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덕질은 어떻게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는 어떻게 돈이 되는가?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2.06.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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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Catch]
조지 클루니가 만든 테킬라 브랜드, 카사미고스(Casamigos)
라이언 레이놀즈, 평소 즐기던 에비에이션 진 브랜드
드웨인 존슨의 테킬라 브랜드, 테라마나
박재범 소주 브랜드, 원소주

흔히 ‘덕업일치’가 덕질에 성공한 일반인을 칭하는 것이라면, 셀럽들에게 덕업일치는 더 막대한 부를 부르는 거위 배 속의 황금알과 같다.
단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다양한 제조업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진짜 좋아서 덕질을 하는 셀럽들은 업계에서도 인정받으며 막강한 황금을 걷어들이고 있다. 자신의 강력한 팬덤을 바탕으로 내가 좋아하는 제품을 뛰어넘어 나의 기호를 녹여낸 브랜드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고드는 영민한 셀럽들의 이야기. 이번에는 테킬라와 진, 소주 등의 하드 리커를 론칭한 셀럽들 이야기다.


더피알타임스=김영순 기자

할리우드 셀럽들에게 와인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술은 테킬라다. 흔히 선인장 술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하게는 한국에서 용설란으로 알려진 ‘아가베'(Agave)로 만든 술을 테킬라라고 한다. 최근에는 술뿐 아니라 아가베 시럽이 천연 감미료로 인정받아 식재료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셀럽 가운데 테킬라에 처음으로 뛰어든 이는 바로 조지 클루니다. 조지 클루니가 만든 테킬라 브랜드는 카사미고스(Casamigos). 스페인어로 집을 뜻하는 ‘Casa’와 친구를 뜻하는 ‘Amigos’를 합한 것인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지 클루니가 절친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브랜드다.

조지 클루니가 만든 테킬라 브랜드 카사미고스를 들고 있다. 사진 카사미고스 홈페이지 캡처
조지 클루니가 만든 테킬라 브랜드 카사미고스를 들고 있다. 사진 카사미고스 홈페이지 캡처

 

조지 클루니의 카사미고스(Casamigos)

2013년 멕시코를 여행하던 조지 클루니는 테킬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후 그는 최고급 레스토랑 운영자이자 신디 크로퍼드의 남편으로 유명한 절친 랜드 거버, 부동산 재벌 마이크 멜드먼과 함께 테킬라 제조회사를 차렸다. 순전히 지인들과 함께 마실 테킬라를 만들기 위해 60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소규모 공장을 차렸다고 한다. 이들은 멕시코 중부 지역의 할리스코산 블루 아가베를 발효한 후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오크통에서 최대 14개월간 숙성시켜 부드러운 테킬라의 맛을 구현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벌 목적보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테킬라를 만들어 마실 생각으로 제조회사를 차린 것이라, 초기에는 자신들이 벌이는 파티에서 조금씩 테이스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배우들 사이에서 조지 클루니 테킬라로 소문이 나고, 그 뒤를 이어 열혈 팬들이 이 테킬라를 찾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2017년 세계 최대 주류 업체인 디아지오에 10억 달러(약 1조1411억 원)에 매각했다. 디아지오는 당시 계약을 하며 7억 달러를 선금 지급하고 향후 10년간 3억 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으로 이 브랜드를 사들였다.

전 세계 주류 시장을 좌지우지하며 다양한 술을 만들고 있는 디아지오였지만, 테킬라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펠리그로소'(Peligroso), ‘델리언'(DeLeon) 등이 연간 1만 상자 안팎을 판매할 때 ‘카사미고스’가 2016년 한 해에만 연간 12만 병을 판매했으니 당연히 군침을 흘릴 만한 기업 인수였다. 현재까지 조지 클루니는 카사미고스의 브랜드 홍보대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드웨인 존슨의 테킬라 테라마나, 테킬라 트럭바로 진화 중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 사진 뉴시스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 사진 뉴시스

프로 레슬러 출신 할리우드 배우 드웨인 존슨도 테킬라 브랜드 테라마나(Teremana)를 출시했다. 특히 테라마나는 목이 활활 탈 정도로 화끈한 테킬라로 명성이 높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40도 테킬라 반 병을 한 번에 원샷 하는 영상을 올려 전 세계 마초남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이 영상이 화제가 되어 테라마나는 출시하자마자 30만 병을 팔아치우는 신기록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테킬라 시장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야외 파티를 겨냥한 테킬라 트럭바를 론칭했다. 타코, 브리토 등의 멕시칸 음식과 함께 테킬라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칵테일을 선보여 젊은 세대에게 제대로 어필 중이다.

 

거친 남자 라이언 레이놀즈, 평소 즐기던 에비에이션 진 브랜드 인수

흔히 진은 미국인의 술로 알려져 있다. 거친 남자들이 마시는 술로 진을 떠올리기 쉽지만 다양한 칵테일 베이스로 이용되는 만큼 ‘가볍게 한잔!’에 꼭 필요한 술이기도 하다. 마블 시리즈 중 가장 매력 넘치는 히어로로 꼽히는 ‘데드풀’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는 평소 에비에이션 진의 애호가였다고 한다.

