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본질은 콘텐츠 서비스와 독자 커뮤니티”
“잡지, 본질은 콘텐츠 서비스와 독자 커뮤니티”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2.1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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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커스]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는 (1)
최근의 디지털 미디어 사업 모델들, 잡지업계가 이미 과거에 했던 방식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사진=김경탁 기자
사진=김경탁 기자

미디어산업 지형 격변으로 잡지를 비롯한 기성 매체들이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4차 산업 시대 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를 주제로 한 ‘코리아 매거진 콘퍼런스’가 11월 10일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잡지 산업 : 액체 미디어 시대, 매거진 미디어의 대응전략’이라는 제목 아래 국내외 매거진 미디어의 대응 전략을 사례 중심으로 풀어냈다.

또한 호리우치 마루에 일본잡지협회 회장이 ‘디지털 대전환과 매거진 미디어의 미래’라는 제목 아래 일본 잡지업계의 디지털 대전환(DX화)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호리우치 회장은 세계 15대 출판사이자 일본 최대 잡지사인 슈에이샤(集英社) 회장이기도 하다.

콘퍼런스는 잡지 산업을 넘어 미디어산업 전체의 현 상황을 짚어보고, 향후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더피알타임스는 이날 콘퍼런스 내용을 토대로 매거진 미디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짚어봤다.

경계 흐려진 ‘액체 미디어’의 시대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먼은 근대사회에서 후기근대사회(포스트모더니티)로 넘어가는 변화를 단단했던 사회적 가치와 인종, 국가 같은 개념들이 유동화됐다는 의미를 담아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표현을 만들었다.

이성민 교수는 이 ‘액체 근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액체 미디어(liquid media)’라는 키워드로 현재의 미디어 환경을 설명한다. 액체가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콘텐츠 역시 형태와 기능을 다양한 미디어에 담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미디어가 지켜온 단단한 경계가 흐려져서 잡지 사업자들도 모두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동영상과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컨텐츠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고, 디지털과 온라인에서 출발한 사업자들도 종이로 된 무언가를 발간하기도 한다.

경계가 흐려지면서 일부는 위축되고 일부는 확장하는 상황에서 잡지라는 미디어의 힘도 액체적으로 사고해서 매거진 미디어의 본질에 집중하는 게 그 환경에서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성민 교수의 주장이다.

이성민 교수
이성민 교수

미디어가 아니라 콘텐츠 앞에 모인다

이 교수는 “디지털 스크린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넘나들며 소비하는 문화가 확대됐고 개별 미디어 단위로 구성된 이용자 집단이 콘텐츠 단위 팬덤 중심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은 미디어의 앞이 아니라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 앞에 모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 맥락에서 ‘잡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이 나온다.

정보과잉 시대 큐레이션 역할을 비롯한 문화적 가치(전문성, 심층성, 다양성, 참신성)와 콘텐츠 창작의 핵심 수단으로서 크리에이터의 등용문 역할 및 컨텐츠에 기반한 혁신산업으로의 진화 가능성을 포괄하는 경제적 가치 안에 매거진 미디어의 본질이 있고 거기에서 활로를 찾아야한다는 것이다.

지식정보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특정 전문분야에 특화된 지식정보서비스를 월정액 형태로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책과 잡지 발간 등으로 영역을 확장중인 ‘북저널리즘’이나 월정액제로 전자책 기반 잡지 구독서비스를 제공하고 오디오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밀리의서재’ 등의 디지털 미디어 성공 사례는 잡지업계가 향후 방향을 잡는데 참고할만한 사례다.

특히 중앙일보 계열의 전자미디어 ‘폴인’은 월정액 구독료의 가치를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행사에서 느끼게 해주는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데, 사실 이런 방식들은 과거 잡지산업이 성장하던 시기에 많은 매거진 미디어들이 이미 시행했던 사업모델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올드미디어로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매거진 미디어들의 성공적인 디지털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타임과 뉴욕커는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 사례로 인정받고 있고, 종이잡지 프리미엄 모델로 소개됐던 영국의 모노클은 충성팬덤에 기반한 굿즈 사업과 디지털 라디오 방송을 통한 잡지 구독 확대 등의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라쿠텐 재팬의 라쿠텐 매거진(육아와 라이프스타일 위주)과 도코모에서 제공하는 D매거진(주간지와 남성패션 위주)이 각각 월 이용료 380엔과 400앤으로 디지털 잡지 200개를 무제한 읽기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외 사례에서 나온 뉴미디어와 디지털 전환 성공사례들을 한 마디로 묶으면 ‘전문영역을 발굴해서 그쪽의 독자커뮤니티와 호흡하면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고, 이는 과거 왕성하던 시기 잡지업계가 늘 해왔던 일이다.

잡지를 비롯한 올드미디어들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을 무력하게 바라보던 시기도 있었지만 최근 디지털 미디어들이 시도하고 있는 사업모델들을 더 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잡지업계에 이미 누적돼있다는 말이다,

미디어 이용형태는 변화하지만 그 중심에는 콘텐츠 IP가 굳건하게 중심을 지키고 있다.
미디어 이용 형태는 변화하지만 그 중심에는 콘텐츠 IP가 중심을 지키고 있다.

‘독자와의 연결’에서 새 위치 찾기

미디어 생태학의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들은 복잡한 적응 시스템 안에서 공진화하고 공존(로저 피들러, 1997)”하며, “뉴미디어에 의해 완전히 대체·소멸하지 않고 새로운 적소를 찾아 새로운 환경에 적응(존 디믹, 2003)”한다.

이성민 교수는 “잡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어 “단순히 사라지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의 기회 속에서 기존의 강점들을 확장해나가는 노력들을 해보면 좋겠다”며 “상상을 제한할 필요는 없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독자들과 전문성을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이 매거진의 본질”이라고 지적한 이 교수는 “필요한 모든 양식을 쓸 수 있다”면서 “잡지는 인쇄매체에 묶인 것이 아니라 인쇄매체마저도 잘 쓰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각각의 매거진이 갖는 전문성과 그 전문성을 기대하는 독자들의 커뮤니티가 오랜 시간 잡지가 가졌던 사회적 힘의 본질이고, 한국사회에서 잡지 매거진은 특정한 전문성을 가진 집단들을 만들어냈고 그 집단들이 늘 사회변화에 기여해왔다.

“디지털 변화의 파고가 몰려와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 이 교수는 MaaS(Magazine as s Servic)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매거진 미디어는 전문성을 담보하는 브랜드의 힘을 가지고 독자들을 묶어내서 그 독자들을 기반으로 다양한 일을 해왔고 그것이 사업적 성공으로도 이어졌으며 이런 것은 디지털 시대라고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독자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매니저’가 매거진 사업자의 역할이자 서비스이고, 그 서비스가 충족된다면 전달하는 형태가 뭐든 사람들은 돈을 낼 것”이라며 “할 수 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매거진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가능성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12월 13일 디지털 전환 시대 매거진 미디어가 살아남는 법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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