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죽음? ‘업의 본질’에 찾아온 변화
소셜미디어의 죽음? ‘업의 본질’에 찾아온 변화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3.0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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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Check] 플랫폼들, 소셜 네트워킹과 뉴스 덜어내고 ‘취향’에 집중
뉴스산업과의 관계 고민하는 페이스북…네이버·다음이 먼저 걸어온 길

더피알타임스=김경탁 기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틱톡의 앱 로고 이미지. AP/뉴시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페이스북, 유튜브, 스냅챗, 틱톡의 앱 로고 이미지. AP/뉴시스

역사가 그리 길지도 않은 ‘소셜미디어’ 산업에 대해 ‘죽음’ 혹은 ‘시대의 종말’을 선언·경고하는 목소리가 해외 언론들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최초의 소셜미디어’라 할 수 있는 트위터와 그 개념을 정착시킨 페이스북이 최근 이용자 이탈과 실적 하락, 대규모 해고로 이어지는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유튜브와 틱톡 같은 영상 기반 미디어플랫폼들이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매스미디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소셜미디어’라 분류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셜미디어의 위기’는 그 ‘업의 본질’에 대한 위기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 ‘소셜(네트워킹)’과 ‘미디어’라는 본질의 퇴색 혹은 형해화(形骸化 : 내용 없이 뼈대만 있게 되다. 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IT회사 리자드 글로벌이 만들어 화제가 됐던 웹3.0 개념도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IT회사 리자드 글로벌이 만들어 화제가 됐던 웹3.0 개념도

마이크로미디어가 있었다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이 “21세기는 기존 매스미디어의 자리를 수많은 마이크로미디어들이 대체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은 2000년 1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였다.

2006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온라인 1인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컴퓨터 모니터 속의 ‘YOU’를 ‘올해의 인물’로 채택했고, 2008년 LG경제연구원은 기업들이 마이크로미디어 부상에 대응해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스스로 콘텐츠 제공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이크로미디어’는 UCC(User Created Contents) 동영상이나 블로그 게시물 등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미디어기업의 영향력 밖에서 만들고 유통하는 형태의 새로운 미디어를 뜻하는 신조어였지만 2010년 경 등장한 ‘소셜미디어’에 밀려 대중화되지 못하고 잊혀진 단어가 됐다.

영단어 media는 중위, 중간, 매개, 미술에서 제작 재료 등의 뜻을 가진 medium의 복수형이다. 흔히 ‘미디어’로 줄여 말하는 ‘매스미디어’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생략해 만들어진 단어로, ‘대중매체’라고 번역되지만 ‘매스컴’이라는 축약어를 쓰기도 한다.

1990년 이후 메이저 언론사들에 보도된 기사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빅카인즈 사이트에 따르면 ‘매스컴’ 키워드를 사용한 기사는 2016년부터 급격하게 줄었고, 그해를 기점으로 ‘소셜미디어’의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소셜미디어와 혼용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2013년과 2021년 두 번의 고점을 전후로 사용빈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1990년 이후 메이저 언론사들에 보도된 기사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빅카인즈 사이트에 따르면 ‘매스컴’ 키워드를 사용한 기사는 2016년부터 급격하게 줄었고, 그해를 기점으로 ‘소셜미디어’의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소셜미디어와 혼용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2013년과 2021년 두 번의 고점을 전후로 사용빈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개념적으로 따지면, 매스커뮤니케이션의 대척점에는 퍼스널 커뮤니케이션이 있고 매스미디어의 반대말은 ‘마이크로미디어(micro media)’다. 기존 매스미디어 주체들을 중요 플레이어로 받아들인 소셜미디어는 매스미디어와 마이크로미디어의 중간쯤에 업의 본질을 위치시킨다.

소셜미디어의 죽음 혹은 위기와 관련해, 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2022 해외미디어동향 3호 - 메타(페이스북)의 위기는 소셜미디어의 죽음일까’에서 이덕주 매일경제 기자는 소셜미디어와 추천미디어의 개념을 분리해 설명했다. 이용자의 선택과 취향에 기반한 알고리즘이 ‘친구’보다 중요한 유튜브, 틱톡 등은 소셜미디어가 아닌 추천미디어라는 것이다.

