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in THE PR] HDC현대산업개발, ‘브랜드 리빌딩’ 성공하려면
[블랙박스 in THE PR] HDC현대산업개발, ‘브랜드 리빌딩’ 성공하려면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07.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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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업종 통해 본 위기 극복의 정도(正道)는 ‘인간성 충실’
발등에 떨어진 손해 너머의 고객 신뢰 회복 향하는 여정
정몽규 회장의 꾸준한 지분매입은 ‘자신감’의 표현인가?

더피알=김경탁 기자

뉴시스
뉴시스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로부터 1년이 흘렀다. 같은 광주광역시의 서구에서 있었던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도 어느덧 반년이 됐다. 두 사고에 모두 주연으로 등장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에게 닥친 위기는 이제 겨우 초입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포털사이트의 증권 종목 게시판과 직장인 커뮤니티 그리고 현산을 시공사로 둔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단톡방 등을 둘러보면 현산의 현재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 ‘앞으로 잘하겠지, 나아지겠지’라는 희망 섞인 전망들이 혼재돼 혼란스럽다.

언론 보도만 대충 훑어보면 현산이라는 회사와 아이파크라는 브랜드는 이미 끝장이 난 것 같은 분위기이다. 위기와 절망의 기운을 풍기는 소식은 침소봉대되고 재기와 부활의 노력들은 외면되거나 묵살된다. 현산과 아이파크 브랜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글로벌 브랜드社의 위기 극복 스토리

지난해 봄, 일선 약국에서 타이레놀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증상 완화를 위한 비처방 해열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품을 설명하면서 ‘타이레놀’이라는 약품명을 예시로 들어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스테플러를 호치키스라 하고 일회용 반창고를 대일밴드라고 부르듯이 ‘타이레놀’이 같은 계열 알약을 지칭하는 대명사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다보니 ‘이해를 돕기 위해’ 제품명을 언급했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말 한마디가 갖는 브랜드 효과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그런데 글로벌 대세 브랜드의 하나인 타이레놀에도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만큼 아찔했던 위기의 역사가 있다. 홍보마케팅 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위기 극복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일명 ‘1982년 시카고 독극물 사건’이다.

타이레놀 생산 중단 발표 기자회견을 전한 당시 신문 기사.
타이레놀 생산 중단 발표 기자회견을 전한 당시 신문 기사.

35%에 달하던 점유율이 6%로 곤두박질친 이 사건으로 브랜드의 퇴출과 제조사인 존슨앤드존슨의 100년 역사에 종언을 예견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타이레놀은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원래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했고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열진통제라는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기업 위기 극복의 교과서’로 남은 빠르고 적극적인 조치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망 사건 인지 후 한 시간 반 이내 최고결정자까지 신속한 보고와 즉각적 조치로 이어진 초동대응은 독극물이 주입된 타이레놀 병이 몇 개 더 발견됐음에도 추가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게 한 배경이다.

제임스 버크
제임스 버크

특히 존슨앤존슨 측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한 즉각적인 제품 생산 및 배포 중지 그리고 대대적인 회수 광고를 집행했으며 이후 불안해하는 무료 핫라인 전화 개설 등 소비자 안전을 우선시한 위기봉쇄 조치를 단행했다.

이어서 중단된 타이레놀 생산라인 직원들의 실직 불안 해소를 위한 임시 일자리 제공과 함께 CEO가 직접 메시지를 내보냈고, 위기 전개 과정의 공유 등 대내적인 직원 사기 진작 조치도 함께 이뤄졌다.

여기에 더해 외부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용기 개발 및 무료 공급, 독약투여행위방지 법률 제정 요청 등 유사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근본적 차원에서의 사후조치들도 진정성 있게 뒤를 이어 진행됐다.

이 과정에 독극물 오염 제품이 더 없을 것으로 확신하면서도 이미 전국에 팔려나간 캡슐형 타이레놀 3100만 병(시가 1억 달러 이상)을 모두 수거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위험성이 없는 알약 제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발표한 것이 무엇보다 주목된다.

정부 당국조차 “과잉 조치”라고 반응했지만 제임스 버크 존슨앤존슨 CEO는 “소비자의 안전에 비하면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원칙론을 밝히면서 리콜을 밀어붙였다.

 

불행을 구경거리 삼는 언론의 시각

지난 1월,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에 대한 브랜드 평판 순위가 꼴찌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쏟아져나왔다.

매달 발표되는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브랜드 평판 지수에서 조사대상 24개 중 24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고 당장 회사가 망한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됐다. 2019년 3월에 1위로 정점을 찍은 후 2~4위 사이를 오갈 정도로 잘나가던 브랜드의 ‘몰락’으로 해석된 것이다.

