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sumer Insight] ESG로 본 ‘공정무역’의 결심
[Consumer Insight] ESG로 본 ‘공정무역’의 결심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2.11.0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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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도상국의 자립 및 지속가능한 발전 위한 ‘세계적 소비자 운동’
신세계·SPC·스타벅스·롯데·CU 등 익숙한 브랜드 참여로 친숙해져

더피알타임스=최소원 기자

미국 공정무역 단체 ‘페어트레이드 USA’(Fair Trade USA)는 10월을 세계 공정무역의 달로 제정했다. 소비자들은 이 기간에 공정무역 인증 라벨이 붙은 제품을 구매해 개발도상국 생산자들의 삶을 돕고 공정함의 가치를 지지할 수 있다.

‘공정무역’은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생산자에게 유리한 무역 조건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소비자 운동이다.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바로잡아 생산자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산부터 제조, 공급, 판매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환경과 사회적 측면을 고려한다.

공정무역 마크.
공정무역 마크.

공정무역은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소비자에게 좀 더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고자 한다. 따라서 공정무역 제품은 제품의 윤리성은 물론 우수한 품질을 보장한다. 유해한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GMO 유전자 조작 등을 거친 제품은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공정무역 인증마크 제품’ 소비 운동이 정착된 나라에서는 신뢰와 투명성을 인정받은 공정무역 제품 판매량이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131개국에서 3만 7000개 이상의 공정무역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5개 기업이 공정무역 인증마크 사용권을 가지고 있으며, 52개의 공정무역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국내 공정무역 제품 판매액은 약 442억 원으로, 국내 제조기업이 생산한 제품 판매액이 141억 원, 해외 공정무역 완제품 판매액이 301억 원가량이다.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많은 식음료 브랜드들이 ESG 경영의 일환으로 공정무역을 도입하고 있다. 과거 커피, 차 등으로 한정되었던 품목도 과일잼, 아이스크림, 와인 등으로 확대됐다. 또 화장품, 건티슈, 종이 등의 소비재에도 공정무역 제품이 나타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상과 더 가까워진 공정무역

이전에는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하려면 온라인에서 주문하거나,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를 방문해야만 일부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국제공정무역기구에서 운영하는 공정무역 숍도 있었으나 일부러 찾아가야 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최근에는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사와 판매점이 늘어나면서 공정무역 제품을 좀 더 쉽게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공정무역 파트너로 신세계, SPC, 스타벅스 등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식음료 브랜드의 ESG 경영에 공정무역이 필수인 것처럼 회자되면서 다수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공정무역 인증 원두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은 롯데GRS다.

롯데GRS는 2019년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에 공정무역 인증 원두를 도입했다. 같은 해 공정무역 인증 원두를 활용한 커피 신제품 개발 등에 힘쓴 공로로 국제공정무역기구 생산자에게 감사패를 받았고, 화답으로 공정무역 인증 원두의 사용 확대를 약속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롯데리아, 크리스피크림도넛 등의 브랜드에 차례로 공정무역 인증 원두를 도입했다. 길거리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들 매장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만나게 된 것이다.

고츠 두 롬 와인 패키지.
고츠 두 롬 와인 패키지.

편의점 CU에서 선보인 와인 상품도 공정무역 제품이 우리 일상과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CU는 업계 최초로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Goats do Roam White’(고트 두 롬 화이트) 와인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신대륙 와인’으로 분류된다. 고트 두 롬 화이트 와인은 1963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와인 산지인 파를(Paarl) 마을에 설립된 페어뷰(Pairview) 와이너리에서 제조됐다.

공정무역 상품인 만큼 재배, 수확, 유통 과정에서 근로자가 받아야 할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국제공정무역기구가 정한 생산 기준을 준수했으며, 외부 기관의 철저한 모니터링으로 투명성도 확보했다. 페어뷰 와이너리는 와인 판매 수익 일부를 학교 설립, 직업 교육 등의 활동으로 사회에 환원하며 공정무역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CU가 공정무역 인증 상품을 선보인 이유는 와인을 즐기는 연령대가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MZ세대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CU의 와인 판매 매출은 2019년 38.3%에서 2021년 101.1%로 성장률이 급증했으며, 이 중 20대 소비자의 비중은 2019년 18.4%에서 34.6%까지 늘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2년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 경영과 기업의 역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5%는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 등의 객관적인 요소 외에도 주관적 가치가 소비를 좌우한다는 말이다.

