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연 캠페인 과연 괜찮은가?
대한민국 금연 캠페인 과연 괜찮은가?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3.07.1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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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금연 캠페인의 실효성을 논의하다②

과학적 접근 없는 현실, 데이터 기반한 분석 절실

더피알=김영순 기자| ‘금연’은 누군가에겐 평생 시달리는 좌절의 두 글자요,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애써 외면하고 싶은 공포의 두 글자다.

이쯤 되면 끊어도 끊은 게 아니라서 금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되레 한 개비 더 물게 된 경험은 왜 또 없으랴. 흡연자들 사이엔 금연한 사람과는 상종을 말라는 말도 있다. 그렇게 독한 사람도 세상에 없다면서.

그렇다. 담배는 법적으로 기호식품이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마약으로 지정하고 있다. 중독성과 치명성에서 마약급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는 필로폰, 코카인 등 일반적인 마약과는 달리 대부분의 나라에서 유통과 흡연이 가능하다. 담배 문화가 워낙 오래되어 양지화된 산업이기에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는 공공기관인 전매청 그리고 공기업인 담배인삼공사(현 KT&G)가 담배를 관리했다. 사실상 국가가 공급량을 조절하고 경제적 이득도 얻는 마약 산업이었던 셈이다.

과거 버스 안 좌석에 달린 재떨이를 까맣게 물들이던 담뱃재, 바캉스 시즌 바닷가에 가면 널려 있던 담배꽁초들, 아파트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간접 흡연 등 담배의 부산물은 눈살 찌푸려지는 경험으로 사람들에게 꾸준히 인식되었다.

거기에 과학이 발달하면서 담배의 위험성이 계속 밝혀졌고 흡연자뿐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기를 접하는 간접 흡연자마저 폐암 등 치명적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담배는 장기적으로 퇴출되어야 할 대상이 되었다.

흡연율 하락 막는 담배회사의 다양한 마케팅

담배는 특히 폐암 발생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유화승 대전대학교 서울한방병원 동서암센터장은 “흡연 시 폐암 발생 위험은 무려 15~80배 증가한다. 폐암 예방법은 금연 외에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며 “폐암은 흡연 양과 기간에 비례하여 증가하며, 금연을 하더라도 최대 20년까지는 위험도가 높다. 따라서 폐암 예방을 위해 금연은 필수다”라고 단언했다.

이처럼 담배로 인한 문제성이 계속 제기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70%에 육박하던 성인의 궐련 담배 흡연율이 2000년대 초에 큰 폭으로 꺾여 50% 아래로 내려왔고, 이후 하락 속도는 다소 둔화된 상태로 낮아지는 중이다.

이러한 흡연율의 전반적인 하락세는 흡연 관련 건강 정보의 저변화, 지속적인 금연 캠페인, 금연 구역 확장, 웰빙 문화 정착 등 다양한 요인이 합쳐진 효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민영 기업이 된 KT&G와 기타 담배회사들은 이러한 시장의 축소 속도를 어떻게든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의 담배보다 라인업을 더 다종・다양화하여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향을 넣고, 사이즈를 얇게 하고, 니코틴과 타르 농도를 낮추고, 디자인을 더 밝고 예쁘게 만든 담배들은 주로 여성과 담배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를 노린다.

또한 고급 담배인 시가 잎을 섞어서 달라진 맛과 클래식한 면을 강조하는 담배들은 특수한 담배에 관심이 있거나 고급 담배를 원하는 흡연자들을 자극한다. 최근 급속히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궐련 담배의 대안이자 담배회사의 매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자담배 시장 또한 금연 캠페인이 상대해야 할 새로운 영역이다.

