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의 ‘고독한 행군’ (신간)
이계홍의 ‘고독한 행군’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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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0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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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공간의 격동기 청년 장교들의 고뇌와 좌절을 그린 대하소설(전4권)

소설가 이계홍 씨가 최근 4권짜리 대하 장편소설 ‘고독한 행군’을 종합출판 범우(주)에서 펴냈다. ‘월간문학’에 ‘행군-어느 민족주의자를 위한 변명’이란 제목으로 34회 장기 연재한 것을 이번에 ‘고독한 행군’으로 제목을 바꾸고, 작품도 일부 수정해 펴낸 것이다. 이 소설은 또 인터넷 시사 매체 ‘프레시안’에 인기리에 36회 연재되기도 했다.

                                   이계홍 장편소설

 해방 공간의 설익은 좌우 이념대결로 아까운 청년장교들이 희생된 이야기다. 10.1 대구항쟁, 4.3 제주항쟁, 10.19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청년 장교들의 고뇌와 함께 숙청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역사는 이들의 활약상을 암장(暗葬)하거나 입에 올리는 것을 금기시해 왔는데, 이계홍 작가는 이념의 차원을 넘어 당시 민족청년 장교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고뇌와 시대 모순 극복 의지와 함께, 외세 개입, 국내 지도자들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피를 부르는 이전투구 상황을 아프게 그리고 있다. 특히 일본 육사 생도들이 해방을 맞아 귀국하면서 민족장교로서 국가의 간성이 되겠다는 의지가 꺾이는 과정을 그린다.

1940년대 일본 육사 출신들을 보면, 56기 김종석 이형근 박임항을 비롯, 57기 박정희 이한림 김호량 김영수, 58기 박원석 최주종, 59기 황택림 홍승화 장창국, 60기 장지량 조병건 이성구 이재일 김학림, 마지막 기인 61기 오일균 등이다. 여기에 만주군 출신 백선엽, 최남근 이병주 이상진 등이 활약한 해방공간의 이야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외세를 배격하고 민족주의 이상국가를 꿈꾸다 외세 및 그 하수인들에 의해 처형되거나 행방불명된다. 이중 충북 청원 출신 오일균 이야기가 뼈대다.

일반적으로 일본 육사 출신 하면 친일파로 분류하지만, 당시 생도들은 해방이 되자 민족의 성원으로서 독립국가의 간성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가진다. 식민지 치하의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던 것에 대한 자기 성찰이다. 이들은 분단 모순을 괴로워하며 민족의식에 눈뜬다. 전승국 미국이 해방관리를 국민의 뜻과 달리 펼치면서 나라는 분단이 구조화되고, 여기에 국내 정국은 이념투쟁과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대립이 격화된다. 1946년 대구 10·1 항쟁, 1948년 제주 4·3항쟁, 1948년 10·19 여순사건을 계기로 일부 젊은 일본 육사 출신 장교들의 고뇌가 시대정신과 함께 표출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들 대부분이 사라진다.

이 소설은 기자적 현장성과 작가적 상상력, 증언과 기록을 중심으로 엮은 해방공간의 논픽션 형식의 스토리 텔링이다. 이야기는 박정희와 애인 이현란과의 ‘쫓기는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남로당 군책으로 육군 정보국의 추적을 받고 있던 박정희는 어느날 체포돼 따르던 후배들인 오일균 등 일본 육사생도들 명단을 제보함으로써 그 자신 목숨을 구하게 되는데, 대신 후배들이 대부분 체포돼 일망타진된다. 박정희가 살고자 발버둥쳤던 것은 오직 애인 이현란과의 사랑을 완성시키겠다는 간절함과, 중형이자 사회주의자인 박상희가 경찰 총에 맞아 피살됨으로써 가대(家代)가 무너진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따르는 후배들을 밀고한다고 해서 그들이 비참하게 숙청되리라고 보지 않은 오판도 있었다. 그는 결국 사랑과 가대를 위해 후배들을 배신한 셈이 되었다.

작가 이계홍은 30 수년 언론 현업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침묵 끝에 3년 전 역사 대하소설 <깃발> 5권에 이어 이번 제2탄으로 <고독한 행군> 대작을 선보이고 있다. 젊은 시절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펴는 듯하다가 언론계 생활을 하면서 사실상 문학을 중단했는데, 십여 년 전 퇴직과 함께 우리 역사의 내면, 그 중에서도 우리 역사의 수난기를 세밀하게 살피며 소설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 수난기는 임진왜란-병자호란 시기(작품 ‘깃발’로 소설화함)와, 구한말의 망국과, 해방 공간 등 크게 세 시기로 나눈다. 이에따라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극복의 중심에 섰던 정충신 이야기인 ‘깃발’ 이후 팔도도원수 장만 장군 이야기를 시사매체 ‘오피니언 타임스’에 연재(2020.9.21.-2022.1.7.)했다. 그리고 현대사로 시선을 돌려 해방공간의 상황을 파고들고 있는데, 그 결실로 이번 ‘고독한 행군’을 펴낸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좀더 역사의식에 투철하고, 분열과 대립상을 성찰하는 가운데 생산적으로 미래를 설계했더라면 분단 극복은 물론 보다 이상적인 민주국가를 가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이계홍은 “해방 공간의 이야기는 작가든 역사학자든 사회학자든 여전히 입체적으로 파고들어 작업을 펼칠 수 있는 광활한 무대”라면서 “이것이 제대로 파헤쳐지지 않은 것은 냉전 기득권 체제가 강화된 측면과, 여전히 그런 역사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런 면에서 그는 “제한된 영역이나마 최초로 우리나라 군대를 통해서 해방공간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았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70년대와 80년대 현장 기자로 활약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그릴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작가 이계홍은 전남 무안 출신으로 동국대 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아일보 문화부차장, 문화일보 사회2부장 문화부장 체육부장, 서울신문 수석편집부국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용인대 겸임교수,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를 역임. 1974 월간문학 신인상 소설부문 당선으로 문단 데뷔했다.

▶작품집으로 중편소설집〈비껴앉은 남자〉(신원문화사), 소설집 <밑천〉(문학아카데미), 장편소설 〈초록빛 파도〉(아사달의 꽃), 서울 노마드〉(문학나무),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야기〉(전 5권, 범우사), 역사소설 ‘불타는 나라-장만 장군 이야기’(오피니언 타임스 연재) 등이 있다.

▶ 인물전기 및 휴먼스토리로는 <울밑에 선 봉선화-홍난파 전기〉(우석출판사), <이계홍의 휴먼스토리〉(모아드림· 월간 《신동아》 연재 ‘이 사람의 삶’ 인터뷰집), 인물전기 ‘장군이 된 이등병 최갑석 장군’(화남출판사), 빨간 마후라 하늘에 등불 켜고-장지량 전 공군참모총장 이야기〉(이미지북),〈역사를 넘어 시대를 넘어-전 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장군 전기(국방일보 연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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