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확실성이 확실한 시대,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인터뷰] “불확실성이 확실한 시대, 위기는 곧 기회가 된다”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3.02.03 0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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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시너지힐앤놀튼 대표가 말하는 PR인들의 입장

더피알타임스=김영순 기자

정현순 시너지힐앤놀튼 한국 대표이사 겸 아시아 총괄 대표.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을 전망하기 위해 만난 사람은 정현순 시너지힐앤놀튼 한국 대표이사 겸 아시아 총괄 대표다. 24년째 한국 법인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시대를 헤쳐나갈 기준을 무엇이라 보고 있을까? 그녀는 우선 2023년을 단적으로 지칭하는 키워드로 ‘불확실성의 지속’을 꼽았다.

“팬데믹이라는 아무도 예상 못 했던 문제는 과거가 됐고, 이제 그보다 중요한 문제인 전쟁, 인플레이션, 에너지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2023년에도 지속될 것입니다. 이미 다양한 지표들과 기업 실적 발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호가 왔어요. 상반기까지 어렵다고 전망하지만, 하반기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긴축 다음에 올 것들을 보라

정 대표는 기업 오너 입장에서 조절되지 않는 요소들이 현재 너무 많다는 것을 불확실성의 주요 이유로 들었다. 아무리 전략가라도 불확실한 선택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긴축 경영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이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과 여의도 금융권에서는 감원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시선은 긴축 다음 단계를 보고 있었다.

“긴축을 한다고 미래에 대한 고민과 전략을 안 하느냐, 그걸 안 하면 또 불안한 거죠. 하반기부터 어떤 양상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긴축이 굉장히 다급하지만 손 놓고 있자니 불안한 상태가 현재 기업들의 상황입니다. 그래서 국내외 기업들 모두 긴축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게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하지만 긴축이 끝나고 예전으로 돌아왔을 때, 그 모습이 과거와 똑같은 형태일지는 미지수죠.”

정 대표는 2023년 상반기가 짧게는 하반기, 길게는 앞으로의 2~3년을 준비하는 타이밍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리고 그 기간에도 홍보의 역할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놨다.

“긴축 시기지만 우리의 근본이 되는 명성 관리, 이슈 관리, 사회공헌 등은 긴축이 없어요. 이런 부분이 더 중요해지면 중요해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기에 한편으로는 기회가 왔다 싶어요. 우리의 진짜 가치를 부각해서 좀 더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R의 위상을 추켜세우고 통찰력과 전문성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정현순 대표
PR의 위상을 추켜세우고 통찰력과 전문성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정현순 대표.

ESG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렇다면 긴축과 위기의 시대에 기회를 얻기 위해 홍보인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각오나 다짐, 액션,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전체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거예요. 국내 홍보하는 사람은 국내만, PR하는 사람은 언론 보도에 대해서만 다루기 마련인데, 전 세계 뉴스, 상황 등 모든 것에 대한 전망과 해석을 알아야 해요. 그것은 경영진의 생각과 고충과 챌린지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 대표가 요구하는 홍보인의 역량은 한마디로 CEO 등 C 레벨에서의 대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전반적인 식견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보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는 그들과의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돌아가는 상황, 세계 경제까지 모두 아울러서 파악하고, 그 안에서 홍보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ESG와 관련된 화두들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ESG에 대해 진지하게 계속 연구하고, 추진, 실행 중에 있다. 정 대표는 ESG를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 생존이 걸린 굉장히 중요한 핵심 영역이라고 봐야 하며, 아직 세팅되지 않은 기업은 반드시 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 경제는 근본적으로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대부분의 대기업은 많은 매출이 해외에서 나오는 사실상 다국적 기업이다. 다국적 대기업은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ESG를 하면 안 된다. 우리보다 훨씬 앞선 유럽과 미국의 상황에 맞춰 세팅해야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국내 대기업들이 ESG에서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해외 다국적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ESG는 앞으로 더 강화되면 됐지 줄어들 일은 없을 것이다.

CCO의 역할이 커지는 해외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정 대표는 ESG가 경영진 몇 사람의 의견으로만 결정되면 안 되고, 제대로 실현하려면 직원들의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SG에 대해선 반드시 직원들이 전사적인 목표를 이해하고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할지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회사 전체가 진심이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ESG를 하는 효과가 있죠. 요즘 MZ세대는 당연히 그런 걸 요구하고, 해외 인력도 취업할 때 기업의 그런 부분을 중시합니다. 또한 명성 관리의 경쟁력도 ESG예요. 소비자 조사를 해도 사회적 책임이 굉장히 높게 나오니까요. 아쉬운 점은 ESG를 너무 별도로 분리해서 세팅한다는 느낌이에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해야죠. 그런데 ‘그걸 누가 해야 되나’ 부분에서 혼선이 오는 듯해요. 제가 명확히 알려드리자면 그 부분은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며, CCO(Chief Communication Officer)가 있으면 논란거리가 없어집니다.”