담배회사들이 펼치는 이러한 다양한 노력은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이뤄진 보건복지부의 성인 및 청소년 흡연율 추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궐련 흡연율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최근에는 남성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둔화하는 경향을 보이며 20대 여성은 되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성인의 전자담배 사용률은 2013년 1.1%였던 게 2020년에는 3.2%로 3배 가량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전자담배는 궐련 담배보다 건강상 피해가 적다는 내용 등이 강조됨으로써 앞으로 궐련 담배를 대체하며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2020년부터 지속되는 금연 캠페인 ‘노담’

보건복지부가 실행한 금연 캠페인 슬로건의 역사를 보면 금연 문화의 변화상을 알 수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금연 캠페인 슬로건 및 목적은 다음과 같다.

* (2015~2020) “흡연은 질병, 치료는 금연”-흡연은 치료가 필요한 중독 질병

* (2016) “이제 담배의 진실과 마주하세요”-담배의 폐해 전달

* (2017) “담배 오늘 끊지 않으면 내일은 없습니다”-금연의 직접적인 동기부여

* (2018) “흡연, 스스로를 죽이고 타인도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사회적 문제 인식 고취

* (2019) “깨우세요! 우리 안의 금연 본능”-금연의 긍정적인 효과 전달

* (2020)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청소년의 자발적인 금연 선택 응원

* (2021) “나는 네가 노담이면 좋겠어”-청소년의 자발적인 금연 문화 확산

* (2022) “우리는 대한민국 첫 번째 노담 세대, 노담 멤버스”-비흡연 청소년의 자부심

흡연은 도움이 필요한 질병입니다”-성인 흡연자 대상 금연 독려

* (2023) “노담 사피엔스

 우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흡연은 질병, 치료는 금연’이 쓰였다. 이는 흡연이 치료가 필요한 중독이자 질병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전형적인 공포 소구 광고의 양상을 보여준다.

담배의 폐해와 공포심을 자극하는 흡연자의 말로 등 부정적 이미지를 강조하던 금연 캠페인은 2019년을 기점으로 금연의 긍정적인 효과를 전달하는 내용으로 바뀐다. 그리고 2020년 금연 문화의 긍정성을 한 단어로 정리한 ‘노담’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극적인 방향 전환을 이루었다.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노담 캠페인이 역대 패러다임을 바꾼 캠페인이라고 평가한다.

기존의 공포 소구 형태를 떠나 금연이 좋은 문화임을 강조하고, 금연 문화의 실행에 담긴 긍정적인 메시지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담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성인이 아닌 미래에 담배 소비자가 될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캠페인이란 점도 장기적 관점으로 미래 흡연 인구를 줄이겠다는 과감한 시도였다.

금연 캠페인, 광고보다 PR로 재점화할 것

보건복지부는 2023년 금연 캠페인에서 수행해야 할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기존의 아동과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뤄진 금연 캠페인의 대상을 더 확장하고, 두 번째는 전자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며, 마지막으로 흡연자 중심 금연지원 서비스에 더 많은 사람이 유입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기존 노담 캠페인을 승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즉 노담 캠페인의 유효성과 지속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20년부터 일관성을 갖고 지속된 노담 캠페인은 얼마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을까? 무릇 모든 이슈에 대해선 평가자의 입장에 따라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함께 나오기 마련이며, 노담 캠페인 또한 마찬가지다.

우선 홍보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유재웅 한국위기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는 노담 캠페인의 광고 콘셉트에 대해 호평했다. 타깃 오디언스와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노담 캠페인이 오랜 시간 우직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금연 캠페인의 향후 방향성을 볼 때 나름 타기팅이 잘된 캠페인이고, 지금까지 장시간 진행된 노담 콘셉트를 타당성 차원에서 대안도 없이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좀 더 생각해볼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노담 캠페인의 타깃이었던 청소년 흡연율 추이를 보자. 청소년 흡연율은 조사가 시작된 2015년 7.8%에서 2021년에는 4.5%로 떨어진 상태다.

