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크로스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포용하다
360도 크로스오버 커뮤니케이션을 포용하다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3.05.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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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옥 GM 한국사업장 전무가 말하는 GM 홍보 전략

더피알=김영순 기자 | 지난 3월 제너럴모터스(이하 GM)가 킨텍스에서 진행한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 론칭 행사가 신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신차의 특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시장을 하나의 가상도시 환경으로 만들고 댄스 크루 등을 활용해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무대를 선보인 것이다.

GM 한국사업장은 신차가 가진 아메리칸 정통 DNA를 보여주기 위해 행사장을 GM 본사가 위치한 미국 디트로이트 르네상스타워 앞 제퍼슨 애비뉴처럼 구현하고 실제 차량이 달리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미국 차가 아니라 우리나라 기술진들의 재능과 기술이 융합된 차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등을 삽입하여 미국 도시이면서도 서울이 보이게끔 했다. 거기에 댄스 크루 위댐보이즈의 화려한 스트리트 댄스 공연까지 결합되어 기자들 사이에서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우리만 보기 아깝다’라는 평이 나왔다.

윤명옥 홍보부문 전무는 GM 한국사업장의 기업홍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 제품홍보(제품커뮤니케이션팀), 사내홍보(인터널커뮤니케이션팀)를 총괄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윤명옥 홍보부문 전무는 GM 한국사업장의 기업홍보(미디어커뮤니케이션팀), 제품홍보(제품커뮤니케이션팀), 사내홍보(인터널커뮤니케이션팀)를 총괄하고 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여정’으로서의 PR을 쏘아 올리다

이어진 시승 행사와 회사 내외부 직원들을 위해 준비한 추가 행사까지, 홍보 기획의 세밀한 면모를 볼 수 있었던 이 이벤트를 추진한 사람은 윤명옥 GM 한국사업장 홍보부문 전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저희의 사활을 건 차입니다. 마침 회사가 계속 적자에 시달리다 흑자 전환을 달성했기에,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서 이 차가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공부해보니 차의 홍보는 스펙에 포커싱되는 경향이 있더군요. 소비자로서 제가 봤을 때는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신차를 보도할 기자들에게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춰 차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이벤트는 자연스레 화제가 되었고, 4일 만에 사전 계약 1만 대를 돌파하며 판매 신기록을 세우는 성공을 견인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의 반응 또한 열광적이다. 이러한 성공은 쉐보레 등 다른 모델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 또한 발휘했다. 그러나 트랙스 크로스오버라는 꽃을 피운 GM 한국사업장의 홍보 역사는 녹록지 않은 배경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윤 전무는 자신들의 작업을 긴 여정이었다고 표현한다.

부정을 긍정으로 극복하라

“2020년에 입사하고 보니 GM은 자랑할 게 많은 브랜드인데 한국에선 꼬리표 두 가지가 달려 있었어요. 하나는 철수설, 또 하나는 강성 노조였죠. 우선 구성원들 모두에게 군산 공장 철수에 대한 아픈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가 금속노조에 속하다 보니 어소시에이션이 강했는데, 파업 같은 이슈를 거치며 공고해진 상태였죠. 훌륭한 제품에 대한 브랜딩이 아니라 기업 이슈에 집중되어버린 GM한국사업장의 이미지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진 새로운 패러다임, 퍼스펙티브와 자동차 산업에서 오래 일한 홍보부문 멤버들의 전문성을 모아 가열찬 논의를 했습니다.”

논의 결과 프레임을 바꿔서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스토리텔링으로 옮겨가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우선 노조에 대한 대처 방식을 정리했다.