실제 1월 이후 추이를 보면 아이파크의 평판지수 순위는 2월 21위, 3월 17위, 4월 13위로 수직상승했고 현재도 10위권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아이파크의 순위가 바닥을 벗어났다는데 주목한 보도는 없었다.

최근 발표인 6월 빅데이터 분석결과를 보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롯데캐슬이 빅3를 차지하고 자이, e편한세상, SK뷰, 더샵, 래미안, 두산위브 등이 앞자리에 위치한 가운데 아이파크의 순위는 16위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수는 온라인상에서 오가는 관련 키워드 버즈량을 기반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것인데, 1월 발표는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직후에 이뤄진 조사다 보니 단기간에 부정적 키워드가 쏟아졌던 것이 일시적 지수 폭락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 ‘No 아이파크’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칠 것 같았던 여러 언론들의 보도 분위기와 달리 현산이 시공권을 잃은 현장은 몇 개 되지 않고 기존 아파트 단지에서 이름을 빼달라는 요구가 실제로 현실화된 사례는 전해진 바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들은 현산과 관련해 부정적 전망을 강화하는 이슈가 보일 때마다 벌떼처럼 달려들어 침소봉대하기에 바쁘면서 현산 측이 차근차근 전개해나가는 여러 쇄신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두 차례의 붕괴 사고 책임을 생각하면 현산이 미디어와 대중으로부터 받고 있는 질타를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고용노동부가 3월 발표한 현산의 전국 12개 건설현장 특별감독 결과를 봐도 본사에서 구축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던 것 역시 질타받을만한 대목이다.

하지만 붕괴사고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확정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이고, 현산과 아이파크라는 브랜드가 실제로 붕괴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경제 전체에 파급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조회수만 노린 듯한 편향적 언론보도는 경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 HDC현대산업개발은 붕괴 사고가 발생한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전면 철거한 후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 뉴시스

적절한 위기관리는 ‘인간성’에서 시작해야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기업은 위기 시 인간화돼야 한다. 반대로 인간적이지 않게 된다면 해당 상황을 위기로 정의하더라도 위기관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때 적절한 위기관리란 인간성을 다시 되찾는 것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존슨앤존슨이 ‘시카고 독극물 사건’ 대응으로 위기에 처했던 타이레놀 브랜드를 더욱 굳건하게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이 ‘인간성’에 기반한 위기관리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손해에 흔들리지 않고 그 너머에 있는 고객과의 신뢰를 바라보는 대담함이 있었던 것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5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산은 입주 예정자의 요구인 화정동의 8개 동 모두를 철거하고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밝혔다.

현산이 화정 아이파크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하면서 추정한 손실액은 375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언론들은 영업정지를 당한다면, 예상피해액은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정지 처분을 꽤 길게 받더라도 이미 수주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사업을 진행하는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현산이 일거리가 없어서 손을 놓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매체는 법제처에서 ‘현산에 대한 등록말소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단독’ 표기를 달아 내보내면서 호들갑을 떨었지만 ‘법적으로 등록말소가 가능하다’는 말과 ‘실제 등록말소 가능성이 있다’는 말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거리가 있다.

 

정몽규 HDC 회장이 5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열린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정상화 방안 관련 추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유병규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뉴시스
정몽규 HDC 회장이 5월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에서 열린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정상화 방안 관련 추가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유병규 당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뉴시스

정몽규 회장의 Message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산이 재개발사업 시공권 방어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간간이 전해지고 있다. 현산 측이 마감재 고급화, 미분양시 전량 매입 등 다양한 보상대책을 제시하고 있는데다 기존 어느 건설사보다도 차별화된 안전시공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산은 안전보건 관리체계 고도화, 산업보안과 정보보호를 통틀어 담당하는 CSO 선임 및 관련 조직 신설, 준공 10년 이내 현장에 대한 특별안전 점검 등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품질 및 안전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개발조합 단톡방을 들여다보면 시공사인 현산에 대해 불안감과 불신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터져나오면서도 오히려 ‘현산 측이 배수의 진을 치고 더 튼튼하고 좋은 아파트를 지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와 믿음을 표시하는 목소리 역시 많이 눈에 띈다.

다만 현산이나 현산의 지주회사인 HDC 주식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주주들의 분노와 절망감에 대해서는 현산 측도 특별한 대책을 내놓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포털사이트 증권탭의 현산 관련 종목 토론게시판에서는 아비규환인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규 회장은 현산의 지주회사인 HDC 지분 취득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현산의 지주회사인 HDC의 최대주주이자 정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있는 앰엔큐투자파트너스가 지분을 장내매수했다는 내용의 지분변동 공시는 화정 아이파크 사고 이후부터 6월까지 사이에만 15차례나 된다.

종목토론 게시판에서는 정 회장의 주식 매집에 대해서도 빈정대는 목소리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은 꾸준하면서 조용한 지분확대는 정 회장이 현산의 앞으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드러낸 메시지(message)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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