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있어도 좋아” 가오갤 3 감독의 작별 메시지
“그대로 있어도 좋아” 가오갤 3 감독의 작별 메시지
  • 성장한 (sickarl@gmail.com)
  • 승인 2023.06.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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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의 PICK THE CULTURE]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MCU에서 가장 느슨 헐렁한 친구들이 MCU의 길을 제시했다.
MCU에서 가장 느슨 헐렁한 친구들이 MCU의 길을 제시했다.

더피알=성장한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가 위기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고는 페이즈 4의 성적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당연히 준수한 작품을 뽑아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감독들마저 줄줄이 침몰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죽어가던 토르 시리즈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타이카 와이티티, 앤트맨 시리즈를 부침 없이 성공시킨 페이턴 리드, 슈퍼히어로 장르의 전설적인 대선배 샘 레이미까지.

한줌 희망을 쥐고 있던 팬들도 이제는 받아들였을 것이다. 감독 한 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왼쪽부터 타이카 와이티티, 페이턴 리드, 샘 레이미. 사진=마블 스튜디오 제공
왼쪽부터 타이카 와이티티, 페이턴 리드, 샘 레이미. 사진=마블 스튜디오 제공

페이즈 4는 어찌저찌 끝났으니 페이즈 5부터는 정신을 좀 차리면 좋겠으나, 이미 페이즈 5의 시작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시원하게 말아먹으면서 출발선에 오물을 뿌렸다.

앤트맨의 실패는 팬들에게 다른 손가락보다 조금 더 아프게 느껴지는데, MCU에서 1편부터 3편까지 같은 감독이 잡은 시리즈는 단 3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과 앤트맨,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단단하게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 개의 축 중 하나가 무너졌으니, 남은 하나를 지켜보던 눈도 흔들리기 마련이었다.

무너지는 유니버스의 느낌(?)을 잘 살린 포스터
무너지는 유니버스의 느낌(?)을 잘 살린 포스터

천만다행히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 3)는 이 기사를 쓰는 시점에 이미 성공이 확정되어 있다. 평가와 흥행을 모두 잡은 오랜만의 MCU 영화가 됐다.

가오갤 3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아마도 대다수의 팬들이 비슷한 답을 말할 것이다. 우리가 가오갤에서 보고 싶었던 것을 기대 그대로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다.

6월 2일 현재 IMMb에서 집계한 가오갤 3 월드 박스오피스 성적
6월 2일 현재 IMMb에서 집계한 가오갤 3 월드 박스오피스 성적

물론 예술이 기대치에 부응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관객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어도 뭐 하나 삐끗하면 미끄러질 수 있는 것이 영화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결과물 이전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하 가오갤 3의 결말에 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이 에볼루셔너는 뭘 자꾸 바꾸려 한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뭘 자꾸 바꾸려 한다.

가오갤 3의 빌런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뭘 자꾸 바꾸려고 한다. 생명체들의 본래 모습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하여 실험과 개조를 반복하여 이상적인 존재를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생명체에 대한 모범적인 모델이 없으므로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생명체란 그가 독단으로 규정한 모델일 뿐이다.

같은 구도 같은 표정 같은 눈빛… 가모라가 내가 아는 가모라가 아니다.
같은 구도 같은 표정 같은 눈빛… 가모라가 내가 아는 가모라가 아니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피터 퀼도 본작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가모라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해 다른 가모라를 자기가 아는 가모라처럼 바꾸려고 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피터 퀼은 두 가모라가 다른 인물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가모라를 존중한다.

페이즈 4 이후의 MCU는 마치 자신들의 로드맵을 팬들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전의 MCU는 각 작품별, 시리즈별로 독립성을 갖췄다. 관객이 특정 작품만 선택해도 그것만으로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MCU는 상당수가 다른 작품을 위한 징검다리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영화들은 돈 내고 긴 예고편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 극장에 걸리는 영화인데도 자사의 OTT인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들도 있다.

대혼돈의 완다비전. 디즈니+ 드라마 '완다비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 완다의 캐릭터 변신은 뜬금없고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혼돈의 완다비전. 디즈니+ 드라마 '완다비전'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속 완다의 캐릭터 변신은 뜬금없고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MCU의 성공에 작품간 연계성이 기여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전개 방식은 팬들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창작자들의 태도 문제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정답은 없지만 태도의 문제는 의지만 있다면 간단히 고칠 수 있다.

하이 에볼루셔러니와 피터 퀼 간의 태도 차이는 고향을 떠나 이사 가는 제임스 건 감독이 마블에 남겨주고픈 마지막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나의 문제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타인에게서 발견하는 나의 문제는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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