‘덜 디지털화된 시기’에 만들어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현실사회의 인간관계 연결을 확장해가는 ‘소셜 네트워킹’의 의미가 강했던 반면 처음부터 디지털 세계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신세대들에게 소셜의 확장은 별로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귀찮은 일이고, 이들의 소셜미디어 이용 목적은 관계보다 ‘취향’에 집중돼있다고 이덕주 기자는 지적했다.

네티즌의 사이트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문제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업체 공통의 관심사이다. 무한경쟁은 각각의 미디어 플랫폼들끼리는 물론 각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벌어진다.

이 기자는 “사용자들의 주목을 얻는 측면에서 추천미디어는 소셜미디어를 이미 압도했다”며 “내 친구나 내가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좋아한 것보다는 추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추천한 것이 사람들의 시선을 더 오래 잡아끌고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이미 벌어졌던 일들

이용자 취향(여러 ‘선택’이 누적된 빅데이타에 근거한 알고리즘) 중심의 타깃 광고로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했던 페이스북은 아예 추천미디어로 성격 변화를 꾀하고 있고, 계열사인 인스타그램 역시 피드 배열 방식을 바꿨다가 유저들의 거센 항의에 한발 물러서는 일이 있었다.

(위) 인스타그램 팔로워 3억6100만 명의 슈퍼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는 인스타그램이 틱톡처럼 친구들이 아닌 알고리즘 중심으로 피드를 바꾸려는데 불만을 표출해 인스타그램 CEO로부터 항복 선언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2022년 11월7일 뉴욕에서 열린 CFDA 패션 어워드에 참석한 카일리 제너. AP/뉴시스 (아래) 틱톡처럼 변한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만들어달라는 청원. change.org에 올라온 것을 카일리 제너가 공유했다.
(위) 인스타그램 팔로워 3억6100만 명의 슈퍼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는 인스타그램이 틱톡처럼 친구들이 아닌 알고리즘 중심으로 피드를 바꾸려는데 불만을 표출해 인스타그램 CEO로부터 항복 선언을 이끌어냈다. 사진은 2022년 11월7일 뉴욕에서 열린 CFDA 패션 어워드에 참석한 카일리 제너. AP/뉴시스 (아래) 틱톡처럼 변한 인스타그램을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만들어달라는 청원. change.org에 올라온 것을 카일리 제너가 공유했다.

이러한 가운데, 구글이 예고한 ‘크롬 브라우저 쿠키 타사 지원 중단’으로 인해 타깃 광고가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2022년 5월 “맞춤형 광고 표시 등을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하지 않는 가입자의 서비스 이용 제한”을 예고했다가 두 달 만에 철회한 일은 20년 전 대한민국 1위 포털이었던 ‘프리챌’의 몰락을 연상시켰다.

2002년 프리챌의 전면적 커뮤니티 유료화 선언은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다수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져온 치명적 실수였고, 성급하고 강압적인 대고객 메시지는 이용자들의 엑소더스(대탈출)로 이어졌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높은 위상을 당연시하고, 스스로가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지 못해 오만한 결정을 내렸다가 낭패를 본 대표적 사례로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야후, 엠파스 등 여러 포털이 경쟁을 벌이던 2005년의 ‘파란닷컴 사건’도 꼽을 수 있다.

대중의 관심이 쏠리게 마련인 연예·스포츠 기사의 위상이 포탈들의 네티즌 유입경쟁에 의해 올라갔던 시기, 스포츠신문 5개사는 KT 계열의 하이텔과 한미르가 합쳐져 탄생한 새로운 포털 사이트 파란닷컴과 거액의 기사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 독점계약은 파란닷컴의 안착이 아니라 연예·스포츠 전문 인터넷 언론사 난립이라는 결과를 낳고 1년 만에 종료됐다.

