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선순환 구축하는 재고 시장, "알뜰하게 착하게"
유통 선순환 구축하는 재고 시장, "알뜰하게 착하게"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2.07.1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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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으로 알뜰 소비 성향 두드러져
리퍼브 상품 기획전 & 재고전문몰도 인기
재고 상품으로 ESG경영 실천하는 기업 증가

더피알타임스=최소원 기자

최근 고물가 시장이 연일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알뜰 소비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기업이 팔지 못한 재고나, 소비자가 반품하거나 제조‧유통 과정에서 외관에 문제가 생긴 리퍼브 상품(refurbished/반품‧전시 제품을 손질한 상품)의 거래가 활발해졌다.

롯데홈쇼핑은
롯데홈쇼핑은 7월 14일 알뜰쇼핑 전문관 주문 금액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알뜰 쇼핑 전문관, 리퍼브 상품 판매 등의 행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사진=롯데홈쇼핑 제공.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4.6% 올랐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6.0% 상승해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이 이어지자 필수품 외의 소비는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 식료품 등 필수품을 주로 판매하는 오프라인 유통업체 매출은 10.1% 증가했지만, 가전·문화 분야 매출은 9.7% 감소했다.

이커머스 업계, 기획전‧전문관 운영으로 재고 시장 확대

이런 소비 분위기에도 리퍼‧중고 제품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리퍼브 상품은 고객 변심으로 반품된 제품이나 전시됐던 물건을 재포장한 경우가 많다. 미세한 스크래치 등 하자가 있지만 성능은 새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상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된다.

‘롯데홈쇼핑’은 올해 2분기에 재고 상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17일 밝혔다. 리퍼브 제품의 2분기 일평균 주문 건수는 1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소비를 제안하는 알뜰 쇼핑 전문관, 리퍼브 상품 판매 등의 행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의 온라인 쇼핑몰 ‘롯데아이몰’에서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과 스크래치, 중고 상품 등을 판매한다. ‘리퍼관’에서는 가구, 가전, 유아동 상품 등 리퍼 상품을 비롯해 중고 명품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G마켓’은 최근 한 달(6.13~7.13)간 명품 리퍼브‧중고 제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증가했다고 전했다. 남성용 가방과 백팩 판매량은 390% 늘었고, 의류 및 잡화도 217%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명품 브랜드의 중고품이나 전시 상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티몬의 '알뜰쇼핑' 기획관은 리퍼브 상품이나 이월 상품 등을 티몬 상품 기획자(MD)들이 엄선해 소개하는 재고 상품 판매 서비스다. 사진=티몬 제공.

특가를 내세운 이커머스 플랫폼 ‘위메프’와 ‘티몬’도 알뜰 쇼핑 시장에서 우세하고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3개월(4.13~7.12)간 재고 상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1.02% 늘었고, 전시 상품 매출도 19.53% 증가했다.

티몬의 ‘알뜰쇼핑’ 기획관 5월 매출도 전달 대비 279% 늘었다. 알뜰쇼핑 기획관은 리퍼브 상품이나 이월 상품 등을 티몬 상품 기획자(MD)들이 엄선해 소개하는 서비스다. 밥상 물가 상승과 밀접한 식품 매출이 307% 급증했고, 뷰티(412%), 리빙(990%) 상품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들 플랫폼은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재고 시장을 확대해 왔다. 이커머스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반품 제품이 늘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리퍼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소비 방안으로 리퍼 및 재고 상품을 구매했다.

재고 상품만 취급하는 ‘재고전문몰’ 대두

과거에도 재고를 취급하는 전문 시장이 있었다. 길거리나 땡처리 매장에서 저품질‧비인기 제품을 값싸게 판매한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까, 재고 시장을 멀리했다. 질 낮은 제품만 재고 시장으로 흘러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알뜰하고 합리적인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재고상품을 제공하는 재고전문몰이 생겼다. 이들은 AS를 제공하고, 재고 물품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제품 신뢰도를 높인 것이다.

‘올랜드아울렛’은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업체이다. 스크래치 가구 할인 매장으로 명성 높으며 가전도 취급한다. 대형가전과 가구가 배치된 매장은 하이마트와 한샘 매장을 섞어놓은 느낌이다. 2010년 11월 설립돼 올해로 창립 12년차를 맞은 국내 최장수 리퍼브 업체로, 파주 본점을 비롯해 5개의 직영점과 9개의 전국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랜드아울렛은 1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 업체다. 사진은 올랜드아울렛 울산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올랜드아울렛은 15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리퍼브 전문 업체다. 사진은 올랜드아울렛 울산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제공.

 롯데아울렛 광교, 파주 등에서는 오프라인 리퍼브숍 ‘프라이스홀릭’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노트북, 히터 등 작은 가전제품과 장난감, 화장품 등의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온라인몰이나 홈쇼핑 등에서 단순 변심으로 교환 및 반품된 상품을 판매하는데, 정상가 대비 10%~80%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리씽크’는 사용한 적 없는 새 상품 재고와 사용감 있는 리퍼 재고, 고객변심으로 반품된 재고 상품을 취급한다. 해당 업체는 ‘재고 상품은 B급’이라는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전문 매장을 개설했다.

