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양조장,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
사회발전·환경보호 공헌으로 '비콥'(B Corp)인증 획득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도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의한 문제가 어떤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
더피알=이선종 | 나는 3대가 한집에 살고 있다. 일을 하는 엄마 아빠를 둔 딸이 눈에 밟혀 부모님 집 15분 거리로 이사, 5분 거리로 이사, 결국 다 모여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혼과 육아 과정에서 해왔던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우리의 선택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10년 만에 배웠다.
3대가 살면서 어느 정도 안정화 시기로 접어들었을 때 나의 어머니는 아내에게 제안했다. “아이를 한 명 더 갖는 게 어떠니? 내가 힘이 있을 때 키워줄게”라고 말이다. 아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다시 육아를 할 엄두가 안 났던 아내는 호기롭게 “콜”을 외쳤고, 그렇게 우리에게 생각지 못했던 둘째가 태어났다.
식구가 한 명 더 생긴다는 것은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동반된다는 얘기다. 예상치 못한 혼란과 어려움 등이 몰아칠 때 나를 낳아준 어머니와 나를 사랑해준 아내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선택을 요구받았다. 지금 우리 둘째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고 묻는 것처럼 말이다. 양쪽의 스트레스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나는 명품백을 검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게 과연 문제의 본질일까?’라고 물었을 때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돈이 없었을 가능성도 매우 크다. 며칠을 그렇게 눈칫밥을 먹다가 어느 주말 저녁, 노트북을 손에 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직장에서 그렇게 자주 듣지만, 들을 때마다 두려움에 떠는 그 말 말이다. “회의 한번 하시죠?”
진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가족회의는 그렇게 서막을 열었고, ‘소통의 부재’라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었다. 회의 내용은 가족 구성원이 돌아가며 감사함, 아쉬움, 배려를 주제로 한마디씩 하는 정도였다. 그걸 난 회의록으로 작성해 공유한다. 회의 진행하고 기록 공유하는 게 내 일이니 얼마나 전문성 높고 생산성 높은 일인가? 아마 명품 백을 사드렸다고 한들 우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진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 시대의 개인에게도, 기업에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모두가 충분한 예산과 리소스, 그리고 시간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진짜 문제가 파악되면 솔루션을 찾는 시간은 거의 들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이 말하지 않았던가. “나에게 1시간이 주어진다면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는데 55분을 쓰고, 해결책을 찾는 데 나머지 5분을 쓸 것이다”라고 말이다.
문제의 주역은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도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의한 문제가 어떤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지 볼 수 있다.
이번 주제로 선정한 브랜드 또한 현대 사회에서 빠지지 않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로컬의 관점으로 해결한 브루어리 브랜드다. 그들이 발견한 문제와 해법이 지금 이 순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 영감의 소재가 되길 바란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Triple Bottom Brewing)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으로 ‘트리플 바텀 라인’(Triple Bottom Line)을 추구하는 맥주 제조 기업이다.
이 브랜드 창업자는 예일대학교에서 MBA와 환경 관리를 공부하고, 맥주 제조와 사회적 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테스 하트(Tess Hart)라는 여성이다. 정치 컨설턴트로 일하던 그녀는 맥주 제조 경력이 풍부한 카일 카니(Kyle Carney)를 만나 2016년에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를 설립하고, 2019년 정식으로 오픈했다.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창업 스토리의 조금 독특한 점은 그녀가 맥주를 통해 사회적·환경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고용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영웅을 만든다
#1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 기준의 악당을 찾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중소 규모의 지역 맥주 양조장으로 시작했다. 그러니 초기에는 주변 지역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정된 인지도와 수익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이 브랜드의 한정된 인지도, 맥주 시장에서의 낮은 경쟁력으로 인해 제품의 가치가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것을 문제의 본질로 삼았다.
#2 리더십과 역량을 내적 동기부여로 삼다
모든 창업자들이 그렇듯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의 창업자들 또한 맥주 제조에 열정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결성과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을 더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는 강한 동기와 자부심, 지역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변화를 통해 자신들의 차별화된 가치를 발견해 나갔다.