특히 노담 캠페인이 시작된 2020년에 전년 대비 2.3%라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노담 캠페인과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양상일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 PART1 참고

유현재 교수는 전자담배를 둘러싼 정부와 담배회사의 상반된 메시지에 전혀 헷갈릴 이유가 없다며 전자담배도 엄연히 ‘담배’이고 이것을 부지런히 정확하게 짚어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군 금연지원서비스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우리나라 군에서는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두 가지 흡연이 모두 허용되고 있다.

군 장병 금연율이 얼마나 높아졌는가 논하기 이전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입대 후 흡연을 시작했다는 장병이 무려 9.5%(2019년 군 장병 흡연실태조사)나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는 비흡연자가 군대에 입대했을 때 흡연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될 수 없었다는 건 본질적인 접근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캠페인의 실효성에 대한 분석 자료의 취약함

본 기획이 살펴보고자 하는 문제, 어쩌면 진짜 시급한 문제는 현실과 마케팅의 관계에 대한 연결고리 부분이다. 금연 캠페인과 흡연 양상의 함수 관계에 대한 실질적 조사가 사실상 부재하기 때문이다.

백혜진 교수는 노담 캠페인을 통해 금연 캠페인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우리나라 문화에 맞게 잘 집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한 청소년 흡연율 저하가 어떤 인과관계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단순 흡연율만 다루는 게 아니라 이 캠페인의 목적이 ‘흡연을 할지도 모를 청소년들이 얼마나 담배를 안 피우게 만드느냐’이므로 이 부분에 대한 효과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측면에서 더 많은 효과 조사 데이터가 필요하며, 성과지표 등을 바탕으로 캠페인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유현재 교수와 유재웅 대표도 광고 효과에 대한 측정 평가 등 객관적 데이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익명의 PR 업계 전문가는 올 한 해에 금연 홍보 및 캠페인 대행, 온라인 홍보 등에 총 100억 원 정도 예산이 집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캠페인 제작 현장에서는 예산 부족으로 인한 불만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금연 홍보 예산은 보건복지부 홍보사업 중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금연 캠페인만큼 목적이 분명한 캠페인도 없다.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그 실효성에 대한 체감온도가 낮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분석과 부족한 점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산만 많아진 이유가 뭔지, 캠페인의 목적에 충실했는지 등 타당성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눈가리고 아웅식 금연 캠페인

2020년부터 반복적인 유사 메시지로 진행하고 있는 노담 캠페인에 대한 홍보 업계인들의 긍정적인 평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연 캠페인의 효과가 다각도로 측정되지 않았고 성과에 대한 정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족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평적인 수준에서 금연 캠페인에 대한 논의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기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는 담배회사들의 마케팅이 기존의 궐련이 아닌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다.

전자담배는 건강에 덜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고,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향 등으로 노담 캠페인의 대상인 청소년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 액상 판매 등 청소년의 담배 구매 용이성이 2017년 67.1%에서 2021년 74.8%로 흡연율 추이와는 정반대로 되려 증가하고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연구 조사 결과와도 부합되는 부분이다.

최홍림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노담 캠페인의 미래에 대해 “불특정 다수를 위한 대중매체 중심에서 벗어나 매체와 타깃을 좀 더 세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금연 캠페인을 추진해도 철옹성처럼 깨지지 않는 19%대 흡연율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려면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디테일 확보야말로 캠페인의 실효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는 담배의 구체적인 변화에 집중하여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영리하게 변화하는 담배회사의 전략에 맞서는 데도 필요하다.

반복되는 사업, 대규모 예산, 깨지지 않는 흡연율 등을 점검하며 금연 홍보의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다.

인식을 넘어 이제 금연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그 가치를 더욱 현실적으로 실현하려면 금연을 사회적 자산으로 취급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적극적으로 실행하여 사안들을 복합적으로 묶어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확장을 거듭하는 담배 시장에 대응하는 이러한 방법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금연 캠페인의 효과성에 대한 보다 세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해소하는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절실하게 다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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