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지원 보도자료들의 공통점·차이점
재난 지원 보도자료들의 공통점·차이점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22.03.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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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잇는 성금과 구호물품, 업 특성 살린 지원 나서기도
물류망 활용, 식품·의류·통신 지원 등 다양한 구호활동
자료마다 등장하는 구호단체들, 동종업계 눈치싸움?
롯데가 긴급구호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산불 피해 이재민 주거시설에 구호키트를 전달했다.
롯데가 긴급구호 협력체계를 가동하고 산불 피해 이재민 주거시설에 구호키트를 전달했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경북·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데요. 각 기업들도 성금과 구호품을 보내며 이재민 돕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래도 각 기업의 예산이 투여되는 일인만큼 구호 소식을 외부로 알릴 수밖에 없는데요. 억대 성금과 구호물품이 주요한 내용입니다.

주요 기업들을 살펴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이 50억원의 성금을 기부했고 삼성은 30억원, SK그룹과 LG그룹·포스코그룹은 20억원, 롯데·한화·GS는 10억원 등을 기탁했습니다.

성금과는 별도로 구호키트를 비롯해 각종 생필품이 전달되기도 하는데요, 재난재해의 특성상 이재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물품들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지다 보니 사실 지원의 내용은 대동소이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각 사별로 업의 특성을 살린 지원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현대차그룹의 경우 성금과 생필품 지원 외에 ‘도시형 세탁구호차량’과 ‘통합 방역구호차량’을 재해 지역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일종의 이동형 세탁소와 방역 센터를 선보인 건데요, 세탁기와 건조기, 발전기를 갖춰 하루 평균 1000kg 규모의 세탁물 처리가 가능한 차량과 내부 소독 장치와 방호복 세트를 갖춘 차량이라고 합니다.

자체 물류망을 갖춘 기업들은 이를 십분 활용하기도 합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경우 아예 2015년부터 행정안전부·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협약을 맺고 시스템 차원에서 지원을 진행합니다. 전국 30여개 물류센터와 점포를 활용해 재해 구호물자를 상시 보관하고 재난 발생 시 이를 즉시 수송하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BGF리테일은 자사 물류망을 활용해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한다.
BGF리테일은 자사 물류망을 활용해 긴급 구호 물품을 전달한다.

BGF리테일 홍보팀의 유철현 책임은 “기업 차원에서 기금을 상시 조성해놓고, 도서 지역이든 어디든 위치한 점포와 물류센터를 이재민 센터로 활용해 물자를 나눠준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엔 BGF로지스 대구센터, 칠곡센터 두 곳을 통해 빵, 음료, 생수, 초코바, 컵라면 등 총 3000인분 규모의 식음료를 이재민과 소방 인력들에게 공급키로 했습니다. 산불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는 계획입니다.

GS리테일의 경우엔 컵라면과 음료수, 생수, 빵 등 먹거리 중심으로 긴급 구호 물품을 꾸려 강원도 강릉과 원주, 경북 경산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통해 지원에 나섰습니다. 임직원들이 물품 하차 및 정리 등을 지원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SPC그룹 같은 경우도 전국 물류망을 활용해 대한적십자사와 상시 협조 체계를 갖추었는데요, 이번에도 산불의 심각성이 부각된 5일부터 삼립 빵과 생수 각 5000개를 울진 및 삼척 피해 현장에 전달했습니다.

업과 연계된 구호 물품을 전달하는 건 식품회사나 유통회사 뿐만이 아닙니다. 유니클로와 이랜드 등은 각각 자사 의류를 이재민에 전달하고 있고, 삼성카드·현대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산불 피해 고객에게 결제대금 청구 유예와 대출 금리 감면 혜택 등을 제공합니다. 은행권 역시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이나 대출 이자 감면, 상환 유예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 면적 4분의 1 가량을 태운 대규모 산불로 인해 통신사들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산불로 통신 설비에 문제가 생겨 곳곳에서 통신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말 사이 복구 작업에 한창이었죠.

이동기지국 출동을 비롯해 복구인력과 대체 장비를 투입하는 한편, 대피소에 와이파이 및 IPTV, 휴대전화 충전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경우 마침 지난 2월 강원도와 대형 산불 대비 비상 통신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었죠.

SK텔레콤 구성원들이 지난 5일 경북 울진 국민체육센터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주민들에게 핫팩 등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SK텔레콤 구성원들이 지난 5일 경북 울진 국민체육센터에 설치된 대피소에서 주민들에게 핫팩 등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생수와 담요, 핫팩 등을 전달하는가 하면, KT는 구호키트 361개, 현장 수요 파악해 칫솔 치약 등의 추가 물품 1천세트, 생수1천병, 밥차·조식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긴급구호키트를 전달하고 있고요.

재난 발생 시마다 등장하는 긴급 구호키트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등에서 이재민들의 생활에 필수적인 물품들로 구성해놓은 구호 물품입니다. 운동복을 비롯해 속옷, 담요, 버너, 화장지, 위생용품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4인 가족 기준 20만원 상당이라고 하네요. 삼성의 경우 1000개의 구호키트를 이번에 전달합니다.

희망브리지 전국재난구호협회의 구호키트 구성.
희망브리지 전국재난구호협회의 구호키트 구성. 희망브리지 홈페이지

각 기업에서 배포한 자료들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단체들의 이름이 있는데요. 바로 앞서 말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입니다.

이들 단체는 재난 관련 성금이나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주요 통로가 됩니다. 특히 대한적십자사의 경우 봉사 조직을 갖추고 있어 재난 현장에서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해구호협회는 자연재해 시 구호금을 전달하는 법적 지위가 있는 단체이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금을 모아 이를 필요로 하는 각 기관에 배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재난 지원 보도자료가 대동소이하다지만, 알게 모르게 눈치 싸움이 읽히기도 합니다. 실상 기업들에서는 인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자료를 받는 기자 입장에서는 어디가 먼저 발표하고 후순위로 추가 대책이 나왔는지 등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동종업계 간 눈치싸움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 기업 홍보실 담당자는 “단순히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기에, 재계에서 금액을 눈치보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조금 더 기민하게 도움을 주느냐에 집중한다”는 황희정승같은 답변을 돌려줬습니다.

KT에서 울진 산불 피해 현장에서 운영 중인 밥차. 보도용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용량 및 퀄리티가 높지 않다고 양해를 구했다.
KT에서 울진 산불 피해 현장에서 운영 중인 커피 차량. 보도용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용량 및 퀄리티가 높지 않다고 양해를 구했다.

KT의 경우는 여러 지원에도 따로 자료를 내지는 않았는데요, 지면홍보팀의 장지은 과장은 “워낙 긴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따로 자료를 내진 않았다”며 “언론 문의에 따라 안내해드리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이들 보도자료에는 사진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요, 워낙 긴급히 지원하느라 미처 찍지 못했다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사진을 제공한 곳도 현장에서 요청에 따라 급히 찍은 터라 사진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며 양해를 구했더랬죠.

주요 기업들의 지원 소식은 산불의 심각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 5일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요.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고생한 모두에게 응원을, 또 이 산불이 얼른 진화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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