정 부회장의 SNS 활동은 잠재적인 오너리스크를 지니고 있다.

그의 멸공 발언을 두고 중국이나 북한 등을 겨냥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흐름을 겨냥한 듯 윤석열 대선후보나 나경원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은 ‘멸치’와 ‘콩’ 해시태그나 이미지를 게시하며 이른바 ‘멸콩 챌린지’를 진행하기도 했다. 재계 인사의 발언이 정치적 진영 논리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신세계 내부 직원들의 불만 어린 목소리도 온라인상에 표출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용진아 맞짱뜨자” “불만 있으니 백화점 본점 19층으로 와라”등의 글이 올라왔다. 

개인 SNS를 통해 정치적인 견해나 신념을 밝히는 행위는 특별한 제재를 가하기 힘든 영역이다. 신세계 홍보팀도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기업 CEO의 공식 SNS 발언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와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장 정 부회장의 발언이 언론에 의해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도 그렇고 일각에선 이마트나 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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