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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현장] 더현대에 등장한 라면백화점
[마케팅 현장] 더현대에 등장한 라면백화점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1.19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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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에 진심인 공간, 200여종 라면과 굿즈 판매
더현대와 공유주방 플랫폼 위쿡이 함께 오픈
라면 백화점 콘셉트에 신생 푸드 브랜드 융합 시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 위치한 88라면스테이지. 한나라 기자

[더피알=한나라 기자] 인생의 첫 요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라면에 물 맞추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게 무슨 요리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1인분의 물 양을 맞추는 일은 굉장한 주방 경력과 눈썰미가 필요하다. 라면을 끓이는 냄비에 따라 적절한 물 높이가 달라질 뿐 아니라 취식자의 입맛에 맞춰 미세한 양 조절이 필요한 섬세한 작업이다.

라면을 요리로 여기고 살아온 지 어언 20년, 국물 유무와 색을 가리지 않고 부단히 라면 사랑을 실천하는 와중, 서울 더 현대 지하 1층에 ‘라면에 진심인 사람들을 위한 가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현대백화점과 공유주방 스타트업 위쿡(WEECOOK)이 함께 만든 매장 ‘원바이위쿡’에 들어선 ‘88라면스테이지’다.

더현대의 힙한 공간들은 모두 지하 2층에 몰려있다지만, 88라면스테이지는 식품을 다루는 매장이라 그런지 식품 코너가 모여있는 지하 1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200 여 종의 라면이 색깔 별로 양 벽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

취식은 불가능하고 상품 구매만 가능하기에 공간 자체는 협소했다. 하지만 매장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인 라면들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해외와 국내를 불문하고 200여 종의 라면을 취급하고 있었다.

천장까지 빼곡하게 라면이 채워져 직원들이 따로 이용하는 사다리도 있었다. 라면의 배치구조는 철저하게 ‘색깔’별로 이뤄졌다고 했다. 겉면의 디자인 색상에 따라 빨주노초파남보 순으로 나열된 것이다.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던 이유가 있었다. 특별한 기준 없이 예뻐 보이는 순서대로 라면을 배치했다는 점은 꽤 쿨해보였다.

산더미 같은 제품들 외에도 매장의 모든 것이 라면으로 귀결됐다. 라면을 잘 끓이기 위한 도구들(타이머, 냄비, 계량컵)부터 라면을 즐겁게 먹기 위한 식기, 종류별로 구비된 단무지, 라면을 이용한 밀키트, 라면 요리를 완성할 국물 키트, 그리고 라면 모양 케이크까지. 모두 실제 라면과 연결점이 있는 제품들이었다.

라면과 관련된 온갖 굿즈가 전시되어있었다.

특히 매장 한 가운데 진열된 굿즈 제품에선 ‘모든 것을 라면과 연결 짓겠다’는 은은한 광기가 보였다. 라면 포장을 그대로 재현한 크록스 뱃지와 국내 라면의 역사를 설명하는 포스터는 기본이고 빨래집게와 머리끈도 구비돼있었다. 먹고 남은 라면을 밀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저렇게까지 연결점을 만들어야 하나 웃음이 났지만, 그만큼 라면에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는 포인트였다.

2030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백화점의 새로운 시도들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 특히 서울 더현대는 지난해 오픈 당시부터 ‘사러 가는 곳’이 아닌 ‘놀러 가는 곳’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하 2층은 젊은 층을 타깃으로 삼은 ‘힙한 브랜드’들이 대거 포진해 일명 ‘크리에이티브 라운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88라면스테이지는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새로운 공간을 전층으로 확대해나가려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2030 소비자의 백화점 구매 비중이 40%를 넘어선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백화점 한가운데 ‘라면백화점’이 생긴 이유다.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원바이위쿡 설명 문구

이름처럼 ‘팔팔’ 라면을 끓여 먹지는 못하지만, 어릴적 유행하던 과자대백화점을 탐험하듯 라면 브랜드들을 탐험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웠다. 다만 둘러보는 내내 가시지 않았던 의문이 있었다. ‘원바이위쿡’ 공간을 설명하는 문구였다.

원바이위쿡은 알려지지 않았던 푸드 브랜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스토리텔링 공간입니다.

‘알려지지 않았던’이라는 단어가 눈에 걸렸다. 88라면스테이지에는 한국 사람이면 모두가 아는 라면 브랜드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원바이위쿡이 하나의 신생브랜드를 정해 팝업 식당을 열어왔다는 점도 이상한 호기심에 힘을 더했다. 갑작스레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궁금증에 위쿡 관계자에게 연락해봤다.

위쿡 박성국 유통마케팅 본부장은 “하나의 신생 브랜드만을 소개하는 방식으로는 모객이나 화제성 부분에서 한계가 있었다”며 “사람들의 방문을 끌어낸 상태에서 신생 브랜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현재 88라면스테이지에서 볼 수 있는 밀키트 상품, 라면모양의 케이크, 단무지 제품 등은 모두 위쿡의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진 제품이고 팝업스토어가 운영되는 4월 30일까지 종류를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같은 회사의 신다솜 매니저는 “(원바이위쿡은) 분기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새로운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하나의 신생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존 콘셉트에 변화를 주고 이번 88라면스테이지라는 세계관에 신생 브랜드들을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굿즈라고 여긴 제품들이 신생 브랜드의 제품이었던 것이다. 문득 매장에 들어왔다는 신생 브랜드들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갓 데뷔한 아이돌의 상황이 비슷해 보였다. 소속사의 유명한 선배 아이돌을 따라 인사를 다니고, 예능에 출연해 인지도를 쌓아나가는.

아무리 좋은 제품, 좋은 콘텐츠라도 일차적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노출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새롭게 바뀐 원바이위쿡의 운영방식은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새롭게 개발했다는 신생 브랜드 제품에 존재감을 더 부여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이 나왔는지, 어떤 브랜드의 제품인지 등을 보여주는 눈에 띄는 장치가 있었다면 유명 라면 브랜드 선배들과 갓 데뷔한 브랜드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어렵겠지만) 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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