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헬스커뮤니케이션이 건강하지 않다면?
만약 헬스커뮤니케이션이 건강하지 않다면?
  • 김태연 (moscomm@naver.com)
  • 승인 2023.06.1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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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헬스컴①] 건강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이란 뭘까

국민과 함께 하는 이슈·위기관리가 필요한 지금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극적 고민들이 있습니다. 새 연재 ‘건강한 헬스컴’에서는 앨리슨파트너스코리아 김태연 대표가 공중과의 호의적 관계 형성을 위한 건강정책 PR들을 뒤집어보며 업계에 공유와 확산에 힘써볼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더피알=김태연| 헬스커뮤니케이션(Health Communication)은 일반적으로 ‘건강과 질병, 예방 및 치료에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해 개인이나 집단이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말한다.

‘건강(Health)’ 분야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 헬스커뮤니케이션은 훨씬 더 엄중한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 타깃과 상황에 맞는 접근 전략에 커뮤니케이터의 사명감과 윤리성까지 강조한다. 그럼 건강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이며,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헬스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건강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위한 3가지 원칙

건강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다음 3가지 원칙들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명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필자는 약 20년 전, 굴지의 대학병원에서 다음과 같은 일을 겪었다. 난소물혹 제거 수술 후 조직검사 결과를 듣는 날, 담당 교수님은 업계 최고 권위자셨지만, 모니터만 응시한 채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난소 ‘보더라인 캔써’입니다. 수술 여부 보호자와 상의하고 다시 오세요” 
“네? 보더라인 캔서가 뭔가요?”
“경계성 암입니다”

난 순간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에 더는 질문하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며 병원을 걸어 나왔다. 지금이라면 스마트폰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경계성 암(양성과 악성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진 예외적인 경우의 종양)의 각종 정보에 대해 쉽게 확인했겠지만, 그땐 그럴 수 없었다.

둘째,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을 제공해야 한다. 그날 이후 난, 아마 국내외 관련 논문과 기사는 거의 다 찾아 읽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에게 공개된 자료는 극히 제한적이었고 오류도 많았다.

절박한 환자와 가족들은 관련 기사, 자료 하나에도 울고 웃을 수 있으므로 헬스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달되는 정보는 과학적으로 철저히 검증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 작성해야 한다. 긍정적이고 동기부여적인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허위 정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보나 표현은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셋째, 건강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한 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하여 더욱 많은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를 나눔으로써 공중들의 ‘건강정보 이해능력(Health Literacy)’을 향상시켜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정보 이해능력은 중요한 정책 이슈로 인식되어 있으며 전세계인의 건강증진과 건강 형평성 제고를 위한 주요한 전략으로 이를 위해 정부와 학계, 민간기업이 연계해 다양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헬스커뮤니케이션이 건강하지 않다면?

만약 여러 가지 이유로 건강하지 않은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리는 그러한 초유의 사례를 멀지 않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19 초창기인 2020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는 계절성 독감보다 치사율이 낮고, 젊은이들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녔다. 이에 과학자들은 코로나 19의 치사율이 계절성 독감보다 약 6배 높다는 데이터를 바로 제시했으나 정치적 이슈로 무시되기 일쑤였다.

또한, 여기에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까지 가세했다. COVID가 공기 중 떠 있는 작은 입자들을 통해 전파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1년 후에 공개하는가 하면, 2021년 5월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바로 벗어도 좋다고 권고하다가 8월, 코로나 신규 확진자수가 12만 4천명으로 2달 전에 비해 12배나 치솟자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지역에서는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모호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때 한 언론사가 워싱턴DC 시내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CDC가 밝힌 '급속 확산 지역'의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봤지만, 단 한 명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러한 과정에 미국 전역 커뮤니티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들이 난무했으며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은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다 2021년 9월, 미국 내 코로나 19 사망자 수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사망자 67만5천 명을 뛰어넘는, 역사상 최대의 전염병으로 기록되었다. 미국 인구가 100년 전과 비교해 약 3배 늘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현대 의학 산업의 발전과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고려했을 때 이는 미국의 수치스러운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최근 사임을 발표한 CDC 로셀 월렌스키(Rochelle Walensky) 국장은 2022년 8월,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 19 검사부터 데이터 발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까지 상당히 중대하고 대중적인 실수를 저질렀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앞으로 CDC 신뢰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시스템 개혁과 커뮤니케이션 캠페인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헬스커뮤니케이터(Health Communicator)로서의 사명감

이렇게 건강하지 않은 헬스 커뮤니케이션은 재난영화보다 더 혼란스럽고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헬스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우리 회사에 입사한 직원들이 다짐하는 ‘HCO(Health Communicator Oath)’를 소개하며 이번 글을 마친다.

하나, 우리는 우리 이 일이 가진 큰 영향력과 가치를 기억하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며, 편의를 위하여 절대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다.
하나, 우리는 공중의 심신에 해를 끼치는 어떠한 커뮤니케이션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 우리는 건강한 헬스 커뮤니케이션으로 더 건강하고 선한 삶이 나와 이웃에게 공유,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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