에비에이션 아메리칸 진은 2006년 미국 워싱턴주 포틀랜드에서 크리스천 크록스태드(Christian Krogstad)와 라이언 마가리언(Ryan Magarian)이 설립한 미국산 드라이 진이다. 2016년 다보스 브랜드(DAVOS BRANDS)가 에비에이션을 인수했는데, 그로부터 2년 뒤인 2018년에 라이언 레이놀즈가 다보스로부터 일부 지분을 인수하며 브랜드의 공동 소유주 및 홍보대사가 되었다.

슈퍼 히어로 ‘데드풀’에서 탁월한 무술 실력에 거침없는 유머 감각을 보여준 라이언 레이놀즈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 ‘6 Underground’ 개봉을 앞두고 찍은 홍보 영상을 통해 삼성 QLED TV+넷플릭스 영화 ‘6 Underground’에 중간 광고로 자신의 진 에비에이션을 집어넣어 미국인들을 배꼽 잡게 했다. 이 스리콤보 광고는 유튜버들에게도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여전히 회자되는 중이다.

광고를 한번 살펴보자. 2019년 12월 13일 개봉을 앞둔 넷플릭스 영화 ‘6 Underground’를 홍보하면서 이건 스케일이 큰 영화이니 삼성 QLED TV로 봐야 한다며 TV를 소개한다. 그러다 갑자기 TV 속에서 에비에이션 진 광고 영상이 나온다. 깜짝 놀란 제작 PD가 무대로 뛰쳐 올라와 ‘이거 네가 운영하는 술 회사 아냐?' 라고 물어보니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수줍게 광고 속 중간 광고를 자기가 샀다고 말해버린 것.

이 광고는 이후에도 큰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도 이 유튜브 광고에 댓글을 달아 레이놀즈의 천재적 마케팅에 감탄하며 삼성 QLED TV도 잘 나왔다고 한마디 거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레이놀즈 자체가 거침없는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어 요즘 MZ세대에게 통하는 소위 병맛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미국 프리미엄 진 부문 2위로 브랜드 가치를 수직 상승시켰다.

유튜버가 잘 정리해놓은 영상을 보면 레이놀즈의 병맛 유머에 중독된 채 웃음을 터뜨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찍은 홍보 영상을 통해 삼성 TV+넷플릭스 영화 중간 광고로 자신의 진 브랜드 에비에이션을 집어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찍은 홍보 영상을 통해 삼성 TV+넷플릭스 영화 중간 광고로
자신의 진 브랜드 에비에이션을 집어넣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듯 라이언 레이놀즈의 마케팅을 발판으로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 에비에이션은 2020년 디아지오에 총 6억 1000만 달러(약 7232억 7700만 원)에 인수됐다. 덕질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추앙받고 있다.

주류 회사들이 셀럽에 관심을 갖는 건 이들의 팬덤이 주류업체 주요 소비자층과 겹치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브랜드 홍보대사라는 타이틀로 마케팅을 해왔지만 이제 이런 광고 기법은 식상한 시대가 되었다. 대신 핫한 셀럽의 SNS와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역시 자신이 생산에 참여한 사우사 707을 즐기는 모습을 팔로어가 4000만 명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에 계속 업로드하고 있다. 그렇다고 셀럽이 참여한 모든 주류업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트럼프 타워를 연상시키는 4각 모양의 보드카를 2006년에 론칭했다. 정식 론칭을 겸해 할리우드 나이트클럽에서 성대한 파티까지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론칭 2년 만인 2008년 보드카 회사를 접었다.

영국의 전설적인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개발에 참여한 위스키 헤이그 클럽도 주류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지 못한 채 구석에 처박히는 신세라고 하니, 유명 셀럽들도 열정과 퍼스널 캐릭터를 갈고 닦아야만 시장에서 반응한다는 사실은 새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박재범 소주 인기  ‘완판’ 행진

지난 2월 출시된 박재범 원소주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 매번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은 물론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리는 완판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위스키 온더록만 마실 것 같은 교포 출신 힙합 가수가 ‘소주에 진심’이었다. 2018년 ‘SOJU’라는 노래를 발표할 때까지만 해도 치기 어린 노래라 치부했던 이들이 많았지만 박재범은 다 계획이 있었던 듯하다.

박재범이 2월 25일 론칭한 전통주 ‘원소주’가 지금 대한민국 전통주 업계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원스피리츠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원소주‘를 최초 공개했는데, 브랜드 론칭 첫날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는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에스컬레이터를 끼고 도는 긴 줄이 생기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가수 박재범의 인기에 힘입어 MZ세대를 중심으로 인스타와 SNS상에서 화제몰이 중이다. 전통주로 인증받으면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져, 온라인 판매 물량 확보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판매를 고려해 레이블과 병 디자인까지 준비된 글로벌 소주로 셋업됐다. 국내 전통주 업계에서는 원스피리츠를 둘러싼 논쟁이 당분간 격화되겠지만, 글로벌 마켓에서의 소주 인지도 제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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