피할 수 없는 과정에서 생길 혼돈

우리나라에서 홍보는 미디어 관리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자연스럽게 기자 시스템, 인간관계 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비중의 불균형이 홍보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정 대표는 다국적 기업이나 해외를 보면 CCO의 비중이 커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PR이란 단어도 쓰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광범위하게 들리겠지만 내부 직원, 정부 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 중 하나로 언론도 포함되어 있을 뿐이에요. 해외 기업에서 CCO는 CEO가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이 되고 있습니다. CCO는 미디어뿐 아니라 사회 흐름, 법규, 정책까지 파악하는 등 다루는 영역이 굉장히 확장되고 깊어지고 있으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중이에요.”

정 대표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것은 ESG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피할 수 없는 과정에서 혼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PR인이 해결해줘야 한다.

“PR인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커뮤니케이터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찾아내야 합니다. ESG 이슈가 종종 현황 위주로 가곤 하는데, 그보다 더 나아가 ESG 활동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고, 명성 관리나 리스크 관리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결국 본인 스스로 그 내용을 자기화하고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CEO들은 이제 확신이 섰다

시너지힐앤놀튼은 해외 네트워크가 많아서 팬데믹 전에는 정부 프로젝트와 대기업의 해외 홍보, 다국적 기업의 국내 홍보에 특화되어 활동했다고 한다. 현재는 명성 관리가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시대의 흐름을 따라 성장하는 중이며, 컨설팅 요구가 많아진 점도 특징이라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변화가 커졌어요. 본사 차원에서 ‘한국이 중요한 나라인가’를 고려할 때, 중국의 변화 때문에 어떤 특정 업계에서는 한국이 중요해졌어요. 여기에 해당되는 게 특히 에너지 기업이죠. 우리나라가 2차 전지, 자동차에 강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B2B, IT 분야에서도 한국이 중요합니다.”

정 대표는 C 레벨들이 팬데믹 기간 중에는 고민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선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 속도를 높여 변화가 더 빨리 진행되길 바라는 듯하다고 부연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실천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것이라는 의미다.

“요즘은 1년, 2년 사이에도 기업 순위가 바뀔 수 있잖아요. 너무나도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흐름과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듯합니다. 대기업들은 각 계열사에서의 변화가 작년부터 본격화됐어요. 올해 상반기 불경기 때문에 좀 위축되는 부분은 있겠으나 속도를 늦추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귀한 줄 알고 그만큼 대접해주면 직원들도 그 진심을 알고 사소한 불만은 상쇄하고 넘어가기도 하죠.” 이렇게 직원들을 따뜻하게 품는 이유또한 정 대표가 직원의 행복이 최고의 성장 전략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더욱 커지는 명성 관리와 역량 강화의 중요성

정 대표는 2023년 상반기에도 기업의 명성 관리 수요는 변화가 없고, 오히려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단에는 실적 차원의 근거가 있었다. 회사 자체가 팬데믹 기간 중에 큰 성장을 이뤘고, 명성 관리 부문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올해 시너지힐앤놀튼이 선택한 가장 큰 챌린지는 직원 교육이다.

“세상일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입 직원들이 내 얘기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이해시켜야 하죠. 이해를 해야 자기화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가 총괄하는 아시아는 2주에 한 번씩 전체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의무교육 세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 실생활과 업무에 밀접한 주제를 갖고 해당 전문가들이 OJT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이것이 올해 중요한 목표예요.”

정 대표는 이제 명성 관리도 덮고 포장하고 미화하는 것은 너무 티가 나서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명성 관리가 단순한 단기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평소 위기관리를 못 하고 있다가 갑자기 문제가 터졌을 때 요청할 경우에는 우리도 선별할 수밖에 없어요. 결과가 안 나올 것이 뻔하니까요. 이제는 모든 과정이 노출되잖아요. 그래서 기업의 의지, CEO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해요. 점점 더 C급 레벨이 중요해지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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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2-03 09:23:47
^^와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홍보대행사 오너분들의 깊이 있는 인터뷰 계속 시리즈로 나왔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좋은 기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