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리얼리즘, 패스트 무비, 플레이리스트

더피알=이주희 | 동영상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영상 트렌드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콘텐츠들이 있다.
방송가에서 입지가 좁아진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는 일상의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상이 주가되는 영상 콘텐츠의 특성상 PPL도 영상 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비교적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구성한다. 최근 하이퍼 리얼리즘 채널의 크리에이터들과 기업의 협업이 잦아지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콘텐츠를 온전히 시청하기에는 긴 시간이 요구되는 영화나 드라마 등을 압축하여 제작하는 ‘패스트 무비’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OTT, 방송가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패스트 무비는 효율적인 시간 활용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짧게 구성된 하이라이트를 통해 콘텐츠 전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어 패스트 무비 콘텐츠의 활용도는 더욱 무궁무진하다.
그뿐 아니라 동영상 콘텐츠는 음악 청취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특히 소비자가 주축이 되는 ‘플레이리스트’는 젊은 세대에게 일종의 놀이 공간이 되고 있다. 특정 테마나 인물을 중심으로 한 몰입형 플레이리스트는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나 인물에 더욱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방송 장면 등을 1시간 동안 반복해주는 플레이리스트는 같은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모이는 일종의 놀이 공간인 동시에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실제 마케팅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플레이리스트를 활용한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콘텐츠 노출 시간을 늘리며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포털사이트에 실검(실시간 검색어)이 있었다면, 유튜브에는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이 있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 해당 주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듯 인급동 순위에 오르면 신규 시청자 유입이 늘어 인지도와 구독자 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다만 유튜브 인급동은 조회수나 댓글 수 등 선정 기준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시청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인기 급상승 동영상의 비밀’, ‘인급동 기준’, ‘인급동 많이 가는 이유’ 등 순위에 들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인급동에 자주 뜨는 동영상은?
최근 코미디언 이수지, 배우 주현영 등 유명 방송인들을 앞세워 ‘인급동이 하고 싶어서’라는 이름의 채널이 새롭게 개설되었다. 해당 채널은 길거리 토크, 연애 고민 등 인기 있는 포맷과 짧은 호흡의 편집으로 인기를 끌면서 50만 뷰 이상의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
채널 설명에는 ‘인기급상승동영상 하고 싶어서 만든 채널’이라는 간단한 소개만 기재되어 있다. 그만큼 인기 급상승 동영상 순위에 진입하는 것은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바라는 목표이기도 하다.
최근 인급동에 자주 뜨는 동영상은 ‘하이퍼 리얼리즘’, ‘패스트 무비’, ‘플레이리스트’, 이 세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최근 콘텐츠는 리얼리티 이상의 하이퍼 리얼리즘을 추구한다.
깜짝 카메라를 통해 지인의 리얼한 반응을 담아내고, 학교나 직장 같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이야기를 보다 사실적으로 재구성한다.
2023년 5월 24일 기준 인급동에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 자경단(채널명 : 너덜트)과 최종 면접 마지막 발언을 하는 취업준비생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채널명 : 유스데스크 YOO’S DESK.)가 상위권에 올라와 있다.
‘숏박스’와 ‘피식대학’, ‘싱글벙글’
하이퍼 리얼리즘(Hyper Realism) 콘텐츠라고 불리는 이러한 콘텐츠들은 현실을 더 실제처럼 묘사한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는 주로 스케치 코미디와 웹드라마 형식으로 제작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케치 코미디 형식이 대중적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코미디’, ‘개그맨’ 등의 연관어가 상위에 나타났는데, 이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들의 제작자가 개그맨 출신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크리에이터 중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숏박스’(253만 명)와 ‘피식대학’(210만 명), ‘싱글벙글’(103만 명)은 모두 개그맨 출신 크리에이터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의 인기 요인은 현실을 잘 반영한 캐릭터와 실감나는 연기력이다.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에서 다루는 소재들은 기존 방송 매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구체적 상황 설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즉 방송가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생략하거나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을 사소한 요소들이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에서는 주된 요소가 되어, 일상에서 모두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장면을 연출한다.
예컨대 오래된 연인의 자연스러운 연애 상황을 다룬 숏박스의 ‘장기 연애’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의 모습을 다룬 ‘한사랑산악회’, 당근마켓 거래에 나간 남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너덜트의 ‘당근마켓’ 등은 모두 소비자의 일상에서 착안한 콘텐츠다.
