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형 광고 ‘무제한 자유’가 만든 수렁…언론 신뢰도 추락
기사형 광고 ‘무제한 자유’가 만든 수렁…언론 신뢰도 추락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3.03.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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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이슈]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 ‘기사형 광고 인식 조사’ 충격적 결과 (2)

신문법 구분편집 위반 과태료 폐지…잡지법 조항 남았지만 집행 사례 전무
사기 피해 발생부터 ‘언론사 책임’ 인정하는 판결 나오기까지 7년 소요돼

더피알타임스 김경탁 기자

공정위의 SNS 부당광고 상시 점검 결과 발표 이후 수많은 언론매체들에서 이를 크게 보도하며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공정위의 SNS 부당광고 상시 점검 결과 발표 이후 수많은 언론매체들에서 이를 크게 보도하며 일부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의 도덕성을 질타했다.

“우호적으로 쓴 기사는 다 광고잖아요?”에서 이어집니다.

법적 규제수단이 없다보니 기사형 광고로 인해 실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들은 언론사에 대한 직접 소송에 기대야하지만 이 역시 무의미하고 비현실적이다.

2018년 대법원은 35억여원의 사기 피해를 낳았던 ‘도깨비쿠폰’ 사건과 관련한 한경닷컴의 기사형 광고 게재에 대해 “신문사가 자신의 보도기사를 신뢰한 독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방조에 의한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도깨비쿠폰 사건’은 2011년에 있었던 일이고, 주범의 사기 범죄 관련 징역형이 확정된 것은 2014년이다. 사기 피해자들이 한경닷컴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2015년이었다. 피해 발생 후 언론사 책임이 대법원에서 확정되기까지 7년이 걸린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법원 판례가 나온 후에도 언론계의 기사형 광고 관행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돼왔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2022년 한 해 동안 종이신문 68종과 잡지 54종 등 오프라인 매체 122종을 대상으로 심의한 결과 불법적 기사형 광고 1만1187건을 적발해 ‘주의’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 숫자는 2021년에 처음으로 1만건을 넘었다(1만1342건)고 한다.

언론재단이 지난해 12월 31일 발행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를 보면, 뉴스 이용률에서 종이신문은 9.7%, 잡지는 0.7%에 불과하고 인터넷이 77.2%였다. 뉴스 이용률이 미미한 오프라인에서만 연간 1만여 건이 적발됐으니 온라인에서의 불법적 기사형 광고 규모는 예측불가 수준임을 짐작하게 된다.

과태료 부활이 안되는 이유

기사형 광고 인식 설문에서 응답자의 93%는 구분 편집 의무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필요성에 공감(매우 동의 39.7%, 동의하는 편 53.3%)했고,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한 과태료 부활 법안 발의가 여야 구별 없이 꾸준히 시도됐지만 몇 년째 성과는 없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2021년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기사-광고 구분 편집 의무 과태료 신설 법안에 대해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최적의 수단을 모색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문체위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가 제작되는 언론 환경에서 정부가 ‘기사와 광고를 구분한 편집’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서 법률을 통한 제재 보다는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등 이해관계자의 우려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광고가 금지되어 있거나 제한사항이 많은 제품(전문의약품, 담배 등)이 독자들에게 기사형광고로 노출되어 심각한 폐해가 우려된다”며 개정안에 찬성 입장이다.

포털사이트 운영사 등이 포함된 인터넷기업협회도 “기사와 광고를 구별하기 힘든 현실을 고려해 언론사가 기사형광고를 전송할 수 없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인터넷신문협회는 “법률 개정보다는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한국신문협회는 “국내외 광고시장의 변화 흐름에 역행하는 규제이며, 언론에 대한 과도한 제재”라며 적극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언론판이 SNS보다 무법지대?

2019년에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뒷광고 행위를 한 사업자(광고주)를 제재한 이후 SNS에 대한 모니터링을 이어오고 있는 공정위는 2월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부당광고 상시 점검 결과 발표’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릴스’ 포함), 유튜브(‘쇼츠’ 포함) 등 주요 SNS 점검을 실시한 결과 뒷광고 의심 게시물 2만1037건을 적발하고 3만1064건의 자진시정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수많은 언론사들이 그 내용을 받아서 보도했다.

공정위는 “발견된 일부 악의적 위반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 최종적으로 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며 “지속적으로 SNS 점검과 사업자 대상 교육·홍보 등을 병행하여 업계 내 자율적 법 준수 문화를 확산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2009년 당시 신문법에서 구분 편집 의무 과태료가 삭제될 때 관심밖에 밀려나 방치됐던 잡지법에 1천만원 이하 과태료 규정이 남아 있음에도, 문화체육관광부는 실제 부과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중이다.

뒷광고 제재를 받는 인플루언서들과 달리 언론계가 기사형 광고 집행에 있어서 사실상 무제한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기사형 광고=기사 아님=가짜뉴스?

언론재단 미디어센터의 인식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기사형 광고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로 △소비자의 합리적 판단 왜곡(84%), △소비자/독자 기만(73.2%), △언론에 대한 신뢰 하락(73.1%), △광고에 대한 신뢰 하락(63%) 등을 꼽았다.

특히 응답자의 50%는 ‘기사형 광고’의 신뢰성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는 일반 광고의 38%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같은 비용을 썼을 경우 일반 광고를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보다 기사형 광고를 냈을 때 얻는 효과가 더 낮다는 말이다.

응답자들의 기사형 광고에 대한 부정평가는 객관성·중립성 항목에서 더 두드러져서 각각 57.7%·60.9%를 기록했고, 그나마 강점이 유지될 수 있는 정보성 항목마저도 41.9%가 부정적으로 평가해 일반 광고에 대한 부정평가 23.2%보다 높았다.

애초에 ‘기사형 광고’가 등장한 이유는 신문기사에 대해 독자들이 갖는 신뢰와 믿음을 광고가 그대로 물려받고자 함에 있는데, 독자를 속이려 했다는 배신감이 오히려 일반 광고보다 더 믿음을 얻지 못하게 했고, 나아가 ‘가짜뉴스’로 취급될 위험까지 안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일반 기사까지 기사형 광고로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기사에 대한 신뢰 자체가 근본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자율규제라는 이름의 무법 상황이 세상에 폭로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착하고 곧은 성품을 가진 사람에 대해 법이 규정하지 않는 도덕률까지 스스로 잘 지킨다는 칭찬의 뜻을 담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관용구가 쓰였었다. 요즘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양심을 지키는 이들에 대해 ‘법에 의한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한 시대라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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