리씽크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에 제품 체험 및 리뷰 전문 매장 ‘리씽크 개봉관’을 선보였다. 일산 재고 센터와 롯데몰 광명점 매장과는 달리, IT기기와 가전 등 리씽크가 취급하는 다양한 재고 상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까지 전하고자 한 것이다.

리씽크 김중우 대표는 더피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통의 선순환 구축’을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고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고의 잠들어 있는 가치’를 깨우고, 기업‧소비자‧환경이 모두 윈윈(win-win)하는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씽크 개봉관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리씽크 제공.
리씽크 개봉관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리씽크 제공.

재고 상품으로 ESG 경영 실천하는 기업들

기업들은 발생한 재고를 최대한 감추려고 했다. ‘인기 없는 제품’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재고 상품에 대해 가지는 생각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되팔 수 있는 구조가 약했고, 폐기가 차라리 더 싸게 먹힐 만큼 돈 먹는 하마였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대부분 재고 상품을 소각해 왔다. 영국 명품 의류 업체 ‘버버리’는 2017년 향수‧의류 등 2860만파운드(약 420억원) 규모의 재고를 태웠다는 사실이 밝혀져 비판 받았다. 그 외에도 명품 업체들의 경우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소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도 2018년 프랑스 물류센터에 보관하던 생활용품 등 300만 여점을 매립장과 소각장으로 보낸 것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후 해외 명품 업체 및 아마존은 물품을 소각하는 대신 기부하는 방향으로 재고 처리 방식을 전환했다.

재고 상품을 재료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업사이클링(upcycling) 방식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폐기될 재고 의류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고 있다. 한섬이 만든 친환경 인테리어 마감재(섬유 패널)은 한섬하우스와 더현대서울 등의 공간에 활용되기도 했다.

올 3월 코오롱FnC의 패션 브랜드 '래코드'가 수선 리폼 서비스 '박스 아뜰리에'를 스타필드 코엑스에 오픈했다. 수선 리폼 전문가 '리메이커'가 고객과 1:1 상담 후 수선 리폼을 진행하는 맞춤형 업사이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진=뉴시스 제공.

코오롱FnC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RE:CODE)’ 매장에선 재고 의류를 새롭게 조합한 한정판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또 추억이 쌓인 옷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변신시켜주는 개인 맞춤 업사이클링 서비스 ‘리컬렉션’, 수선과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박스 아뜰리에(BOX ATELIER)’를 운영하는 등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코오롱FnC는 7월 14일, 자사몰인 ‘코오롱몰’과 함께 국내 패션기업 최초 중고 거래 서비스인 ‘오엘오 릴레이 마켓(OLO Relay Market)’을 론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4월 ‘솟솟릴레이’로 매입했던 코오롱스포츠 중고 상품을 검수 및 복원해 해당 마켓에서 재판매한다. 하반기부터는 럭키슈에뜨, 크론 등 중고 거래 브랜드를 늘려갈 계획이다.

‘이케아 코리아’도 자사 중고상품 거래 시스템을 강화했다. 한국 매장 4곳에서 운영하던 ‘자원순환 허브’ 서비스를 7월부터 온라인 채널로 확장한 것이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이케아의 전시 제품, 경미한 손상이 있는 제품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또 고객이 사용했던 이케아 가구를 매입해 재판매하는 ‘바이백 서비스’도 긍정적 자원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기부, 업사이클링, 중고 판매 등 재고를 활용하는 브랜드들의 가치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경영구조와 일치한다. 이러한 가치들이 시장에 요구되는 만큼 앞으로도 재고 상품을 처리하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과정이 중요하게 여겨질 테다.

재고 시장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필요한 영역이다. 소비자는 보다 싼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기업은 재고를 처리해 이익을 낼 수 있다. 또 재고와 반품 상품의 폐기를 막아 자원의 낭비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화할 수도 있다.

재고전문몰 '리씽크'의 일산 물류센터 내부 모습. 리씽크는 사용한 적 없는 새 상품 재고와 사용감 있는 리퍼 재고, 고객변심으로 반품된 재고 상품을 취급한다. 사진=리싱크 제공.

다만, 이러한 활동들에 앞서 재고를 최대한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문을 받고 제품을 생산한다거나 구매 분석 및 생산 관리를 통해 재고 오차율을 줄이는 노력, 제품 수명을 늘리기 위한 제품 개선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한편, 재고상품을 살 때에는 새 상품, 리퍼브 상품, 반품 재고 등 재고의 종류를 파악해야 한다. 흠집 유무와 성능, 출시 및 AS 기간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인터넷으로 구매할 때에는 최저가를 비교하고, 반품 가능 여부와 배송료를 살펴 혹시 모를 손해를 방지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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