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2)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2)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2.03.31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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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인사 변동 시 개정 불가피
최고의사결정자 훈련에서 열외하는 의전, 관리 실패로 연결

[더피알=정용민] 어쩌다 사회적으로 대형 위기라도 발생되면 회사 대표가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보자”는 주문을 하거나 “우리 회사에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다. 어떤 회사에서는 전체적으로 공감대가 생겨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보기도 한다.

대표의 주문이나 질문으로 시작된 경우거나 내부적 공감대가 있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시작한 경우거나, 그 첫 시작 직후 엄청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은 비슷해 보인다. “자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 하지?”하는 거대한 질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떤 시스템도 그 안의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빠진 시스템은 실체가 없는 껍질일 뿐이다.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혼동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과 핵심적 강조 포인트들을 정리해 본다.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1)에 이어..

다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의 수명은 6개월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

매뉴얼에 기록되어 있는 위기관리위원회 리스트를 한번 찾아보자. 아마 1년 전에 만들어진 매뉴얼 해당 페이지를 들쳐 보면 낯설거나 오래된 사람들의 이름이 몇몇 나올 것이다. 인사이동이 있었거나, 퇴사나 입사로 변동이 있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매뉴얼상 위기관리조직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당시에는 상당히 집중적인 매뉴얼 학습과 그에 기반한 트레이닝 및 시뮬레이션을 경험해 위기관리에 감을 잡고 있던 경영진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인력들이 새롭게 위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되면 그 이전의 팀워크와 역할과 책임 개념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하는 숙제가 된다.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의 4분의 1만 바뀌게 되면 일단 그 위기관리 위원회는 이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내기 어려워진다. 특히나 홍보, 법무, 대관, 영업, 마케팅, 인사 등의 위기관리 핵심 부서 인력들이 대거 새롭게 바뀌면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작업은 다시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그에 더해 최고의사결정자가 바뀌어 버린 기업인 경우에는 기존 위기관리 시스템을 전부 새롭게 바꾸거나,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개정이 필요하게 된다. 물론 훈련이나 시뮬레이션 또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돼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정기적인 개정과 반복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이유다.

여섯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추면 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희망은 무리다

제대로 갖춰진 위기관리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만들어낸다. 평시 기준으로는 위기의 발생 빈도를 줄여준다. 지속해 주목하고 감시와 모니터링을 병행해 예상되는 위기의 발생을 현저하게 억제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를 기준으로 보면 위기관리 시스템은 해당 기업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위기 대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가 있다. 준비된 조직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기업보다는 빠르고 정확해진다.

그렇다 해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갖춘 기업에게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평소 주목과 방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되는 것이 위기의 특성이다. 미리 준비하며 대비해 신속 정확한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점점 예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도 위기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에게 전쟁 억제력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면 위기 발생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다. 강한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실제 전쟁 발발 시 보다 유리한 전쟁 수행을 할 가능성도 높다. 기업도 그렇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기업은 그런 것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기업보다는 유리하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뿐이다.

일곱째, 최고의사결정 그룹이 참여하지 않는 위기관리 시스템은 신기루다

위기관리는 기업이나 조직내 상위 1%의 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게임이다. 그들의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이 위기관리의 큰 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험과 역량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경험과 역량으로 바로 연결된다. 위기관리에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가 보이지만, 실패하는 기업에서는 최고의사결정자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최고의사결정자가 참여해 경험을 쌓지 않은 위기관리위원회도 별 의미가 없다. 최고의사결정자가 훈련받지 않고,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의사결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면 위기관리에는 성공 가능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관리 시스템은 곧 최고의사결정자’라는 말을 하기까지 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위기관리 시스템 속에서 최고의사결정자를 현실적으로 배제하거나, 상징적 역할로 편제하고, 실제 시스템을 운용해 보는 많은 훈련과 시뮬레이션에서 열외시키는 이상한 의미의 의전을 하는 경우 발생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도 최고의사결정자는 정확하게 명기되어 있어야 하며, 그의 역할과 책임 또한 최대한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그룹의 역할과 책임을 모아 놓은 것이 매뉴얼이라 할 정도로 최고의사결정자의 가치는 중요한 것이다. 위기관리 시스템 그 자체다.

이상과 같이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핵심 주제들을 정리해 봤다. 대부분 이해는 쉬우나 실행이나 구현이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두꺼운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기 보다는 실제 위기관리를 수행할 사람들을 학습 훈련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경험을 반복 제공하는 노력에 좀 더 주목해 보자.

그런 반복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위기관리위원회 사람들에게 문화가 된다. 새롭게 조인한 구성원들도 오래된 문화에 빨리 물들게 된다. 그런 문화를 그대로 기록해 업데이트하면 그 자체가 매뉴얼이 된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가의 문제라기보다는 순서를 어떻게 시작해 반복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서도 핵심은 ‘반복’이다. 위기관리 명언 ‘예방하지 못하면 준비하라(Prevent or Prepare)’에서도 ‘반복’이 빠지면 별 의미가 없다. 반복처럼 중요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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