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오페라라고?
‘19금’ 오페라라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2.1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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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코믹 오페라 버섯피자’


‘어렵다’ ‘지루하다’ ‘비싸다’…

오페라하면 흔히 떠오르는 생각들. 그래서 일반인들에게 오페라는 낯선 고급문화로 인식돼 왔다. 이런 편견을 확 깬 작품이 바로 ‘맛있는 코믹 오페라 버섯피자’다.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내용에 코믹함으로 무장, 지루함을 없앴다. 여기에 착한 가격이 더해졌으니 이보다 더 좋을쏘냐~


제목은 ‘버섯피자’. 이색 토핑으로 ‘코믹’을 얹었단다. 눈길 잡아끄는 ‘19금’ 마크까지!!! 긴장 풀고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하려다 왠지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크다. 공연장을 들어서면 흔히 상상하는 오페라다운 으리으리한 무대는 없다. 무대나 객석 모두 아기자기한 콘셉트. 반주 역시 피아노 건반 하나에 맡겨져 상당히 단출하다.

버섯피자는 19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4명의 남녀가 벌이는 불륜행각과 그에 따른 파국의 결말을 그렸다.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지만 가볍게 터치하는 식으로 코믹하게 표현해 낸 것이 최대 관전 포인트다. 카리스마 넘치는 해설가의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본격 막이 오르는데…

“오페라의 편견을 깨다”

사건의 발단은 포르마죠 백작과 결혼한 볼룹뚜아가 젊고 매력적인 스콜피오와 사랑에 빠지면서부터다.
그녀는 남편 몰래 매주 목요일 스콜피오와 만나 밀회를 즐기는데 이 사실을 하녀 포비아에 고백한다. 그리고 때마침 찾아온 디데이(D-day).

볼룹뚜아는 남편이 좋아하는 버섯피자에 독버섯을 집어넣어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 은밀한 계략은 포르마죠를 사랑한 포비아의 배신으로 뒤틀려 버리고 만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가 남편을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그 남편을 사랑한 또다른 여자가 그것을 발설하는 아이러니, 속고 속이고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복잡다단한 상황이 빠른 피아노 반주 위로 격랑처럼 펼쳐진다.


격분한 포르마죠는 화장실에 숨어 있던 스콜피오를 찾아내 총을 겨눈 채 아내가 만들어 온 피자를 대신 먹으라고 강요한다. 위협에 못 이겨 결국 스콜피오는 피자를 베어 무는데, 이게 웬일! 죽기는커녕 맛있다고 한입 두입 계속해서 먹는 게 아닌가.

결국 포르마죠는 포비아가 자신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 화가 난 상태에서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화해의 제스처로 축배를 들지만 그 역시 이내 쓰러져버리고 만다. 이유인즉 포비아의 계략을 알아챈 볼룹뚜아가 미리 손을 써 피자 대신 와인에 독을 넣었기 때문.

또한번 아내에게 배신당한 포르마죠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총을 들어 스콜피오를 쏜다. 한 여자를 사랑한 죄로 두 남자가 동시에 죽게 된 것이다. 죽음을 목전에 둔 그들은 마지막으로 서로 짤막한 이야기를 나누다 놀라운 비밀을 알게 된다.

바로 스콜피오가 포르마죠 백작의 숨겨진 아들이었다는 사실. 얽히고설킨 관계 속 최대 반전.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스콜피오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로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볼룹뚜아를 칼로 찔러 죽인다.

극단과 코믹이 빚어낸 아이러니함

현실이라고 가정해 보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불륜과 살인이란 반인륜적 사건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꿰여진 답답하고도 어이없는 상황. 죽기 싫으면 서로 믿고 사랑하라? 극단과 코믹이 빚어낸 간단하고도 원론적인 메시지지가 국내 중견급 성악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부드럽게 울려 퍼지는 독특한 매력의 공연이다.

덧붙여 ‘19금’ 오페라라는 서브타이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19세 이하 금지(禁)가 아닌 19세 미만도 금(金)요일에 볼 수 있는 오페라라는 뜻이란다. 은근히 무언가(?)를 기대하고 찾은 관객들에겐 다소 싱거울 수도!

이번 공연은 5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 약수역 뮤지컬하우스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3만5000원(예매 2만8000원)이다. 문의: (02)3447-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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