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현장]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시몬스의 ‘침대 없는 공간’
[마케팅 현장]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시몬스의 ‘침대 없는 공간’
  • 한나라 기자 (narahan0416@the-pr.co.kr)
  • 승인 2022.03.10 1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에 이어 서울에 두번째 그로서리스토어 오픈
정육점 테마 살려... 3층에는 광고 캠페인 전시
가벼운 접근 방식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 의도 담긴 듯
시몬스 그로서리스토어 청담점 전경. 한나라 기자 
시몬스 그로서리스토어 청담점 전경. 한나라 기자 

[더피알=한나라 기자] 자사 제품을 잘 드러내지 않는 브랜딩으로 주목받은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두 번째 그로서리 스토어(식료품점)가 서울 청담동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여름 부산서 오픈한 첫 스토어가 슈퍼마켓을 연상케 했다면, 청담점은 정육점 콘셉트를 활용해 지난 4일부터 문을 열었다. 

시몬스는 2019년부터는 침대를 보여주지 않고 색감과 음악만을 활용한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올해 2월 공개한 ‘Oddly Satisfying Video(이상하게 만족스러운 비디오)’ 광고 시리즈 역시 2000만 뷰 이상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외에도 복합문화공간인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 철물점을 연상케 하는 시몬스 하드웨어스토어, 그로서리 스토어 등 침대 없는 공간을 꾸준히 열어왔다. 시몬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침대 브랜드라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나, 시몬스라는 브랜드를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방향성을 밝힌 적 있다.

평일 낮에 방문한 탓인지 입구는 예상보다 한산했다. 학교 앞 문방구가 생각나는 낡은 의자와 뽑기 기계, 낡은 철문이 있고 뒤쪽에는 붉은빛 조명이 보였다. 입구에 걸려있는 그물망들은 정육점에 걸린 고기를 떠올리게 했다. 건물 1층은 그로서리 스토어, 2층은 부산 지역의 로컬 브랜드 버거샵, 3층은 시몬스의 최신 광고 시리즈를 상영하는 전시실로 나뉘어 있었다.

1층 그로서리스토어 내부(좌)와 판매 중인 굿즈. 
1층 그로서리스토어 내부(좌)와 판매 중인 굿즈. 

1층에 들어서자마자 붉은 조명과 (가짜) 냉동창고, 생고기, 치즈, 샌드위치 등 실제 음식 모양을 본뜬 시몬스 공식 굿즈들이 보였다. 곳곳에 요요, 밝은 색감의 롤러스케이트, 롤업 팬츠, 농구공 등이 밝고 스포티한 느낌을 자아냈다. 광고 캠페인과 이어지는 원색의 색감이 팝업공간에도 묻어났다.

각각 마블링 모양이 다른 삼겹살 무늬의 수세미와 시몬스 로고가 떡하니 찍힌 고무장갑과 문진, 바나나 모양의 키링과 치즈 모양의 그물망 등 예상치 못한 굿즈들도 눈에 들어왔다. 시몬스 코리아 본사가 위치한 이천의 특산물 쌀도 판매 중이었기에 “침대 빼고 다 파는 곳”이라는 농담이 절로 나왔다.

20대 김윤희 씨는 “새삼 시몬스 로고의 디자인이 힙해 보인다. 침대 브랜드인 줄로만 알았는데, 젊고 재미있는 기업 같다”며 몇 가지 제품을 쓸어 담았다.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 좋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팝업스토어를 체험하던 다른 방문객들도 “침대 브랜드에서 수세미, 장바구니, 고무장갑 등을 만드는 게 웃기다”, “심플한 로고가 예쁘다”는 이유로 굿즈를 구매해갔다.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어 업로드하면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모아 바로 인화를 해주는 기계.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어 업로드하면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모아 바로 인화를 해주는 기계. 

이쯤 되니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하는 마음에 어이없는 웃음이 터졌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뒤로하고 위층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부산의 로컬 식당인 ‘버거샵’이 보였다. 전형적인 미국 수제버거 가게의 분위기가 났다. 농구 코트 모양의 테라스도 눈길을 끌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포토존이 있었다. 한쪽에는 SNS 인증사진을 인화해주는 기계도 자리 잡고 있었다. 아날로그 감성에 아날로그 사진을 더한 것. ‘인증샷을 찍어 SNS에 이 공간을 알리라’는 메시지가 너무 명확해 보였다.

계단 사이에 적혀 있던 문구
계단 사이에 적혀 있던 문구

계단 사이에는 깨알처럼 ‘쉿… (Shhh…)’이란 문구가 보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틈에 휴식에 대한 문구를 새겨넣다니, 디테일에 대한 은은한 광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광고 캠페인을 감상할 수 있는 3층 바닥에는 ‘심호흡하세요(breath)’란 문구가 쓰여있다.

3층 전시장에서 상영 중인 최신 시몬스 광고 시리즈 
3층 전시장에서 상영 중인 최신 시몬스 광고 시리즈 

3층에는 앞서 언급한 ‘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가 공간 곳곳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같은 리듬으로 계속 반복되는 광고 영상들, 한쪽에선 빙글빙글 돌아가는 흑백의 이발소 간판, 광고가 반복되는 모습을 연속 사진으로 찍어낸 책들은 ‘멍때리기’를 주제로 삼은 광고와 일맥상통했다. 3층 전체에 일정한 리듬이 반복됐다.

편안한 분위기와 달리 화려한 색의 팸플릿들이 한쪽에 보였다. 안에 담긴 내용은 동일했으나 8가지 버전의 다른 디자인이 비치되어있었다.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열어 놓은 점이 좋았다. 특히 팸플릿에 광고에 사용된 이미지들을 활용한 점이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몇몇 방문객은 포스터로 사용하기에 좋겠다며 여러 장을 가져가기도 했다.

8가지 버전으로 제작된 팜플릿.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8가지 버전으로 제작된 팜플릿. 디자인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 

시몬스 그로서리스토어는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장소’였다. 뭐라 딱 꼬집어 정의할 수는 없지만, 재미있고 인증샷을 남겨 SNS 올리기에도 좋은. 힙하고 예쁘지만, 침대는 없는. 당장 직접적인 매출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미래 소비자인 2030을 타깃으로 ‘시몬스’라는 문화적 이미지를 만들려는 시도라 평가할 수 있을 듯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