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기 아닌 ‘이슈’에도 당할까(2) 적 혹은 아군이라는 착각
왜 위기 아닌 ‘이슈’에도 당할까(2) 적 혹은 아군이라는 착각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2.04.19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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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해결사’ 역할 기대해 마구 모셔오면 혼란만 키워
시스템 정착되면 ‘이슈 관리’는 이벤트 아닌 일상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3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손피켓을 들고 의견을 내고 있다.
해군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지난 3월 2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손피켓을 들고 의견을 내고 있다. 뉴시스

왜 위기 아닌 ‘이슈’에도 당할까(1)에 이어

[더피알=정용민] 이해관계자를 적으로 보는 기업의 내부에서는 특정 이해관계자들을 ‘정치적 집단’ ‘합리적이지 않은 집단’ ‘의도적이고 악의가 있는 집단’ 또는 심지어 ‘미친 사람들’로까지 폄하한다.

당연히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에 대한 기업 측 대응은 극단적이고, 공격적이며, 기교 및 기술적이게 된다. 마치 첩보영화 007이나 테러집단에 맞서는 특공대 같은 비장함까지 내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환경도 아니고 그와 같이 실현되지도 않는다.

이해관계자를 만나보고, 들어보고, 그들의 우려, 불만, 요구에 대해 고민해 보고, 성실하게 이를 반복하는 태도를 보여줄 때 이슈관리 예후가 더 낫다. 그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보자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와 태도 결정이 주효하다.

그들을 먼저 이해하게 되면 그들을 어느 정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이 우리의 사업과 관련해 왜 반대하거나, 우려를 표하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다. 서로가 윈윈(win-win)하지는 못하더라도 서로 동시에 지지(lose)는 않는 다른 길은 찾을 수 있다.

넷째, 특정 이해관계자는 자신들 편이라 착각하다 당한다.

자기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베네핏을 제공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기존 사업 분야에서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 불만을 자사가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대부분 자사를 지지하고, 만족해하고 있어서 자사의 팬덤을 이루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그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론이 이상하게 적대적이라 한다. 규제기관들이 자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고도 한다. 법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자사 사업으로 밥그릇을 뺏길 처지에 있는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이 무리하고 있다고 화를 낸다. 특정 문제를 제기하는 NGO나 협회만 없으면 살 것 같다고도 한다.

이슈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학생으로 치면 모든 교과 과목에서 골고루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비유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기업은, 언론이나 규제기관, 주변 이해관계자, NGO, 노조 등에게도 비교적 균일한 평가를 받고 적절한 이해관계 관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상대적 차이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비자나 언론, 규제기관 한두 이해관계자의 지지만 가지고 기업이 이슈관리나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슈관리에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어느 한 이해관계자의 지지에만 집중하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주요 이해관계자 관리 역량을 골고루 강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는 언론관계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온라인에만 집중하려 한다와 같은 이야기를 이슈 관리 현장에서 종종 듣는다.

그러나, 사업이나 이슈관리는 A or B or C가 아니다. 반대로 A and B and C가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이다. 선택과 집중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으로 이슈관리에 성공할 만큼의 맷집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은 맷집은 커녕 유리턱이어서 문제다.

다섯째, 특정인을 데려오면 이슈가 관리된다고 하다 실패한다.

기업에 따라 모셔오는 인사는 천차만별이다.

규모 있는 기업은 각종 사법 규제기관에서 큰 자리를 하던 명망 있는 인사들을 끌어오기도 한다. 직전에 자사를 수사하던 검찰이나 경찰 담당자를 과감하게 빼 오기도 한다. 그 외에도 언론사 출신 데스크나, 국회나 NGO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을 자사 이슈관리를 위해 스카우트하기도 한다.

그들을 모아 놓으면 수십 수백명에 이르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그런 규모의 이슈관리팀이라면 웬만한 규제기관이나 언론은 게임 상대도 되지 않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렇게 인사들을 모셔왔다고 해서 기업의 이슈관리가 완전히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했다는 기업들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인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상황과는 완전하게 달랐을까를 되새겨 보면 알 수 있다. 지금의 상황과 비슷했겠다고 판단된다면 그 이슈관리팀은 큰 의미를 제공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이슈관리는 사람이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이슈관리팀이라도 ‘내부적으로 합의된 전략과 의사결정’이 전제되지 못하면 그 팀은 영혼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면치 못한다.

더욱이 소싯적 큰 일을 해보신 분들이 각자 개인적으로 나서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창구가 다양화되어 논란은 잦아들지 않게 된다. 메시지는 중구난방이 되고, 이해관계자의 인식은 계속해서 부정성을 더하게 된다. 기억하자. ‘합의된 전략과 의사결정’이 핵심이다. 훌륭한 이슈관리팀에게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영혼과 방향성을 주자는 것이다.

이슈관리는 위기관리에 비해 관리에 성공할 수 있는 특징들이 있다. 이슈관리가 장기전이라 당한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지만, 성공한 기업에게는 차라리 이슈관리가 장기전이라서 초기에 대응해 완전히 관리해 낼 수 있어 좋다 생각할 수도 있다. 위기관리는 분초를 다투는 게임이라 제대로 된 관리가 힘들다는 생각을 하며 이슈관리가 더 낫다고 하는 것이다.

위기관리팀과 시스템을 정확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이슈관리가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매일 매일이 이슈의 연속이라 차라리 경영에 가까워 특별할 것이 없다는 의미다.

어떤 기업은 “우리가 매일 이렇게 의사결정을 해서 이슈관리를 해 나가고 있으니 그나마 현재 성공한 우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슈관리의 상시성과 지속성에 대한 이야기다.

전문적으로 이슈화 단계를 나눌 때 발아기, 성장기, 개화기, 휴면기와 같은 4단계 분류를 한다. 이슈관리 효과를 기준으로 보면 이슈가 발아기일 때 관리하면 가장 예후가 좋다고 평가한다. 관리에 따르는 조직적, 여론적 부담이나 관리 예산의 규모는 뒤로 가면서 증가한다. 물론 기업 명성이나 이미지, 신뢰,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데미지 또한 뒤로 가며 증가한다.

이 4단계 이슈화 단계 분류에서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4단계가 일직선 흐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맨 뒤 휴면기에서 이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휴면기가 앞으로 돌아와 다시 발아기를 맞을 때도 있을 수 있다. 휴면기에 머무르던 이슈가 갑자기 성장 또는 발화되어 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여기에서 ‘환류관리’ 개념이 생긴다. 지속적 환류관리다. 진짜 이슈관리에 성공한 기업은 지속적으로 환류관리해야 할 이슈의 유형을 줄여나가는 기업이다. 제대로 된 이슈관리를 통해 장기간 부담이 될 이슈를 하나하나 빼 나가는 접근을 한다. 증가되는 환류관리가 싫어서 마이너스 어프로치(approach)를 좀 더 꾸준하게 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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