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위문 편지’로 촉발된 젠더 갈등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위문 편지’로 촉발된 젠더 갈등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22.01.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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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위문 편지에 무례한 내용 쓴 여고생, 온라인서 비난 휩싸여
‘학교가 위문편지 쓰도록 한 게 잘못’ 의견 맞서
전문가 “차별과 억압의 기원 명확히 분석해야” “진정성 결여된 소통의 부작용”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된 여고생의 위문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 상에서 논란이 된 여고생의 위문편지. 온라인 커뮤니티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이슈 선정 이유

젠더 갈등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갈등 양상이다. 기업이나 기관, 심지어 개인에 이르기까지 일견 사소해 보이는 문제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특정 성별이 이에 대한 비판에 나서면 반대편에서 맞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갈등의 근본 원인이 성별 간 반목이 아닌 제도적 시스템의 미비나 잘못된 관행은 아닌지, 사회적 소통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20대,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젠더 갈등

사건 요약

시작은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가 올려달라고 해서 올린다’는 글과 함께 게재된 한 장의 사진이었다. 이 사진엔 여고생이 군 장병에게 쓴 위문편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추운날씨에 나라를 위해 힘써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한 편지였지만 다소 무례해 보이는 문구들이 담겨있었다.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이제 고3이라 OO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세요’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이 그것이었다.

현역 장병의 친구인 것으로 보이는 게시자는 “대부분 다 예쁜 편지지에 좋은 말 받았는데 혼자 저런 편지 받아서 의욕도 떨어지고 너무 속상했다더라”며 “차라리 쓰질 말지 너무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또다른 편지에는 ‘비누 줍지 말고 편안한 하루가 되길 바란다' ’군대에 샤인머스캣은 나오냐‘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해당 편지 내용은 온라인과 언론 기사 등을 타고 급속히 확산 됐고 편지를 쓴 여고생과 학교를 향한 비판이 일었다. 급기야 이 학생의 신상과 다니는 학교까지 온라인에 유출되는 상황으로 번졌다. 네티즌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카카오 맵 어플리케이션 후기를 통해 학교에 대한 이른바 ‘별점 테러’와 비난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상황

그런데 해당 학교 학생들은 SNS와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학교 측이 편지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위문 편지 작성이 봉사활동 점수와 연계돼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논란이 된 내용의 편지는 소수라는 항변도 있었다. KBS 보도에 따르면 한 학생은 “2시간 동안 되게 열심히 쓰고 꾸미고 그림도 그리는 애들이 많았다. 근데 이렇게 몇 명 애들이 막 쓴 게 화제가 되고”라며 “저희는 좀 억울한 심정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군 장병에게 왜 여고생이 위문 편지를 써야 하느냐는 의견들도 나타났다.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 편지 금지해 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미성년자에 불과한 여학생들이 성인 남성을 위로한다는 편지를 억지로 쓴다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하니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10만 명이 넘는 참여 인원을 기록했다.

상황을 정리하면, 고생하는 군인들에게 무례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과 위문 편지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혼재되는 분위기다. 이번 사안을 두고 온라인 상에선 젠더 갈등 양상도 표출되고 있다.

주목할 키워드

젠더 갈등, 시대상황 변화, 갈등의 근본 원인, 진정성 부재

전문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코멘트

김지학 소장: 군대는 남성들이 가장 힘들다고 하는 문제 중 하나다. 그런데 성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꼭 이 문제를 들고나와 여성과 남성을 비교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여성이 남성을 차별하거나 착취하는 이슈가 아니다. 국가에서 (남성들을) 부르는 문제 아닌가. 국가에게 명확히 따져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 문제인데 엉뚱하게 여성들에게 푸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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