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뷰스] 아는 만큼 열린다
[신아연의 뷰스] 아는 만큼 열린다
  • 신아연 (thepr@the-pr.co.kr)
  • 승인 2023.09.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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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는 서로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더피알=신아연 | 두 달 전 지인이 집 앞 교차로에서 자동차 접촉사고를 당했다. 보험으로 처리했어도 두 차 합쳐 약 1000만원 가량의 수리비가 나왔으니 아주 작은 사고라 할 수는 없었다고. 지인은 70대 중반, 상대는 50대 중반. 수습은 원만히 끝났지만 두 사람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관계? 무슨 관계? 교통사고의 인연으로 친분이 생긴 것이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한 동네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어디 다친 곳이나 후유증은 없냐며 서로 챙겨 물으면서 마음이 통해, 무슨 일을 하는지,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급기야 식사 대접에, 집에 놀러오라는 말까지 주고받았다.

사고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건만, 쌍방 간에 얼마나 예의와 배려가 깊었으면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흔한 접촉사고로 흔하지 않은 이웃 간의 정이 움튼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아는 만큼 열린다고 할까.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좀체 열리지 않아 심지어 살인까지 하는 세상이다. 일례로 층간 소음 갈등은 서로 알고만 지낸다면 절대 살인까지 갈 일은 없을 테니. 고육책일지언정 옛적 반상회나마 부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알고 지내기는 고사하고, 알고 지내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세상이 아닌가. 어쩌다 옆집과 문이 동시에 열릴라치면 화들짝 놀라 자라 모가지 움츠리듯 황급히 문을 닫고 도로 들어가는 게 요즘 세태다.

원룸촌이 빼곡한 지역일수록 폐쇄성은 더 높아서 부득이 복도에서 마주쳐도 서로 모른척해 주는 게 예의가 되었다. 서로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8월 2일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 종로구 쪽방촌
8월 2일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 종로구 쪽방촌에 더위를 식혀줄 쿨링 포그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사고와 사건의 양상이 심상치 않은 요즘이다. ‘일면식도 없는, 묻지마’ 등의 수식어로 시작하는 사건사고가 주를 이룬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모를수록 사고를 내고 사고를 당할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상식적인 범죄와는 완전히 거꾸로다.

지인처럼 교통사고의 인연으로 친구까지 되는 것은 바라지도 않겠다. 그저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나와 같은 욕구와 바람과 소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도 좋겠다.

이 지당한 사실을 어떻게 알게 할 수 있을까. 언제든 나도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너남없이 가슴 한편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길을 태연한 듯 걷고 있지만, 전쟁터의 긴장을 감출 수 없는 너와 나의 모습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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