이처럼 현실감을 강조한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에는 자칫 스토리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는 협찬 상품도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PPL 방식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PPL 방식을 두 번째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자연스러운 일상을 묘사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는 이러한 연출에 용이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례로 숏박스는 SKT의 AI 비서 서비스 ‘에이닷’과 ‘T멤버십’ 광고 콘텐츠를 제작한 바 있는데, 각 콘텐츠는 200만 회를 상회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CU는 코미디언 김리안의 부캐인 ‘리리코’와 함께 ‘리리코의 사회생활’을 연재하며 CU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리리코를 보여주면서 신상 제품을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광고 영상임에도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이러한 콘텐츠들은 단순한 기능 홍보에서 나아가 일상생활에서의 제품 활용 방식까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일상의 경험을 영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최근 많은 브랜드가 시도하고 있는 ‘경험 공유 마케팅’에 적합한 콘텐츠인 셈이다.
영화와 같이 긴 호흡의 콘텐츠를 10분 이내로 짧게 두 번째로 이제는 롱텀 트렌드가 된 쇼트폼의 인기를 들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콘텐츠를 챙겨 보기 힘든 현대인에게 드라마나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편집한 영상은 빠르고 쉽게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콘텐츠다. 나아가 긴 호흡의 드라마나 영화를 요약하여 개인의 해석을 덧붙인 패스트 무비도 많은 시청자에게 환영받고 있다.
패스트 무비는 영화같이 긴 호흡의 콘텐츠를 10분 이내로 짧게 요약한 콘텐츠를 의미한다. 이는 방대한 콘텐츠의 개수와 양을 감당하기 힘든 소비자들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소비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 등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지 않은 장면들은 건너뛰거나 2배속으로 시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16부작을 2시간으로 요약한 영상이나, 한 회당 1시간가량 되는 드라마를 10~20분에 요약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콘텐츠 요약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방송사 및 제작사에서는 관련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 일부를 제공하고 일정 금액의 광고비와 함께 요약본 제작을 요청하기도 한다.
광고를 받은 크리에이터들은 줄거리 요약에 개인 해석을 첨가하거나 결말을 포함하는 등 각자의 스타일대로 편집한 뒤, 정식 공개를 앞두고 채널에 업로드함으로써 구독자로 하여금 해당 콘텐츠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3월 3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공개를 앞둔 30일 기준 라이크어무비, 엘플릭스, 나나무비 등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관련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한 것이 확인된다.
또한 방송국 공식 채널에서도 패스트 무비 크리에이터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JTBC는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 요약본을 함께 감상한 뒤 패널들끼리 감상과 토론을 나누는 프로그램 ‘방구석 1열’을 론칭한 바 있다. JTBC 드라마 채널 ‘Drama Voyage’에서는 크리에이터 ‘드림텔러’와 손잡고 공식적으로 드라마 요약본을 제작하여 제공하고 있다.
ASMR, 백색소음 등 일상생활 중 틀어둘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
마지막으로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다. 음악 플레이리스트는 ASMR, 백색소음 등 일상생활 중 틀어둘 수 있는 오디오 콘텐츠다.
인기 플레이리스트 영상의 포인트는 일관된 콘셉트다. 예컨대 날씨가 풀리면서 봄 날씨와 어울리는 봄 주제의 음악을 모아 게시하거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과몰입한 이들이 여운을 즐기기 위해 제작한 ‘정대만 플레이리스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플레이리스트 콘텐츠는 세부적으로 ‘테마 플레이리스트’와 ‘1시간 반복 플레이리스트’로 나뉜다. 테마 플레이 리스트는 한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이용자가 노래 선정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현재 감정 상태를 반영한 음악을 듣고는 싶지만 노래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크리에이터가 특정 감정 상태에 따라 큐레이션한 플레이리스트를 선택해 청취할 수 있다. 예컨대 봄 날씨에 어울리는 플레이리스트, 출근할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음악이 듣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검색하면 관련된 플레이리스트가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상황이 주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급한 일을 처리할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나 ‘화나는 일이 있을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상황을 반영한 플레이리스트가 형성되어 있다.
더 나아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특정 대상에 몰입하는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끈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등장인물 정대만의 성격에 따라 정대만이 들을 법한 음악들을 모아둔 플레이리스트나, 영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 서래와 해준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플레이리 스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플레이리스트는 소비자가 생산자가 되는 일종의 놀이 문화지만 마케팅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코카콜라는 음료 수요가 많은 여름을 맞아 플레이 리스트 크리에이터 ‘essential;’과의 협업으로 코카콜라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 바 있다. 포스코TV는 포항 관광지 스페이스 워크의 풍경과 함께 조선팝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한 바 있다.

영상 콘텐츠 마케팅의 효과를 더 높이는 방법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수요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콘텐츠 트렌드에 편승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생산된 영상은 시청자에게 피로함과 지루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때문에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을 준비할 때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공감과 웃음을 유발하는 콘텐츠 구성이 필요하며, 나아가 댓글 참여를 유도하여 취향을 공유할 공간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영상 콘텐츠 트렌드와 더불어 다각도로 영상 콘텐츠의 적절성을 평가한다면 영상 콘텐츠 마케팅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