#3 고객과의 연결을 철학적 고찰로 발전시키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왜 맥주를 맥주로만 바라보는가?’라는 문제를 고찰하며 고객과의 연결을 강화했다. 그들은 맥주를 단순한 음료가 아닌 예술 작품 정도의 가치로 보았고, 존재론에 대해 생각했다. 맥주가 태어난 지역의 특성과 지역에서 난 원재료의 특성을 떠올렸고, 이를 존중했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 고객들이 맥주를 마시는 것만으로 지역사회와 문화를 지원하며 공헌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끈 것이다.
#4 약속의 완성은 곧 브랜드 메시지가 된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위의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강력한 브랜드 메시지를 구축했다. 그들은 ‘우리는 고품질 맥주를 만들면서도 지역사회와 환경을 존중하며 성장하는 브루어리’라고 약속했다. 이 약속은 고객들에게 맥주 구매의 의미를 더했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형성하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이 약속을 실천하는 것으로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사회적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좋은 문제 정의는 좋은 해답을 만들어낸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기업의 목표를 생산량 증가, 지속가능성 강화, 브랜드 이미지 강화, 지역사회 기여로 잡았다. 그리고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적극적으로 힘썼다.
#1 생산량 증가
우선 내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도입해 팀 간의 원활한 소통을 늘리고, 생산 프로세스 개선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생산량 증가와 효율성 개선이 뒤따랐다.
#2 지속가능성 강화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원료와 에너지를 활용하는 등 생산과정에서 친환경성을 강화했다.
#3 브랜드 이미지 강화
소셜 미디어 및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견인했다. 브랜드의 더 나은 가치와 독특한 제품 특성을 강조한 캠페인 및 콘텐츠 배포를 통해 치열한 시장 내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개척해냈다.
#4 제품 혁신 및 비콥 인증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제품 연구와 혁신에도 힘썼다.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대한 관심도 실천했다. 2019년 지속가능성과 고품질 제품 생산에 대한 공헌으로 ‘비콥’(B Corp)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이 인증은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의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인정하며 다음과 같은 성과를 달성한 결과였다.
▷사회적 영향 : 지역사회와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
▷환경적 영향 : 친환경적 생산 방식과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에 기여
▷거버넌스 및 투명성 : 조직 내부의 효율적인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거버넌스 강화
이렇게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커뮤니케이션 솔루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으며, 지속가능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문제의 주역이 발견한 브랜드의 약속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라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약속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고품질의 맛있는 맥주를 제공한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탁월한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스타일과 맛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는 이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 이 회사의 맥주는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만큼 풍부하고 다채로운 맛을 보여주고 있다.
#2 고객은 맛있는 맥주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관점도 얻을 수 있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 맥주를 마시는 것은 맥주의 풍부한 거품과 홉의 향기를 즐기는 것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이윤, 사람, 지구(Profit, People, Planet)를 담은 트리플 바텀 라인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고객이 이 브랜드의 맥주를 마시면서 자신이 좋은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독려한다. 사회적 기업으로서 자신들의 비전과 가치를 고객들과 공유하여 맥주와 사회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3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의 맥주를 구입하려면 필라델피아 근처라도 가야 한다
이 브랜드의 맥주를 맛보려면 필라델피아에 있는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 탭룸을 직접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주문해야 한다. 탭룸에서는 다양한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의 맥주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개인 파티나 이벤트 예약도 가능하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필라델피아 내 배송이 가능하며, 펜실베이니아주 내에서는 우편으로 배송이 가능하다. 이처럼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의 회사로 자리한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지역적 문제를 고품질 맥주와 개인의 사회적 자부심으로 풀어낸 트리플 바텀 브루어리는 현재 한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지방 소멸과도 맞닿아 있다. 요즘 지방에도 특색 있는 가게들이 늘어나고 있어, 제한된 특별한 경험을 하고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어느 지역의 거기, 다음은 복귀. 이런 패턴으로 말이다.
지역을 지키고, 지역과 상생하는 일.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무조건 어렵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지구인이라는 자긍심과 문화 예술이 그 모든 장벽을 허무는 해답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