뉴스산업과의 애증관계

‘소셜미디어의 위기’는 소셜미디어 등장과 함께 거론되어온 ‘뉴스산업의 위기’와도 맞닿아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이전까지의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과 차별화되면서 ‘소셜미디어’라는 개념을 개척할 수 있었던 것은 2006년 도입된 ‘뉴스피드’ 기능을 통해 뉴스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여론 형성 기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파워 트위터리안 출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최초의 ‘파워 트위터리안 출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AP/뉴시스

외신에서 ‘소셜미디어 시대의 종말’ 혹은 ‘소셜미디어의 죽음’에 대한 언급 빈도가 급격히 높아진 것은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악명을 쌓아온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2022년 10월부터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죽음’이라는 키워드가 처음 언급된 것은 최초의 ‘파워 트위터리안 출신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이다. 트럼프는 ‘가짜뉴스’라는 말을 글로벌 유행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픽=언론재단의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그래픽=언론재단의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외신들이 소셜미디어업계를 향해 ‘언론사 생산 뉴스콘텐츠에 무임승차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던 2018년부터 소셜미디어 산업에 대해 시한부 진단이나 사망 선고를 내리거나 그에 준하는 위기를 경고하는 기사가 잇달아 나오기 시작한 것 역시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뉴스콘텐츠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압박에 페이스북은 2019년부터 ‘뉴스탭’을 만들어 언론사들과 계약을 맺어 콘텐츠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2021년 호주 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에 콘텐츠 비용 지불을 강제화하는 입법을 강행했고 세계 각국에서 유사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결국 2022년 페이스북은 “2019년과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언론사에 대한 콘텐츠 비용 지불 중단 방침을 선언했고, 아예 뉴스 자체를 페이스북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한국의 언론산업계가 네이버와 다음 포탈의 뉴스 플랫폼으로서 역할 비대화에 위기감을 느끼면서 포탈에 대해 다양한 압박을 쏟아내고, 포탈 측은 언론계를 달래기 위해 여러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시기로부터 10년 정도가 흐른 시점이다.

소셜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의 대척점 혹은 대체제로 주목됐지만 양자의 관계는 서로 협력·보완하며 공생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 사진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AP/뉴시스
소셜미디어는 매스미디어의 대척점 혹은 대체제로 주목됐지만 양자의 관계는 서로 협력·보완하며 공생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 사진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AP/뉴시스

페이스북·트위터보다 훨씬 빠른 2000년에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와 2003년에 미디어다음을 만든 다음(현 카카오)은 ‘미디어’로서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요구에 시달리다가 트래픽의 핵심이었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 폐지 등 뉴스 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

과거 뉴스 생산과 유통을 전담했던 매스미디어들이 유통 기능의 큰 부분을 인터넷 플랫폼기업에 빼앗겨 수익성 하락과 저널리즘의 저질화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탈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는데, 가해자 취급을 받는 플랫폼들 역시 ‘탈뉴스’를 고민중이라는 말이다.

한편 국제잡지협회(FIPP)는 2021년 5월 빅테크 기업들과 미디어 기업들이 키워온 협력적 동반자 관계(종속성을 포함한)를 분석한 보고서 ‘Big Tech and You’에서 ‘가난한 언론사들’에게 “그만 징징대고 싸워라. 악마화는 관두고 부역하라. 뒤를 돌아보지말고 혁신하라. 탓하지 말고 이용하라”는 충고를 던졌다.

언론재단 해외미디어동향을 쓴 이덕주 기자도 “소셜미디어의 시대가 끝나가고 플랫폼이 규제를 받는 시대가 오고있다”며, “언론사 위기의 모든 책임을 플랫폼(포탈)에 돌릴 수 없는 시대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언론재단의 조사분석 보고서 ‘2022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나오는 각 매체와 플랫폼/서비스의 뉴스·시사정보 신뢰도 그래픽. 언론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대해 80% 이상이 “모르겠다”는 답을 한 것이 눈에 띈다.
언론재단의 조사분석 보고서 ‘2022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나오는 각 매체와 플랫폼/서비스의 뉴스·시사정보 신뢰도 그래픽. 언론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대해 80% 이상이 “모르겠다”는 답을 한 것이 눈에 띈다. 아예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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