CU는 젊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비건 와인, 친환경 인증 와인 등의 제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편의점의 접근성과 제품이 지닌 가치를 무기로 와인 소비자들의 발길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이러한 사례는 유통시장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지속가능한 발전, ESG 경영, 공정무역을 요구하면 시장은 그러한 제품을 선보일 수밖에 없다. 가까운 시장에서 이러한 가치를 발견한 소비자들은 구매로 자신의 니즈를 표출한다.

이런 구매 패턴이 수치화된다면 시장은 더 많은 가치소비 제품, 공정무역 인증 상품을 선보이려 할 것이다. 결국 품질이 보장되고 소비자가 요구하는 가치를 품은 공정무역 인증 제품을 일상에서 마주할 기회가 늘어날수록, 소비자들 사이에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이 퍼지고 더욱 공정무역 인증 제품을 요구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다양해지고 있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들

커피, 티, 초콜릿 등으로 대표되던 공정무역 인증 제품 품목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일잼, 와인, 아이스크림 등 더 많은 식품과 화장품, 티슈, 종이, 의류, 잡화, 예술품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이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달고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까다로운 공정무역 기준을 통과한 제품은 포장 전면에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새길 수 있다. 가능한 모든 재료를 공정무역 재료로 사용하고, ‘공정무역최저가격’ 보장, ‘공정무역 장려금’ 지급, 작업장 내 성평등 보장, 아동노동 및 강제노동 금지, 생물 다양화 및 폐기물 관리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관여한 모든 참여자를 추적할 수 있으며, 각 재료의 함유율을 제품 후면에 기재해야 한다.

네슬레, 유니레버, 까르푸 등 전 세계 2550여 개 기업과 롯데GRS, 올가, 한미타올 등 100여 개 국내 브랜드가 공정무역 인증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환경, 안전,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공정무역 제품의 수요가 높아지자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새롭게 등장했다.

공정무역-카라멜리의 _머스코바도 클렌징_ 제품 2종. 사진=카라멜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카라멜리의 머스코바도 클렌징 제품 2종. 사진=카라멜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국 최초로 공정무역 인증마크를 부여받은 화장품 브랜드 ‘카라멜리’는 올해 5월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기념하며 출범했다. 친환경 뷰티기업 디얼시(대표 백진주)가 론칭한 이 브랜드는 제3국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생산된 설탕을 재료로 한 클렌징 제품을 선보인다.

모리셔스 농가에서 수확한 머스코바도(비정제 설탕)에 독자적 기술인 ‘카라멜라이즈’ 공법을 적용해 액상화한 제품은 피부 자극을 줄인 채 피부 노폐물을 제거한다.

카라멜리의 클렌징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설탕 소비량이 급감하며 부담을 떠안은 설탕 농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백 대표는 “카라멜리는 제3국 설탕 농가에서 행해지는 아동노동 착취와 1달러의 일당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기업의 횡포 등 글로벌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모리셔스 설탕 농가의 행복한 삶에 기여하는 공정무역의 가치를 담은 브랜드”라고 밝혔다.

설랩의 코튼 패드 프롬 네이쳐 건티슈 제품. 사진=설랩 홈페이지 갈무리
설랩의 코튼 패드 프롬 네이쳐 건티슈 제품. 사진=설랩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2월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로부터 공정무역청년벤처 5호 인증을 받은 설랩 또한 화장품 제조판매업 회사로 시작했다. 설랩은 공정무역 인증 면화 제품 ‘코튼패드 프롬 네이처’ 기획서를 제출하며 위생용품 분야로의 확대를 꾀했다.

해당 건티슈는 공정무역 유기농 인증을 받은 유기농 면패드이며, 가제 손수건 및 건티슈로 사용 가능하다. 여기에 경기도 양평의 천연 유황 온천수로 만든 멸균 온천수 ‘떼르말스프링’을 적셔 피부가 약한 유아들을 위한 물티슈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미타올㈜, ㈜현대장식, 페어제너레이션 등이 공정무역 인증 면화를 이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의 공정무역청년벤처 인증을 받은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젤요㈜, 공정무역 떡을 생산하는 ㈜복담 등이 새로운 공정무역 제품을 선보이며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미영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정무역에 대해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사회 또는 시장의 환경 변화에 따라 부단히 변화해왔다”고 말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공정무역 인증 제품의 쓰임과 형태가 변화하고 있다. 지금 시대는 보다 안전하고 윤리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요구한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공정무역 제품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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