사진 =전재현 포토그래퍼
사진 =전재현 포토그래퍼

“노조는 파트너입니다. 그런데 임단협이 시작되면 미디어의 부정적 이슈가 커져요. 부정 이슈를 없앨 수는 없지만 최소화하고 긍정 이슈를 더 많이 생산하기로 했습니다. 협상은 협상장에서 이뤄지게 해야지 미디어상에서 이뤄지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줘요. 미디어 협상이 되면 양쪽 다 잃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회사 입장을 직원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메시지를 동일하게 전달하고 미디어 노출을 최소화하자는 방향성을 잡았습니다. 전문성과 다양성을 가진 유능한 팀원들 덕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제 역할은 리더십을 발휘해 전체적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 팀원들에게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거였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재들을 한데 모아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직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필수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선정한 기업 홍보부문 ‘2022 자동차인’에 선정되기도 한 PR 전문가 김병수 부장, 지난해 GM 브랜드 데이 행사부터 이번 트랙스 크로스오버 미디어 쇼케이스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자타 공인 BTL 전문가 안상준 부장, 기업 홍보 등을 거치며 커뮤니케이션 전문성을 보유한 염지연 부장 등 세 명은 글로벌 리더십에서 격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로 큰 역할을 한 주역이다.

“다양한 접근 시각을 통찰하고 하나로 묶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각 팀에서 역할을 해주고 계신 팀원들, 그리고 홍보 대행사(NPR), 이벤트 대행사(블루인) 등 모든 전문가들과의 ‘원팀 기조’(One Team Spirit)가 빛을 발하고 있어 기쁘고, 이러한 기조로 새로운 GM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녀는 솔직한 소통과 팀원에 대한 믿음이 조직 몰입을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열린 쉐보레 트랙스크로스오버 미디어 쇼케이스. GM 한국사업장 커뮤니케이션팀과 홍보대행사 NPR 단체사진.
지난 3월 22일 열린 쉐보레 트랙스크로스오버 미디어 쇼케이스. GM 한국사업장 커뮤니케이션팀과 홍보대행사 NPR 단체사진.

홍보는 기업 변화의 대변자

긍정으로 부정 영향을 극복하자는 홍보 방향성은 전사 차원의 외부 홍보에도 그대로 적용하기로 확정됐다. 그래서 지난 20여 년 동안 GM이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투자하고 고용하여 직원 가족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떻게 서플라이어들이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어필하자는 방향성이 도출됐다.

“묻혀 있던 긍정성을 다 꺼내서 부정 이슈를 덮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회사가 변화하고 있다,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투자를 하고 있으며, 신제품도 나온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계획이 세워짐에 따라 지난 1년여 동안 윤 전무와 홍보부문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다. 1조 원을 들인 창원 공장이 완공되자, 작년 10월 20주년 행사 때 기자들을 초청해 천문학적 금액이 투자된 공장을 보여주고 신차를 예고하며 기대치를 올렸다. 올해 1월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함으로써 긍정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2월에는 신차 시에라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3월에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발표하며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시켰다.

“완전한 만족이란 있을 수 없지만 저희가 지난 1년 동안 이룬 성과는 막대하다고 평가합니다. 본사에서도 내러티브(Narrative)가 바뀌었다고 판단하더군요. GM 한국사업장에 대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얘기할 수 있는 시점이 됐다고 봅니다.”

쉐보레(Chevrolet) ‘트랙스 크로스오버(TRAX CROSSOVER)’

글로벌과 우리 고유의 DNA를 결합

사실 GM 한국사업장뿐 아니라 GM 자체도 지난 몇 년간 경영상 부침을 겪었다. 그래서 본사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중 하나가 2022년 CES에서 메리 바라 GM 회장이 제시한 ‘플랫폼 이노베이터’가 되겠다는 비전이다. 이는 윤 전무가 GM에 입사한 주요 이유와도 연결된다.

“저는 ‘기업이 지역 사회에, 지구상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GM은 ‘트리플 제로’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탄소 배출 제로, 교통사고 제로, 교통 혼잡 제로입니다. 차는 만들지만 차로 인해 탄소가 많아진 게 사실이죠. GM은 그걸 페이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전기차, 친환경차를 더 많이 보급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율주행차를 통해 교통 혼잡 제로를 이루겠다는 겁니다. 이 비전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나 한국에선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이걸 한국 고객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더 나아가 GM이 가진 글로벌 브랜딩과 한국만이 가진 유니크함을 조합하여 우리만의 정체성을 만들자는 목표를 갖게 됐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GM과 한국적 독자성을 결합하는 일은 다국적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상적인 목표이자 실현하기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윤 전무 또한 가장 고민이 많은 지점이라고 선선히 의견을 밝혔다.

