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 실효성 논란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 실효성 논란
  • 최소원 기자 (wish@the-pr.co.kr)
  • 승인 2023.01.06 1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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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증명사진 공개에 “실물과 전혀 달라” 제도 보완 요청 빗발
“최근 30일 이내 사진, 머그샷 공개 등 제도적 보완 필요”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공익에 기여 하는 부분 크지 않아”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재점화한 이기영(31). 이 씨는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 및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출처=뉴시스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의 실효성 논란을 재점화한 이기영(31). 이 씨는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 및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출처=뉴시스

더피알타임스=최소원 기자

이슈 선정 이유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는 국민의 안전과 연관된 문제다.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아닌 경우 언젠가는 사회에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에서 법률의 실효성은 국민 정서 및 국가에 대한 신뢰와 밀접한 만큼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사건 요약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 및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이기영(31)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이 2022년 12월 29일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기영의 나이와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은 촬영 시점이 확인되지 않은 운전면허증 사진 한 장. 현재 특정강력범죄법 관련 조항에 따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라 하더라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사진 촬영 및 공개를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 그러나 공개 가능한 증명사진은 과거 사진일뿐더러 포토샵 보정으로 지금 모습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실제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해범 전주환, 2020년 N번방 사건 주범 조주빈 등은 공개된 사진과 검찰 송치 과정에서 노출된 실제 모습이 너무 달라 해당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당시 마스크를 쓰고 패딩점퍼 모자를 뒤집어써 얼굴을 가렸다. 신상공개가 결정된 이후에도 검찰 송치 과정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여죄 수사나 추후 범죄 예방 효과 등 신상정보 공개의 효력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터넷상에서는 머그샷 공개 관련 규정과 법령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글이 게재되고, 일부 누리꾼은 이씨의 진짜 얼굴을 찾기 위해 SNS 등 ‘신상털이’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상황

최근 여야에서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령으로 공개 방법을 정하거나 최근 사진을 제출, 아예 머그샷(Mugshot, 범인을 식별하고자 구금 과정에서 촬영하는 얼굴 사진)처럼 수사기관이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특정강력범조처벌 특례법 개정안과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벌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살인, 강간 등을 저지른 흉악범의 신상은 최근 30일 이내에 촬영한 얼굴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때에는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촬영해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자는 내용이다.

주목할 키워드

국민 정서, 공공 커뮤니케이션, 사회적 효과

전문가

익명의 변호사, 김세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코멘트

익명의 변호사: 논란은 얼굴 공개의 실효성에 있다. 현 사건은 옛 증명사진이기 때문에 지금 모습과 다를 수 있고, 또 현재 모습은 송치 과정 중에서 드러나지 않아서 논란이 됐다. 쟁점이 '얼굴을 공개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얼굴 공개는 당연히 할 수 있고 또 돼야 하는 건데 실효성이 없다는 것.

근거는 '특정강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특강법)'에 있다. 원론적으로 얼굴 공개와 관련해 찬반 공방이 항상 있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입법적으로 어느 정도는 일축된 상황이다. 그렇기에 특강법 규정에 따라 경찰에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공개하기로 결정하면 중범죄 용의자의 신상을 노출할 수 있는 것이다.

공공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런 흉악범 얼굴 공개는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간이길래 그런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가?'와 같은 국민의 궁금증이 있고, 이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조치라고 보인다. 또 그렇게 조치함으로써 수사기관의 수사 활동에 대한 홍보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가 살아있다, '법이 살아있다'라는 국민적 정의감과 고양감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잘못을 하면 저렇게 신상이 공개돼 망신을 당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연스레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대중적 인식이 생기는 '일반 예방 효과'가 생긴다. 다만 그런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려면, 최근 발의된 개정안처럼 최근 30일 내에 찍은 사진을 공개하거나, 외국처럼 머그샷을 찍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김세환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어떤 특정 사안에서 커뮤니케이션할 때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환경 감시'다. 주변을 둘러보고, 사회적인 인식을 재고하거나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다.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는 이 중요한 기능을 충족시키는지에 대해 증명된 바가 없다.

현시대에서 흉악 범죄 용의자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대중의 감정을 각성시키고 순화하는 일종의 '분풀이' 기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제도가 사법적 측면이나 공공 정책적인 측면과 달리, 커뮤니케이션적으로 공익에 기여 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

오히려 용의자 신상공개로 인한 부작용도 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용의자에 대한 가짜뉴스가 퍼지거나 신상이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은 오히려 공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유죄 판결이 나지 전까지는 무죄를 추정하며 사회적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형법상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또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 중범죄자들의 출소 등에 맞춰 피해자에게 원치 않는 기억을 환기하는 일 또한 얼굴 공개가 됐을 때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1심 검찰 구형 이후의 신상공개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흉악 범죄의 죄질에 따라서 이름이나 생김새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게 공중의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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