윤 전무는 2020년부터 커뮤니케이션 사령탑으로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시도를 통해 GM 브랜드의 한국내 입지는 물론, 글로벌시장에서의 한국사업장 브랜드를 높이는 활동을 지휘하고 있다. 전재현 포토그래퍼.

“한국 사람은 톱다운 방식으로 일을 시키면 굉장히 효율적으로 잘합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혼자서 하라고 하면 어려워해요. 미국 문화는 전혀 다릅니다. 어려서부터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봐, 너의 생각을 말해봐, 반대하는 이유를 말해봐’라고 묻는 아웃풋 위주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죠. 반면 우리는 인풋 위주로 교육이 형성됐고, 이 차이가 굉장히 커요. 그래서 글로벌 환경에 가면 한국 사람은 조용합니다. 그런데 글로벌에서 말을 안 하면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습니다.”

다국적 기업 내 한국인의 애티튜드와 그에 대한 평가가 10여 년 전 글로벌 기업들을 취재할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윤 전무는 단순하게 미국 문화에 억지로 한국인인 자신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절충점을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달랐다.

“예전에는 ‘미국 문화를 어떻게 쫓아가지’ 했는데, 요즘은 ‘우리도 그들에게 배울 게 있고 그들도 우리에게 배울 게 있다, 교집합을 어떻게 찾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인이 가진 효율성, 완벽에 준한 걸 만들고자 하는 열정과 미국인이 가진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발상을 하나로 모아 교집합을 만들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그녀가 GM 한국사업장 내에 다양성위원회를 만든 것과도 연관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게 포용이다. 그 기준은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신차 ‘트랙스 크로스오버’ 론칭행사(미디어 대상)에 신차의 특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킨텍스 전시장(9홀B)을 하나의 가상도시(Urban) 환경으로 만들어 댄스크루, 스트리스댄스 팀을 활용해 한편의 뮤지컬과 같은 무대를 선보였다.

우리의 ROI는 비즈니스 결과

윤 전무는 채용할 때 공통적으로 ‘당신 꿈은 뭡니까’라는 질문을 한다고 한다. 그걸 통해 그 사람의 삶에 대한 열정의 정도를 파악한다. 그리고 오늘은 어제보다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홍보에 열정과 성장 욕구가 필요한 이유는 그만큼 배울 게 많고 할 일도 많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홍보가 매력적인 이유로 커뮤니케이션 전문성, 비즈니스 인사이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력 등 전반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홍보를 잘하려면 모든 걸 갖춘 인재여야 한다는 관점이다.

“요즘은 영역 싸움을 할 이유가 없어요. 마케팅, HR이 뭐 하는 것인지 구분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모든 이들의 접점에서 어떤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메시지를 갖고 기업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때 긍정적으로, 비즈니스 방향에 맞게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유니버설하게 접근하지 않으면 홍보를 잘했다고 할 수 없어요. 정답이 없다는 건 그만큼 복잡하고 정해진 게 아니라는 반증이죠. 제품에 대한 생각을 얼마나 바꿨느냐가 중요하고, 비즈니스 결과가 곧 우리의 ROI입니다.”

‘홍보가 좋은 이유는 바운더리가 없다는 점’이라는 윤 전무의 정의는 홍보를 하려면 도전과 난제에 일상처럼 익숙해져야 함을 의미한다. 그럼으로써 과정은 어렵지만 그 결과는 가치 있을 것이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이 멋진 일에 종사하는 모든 PR 업계분들을 존경합니다. 이 불확실한 시대, 전환의 시대를 함께 잘 이겨냅시다. 그러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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