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대파버거, 맥도날드의 ‘전 세계 획일화’ 전략을 뒤집다
진도대파버거, 맥도날드의 ‘전 세계 획일화’ 전략을 뒤집다
  • 박재항 (parkjaehang@gmail.com)
  • 승인 2023.11.0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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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한국 시장에 맞춘 맥도날드의 다양한 활동과 그 이면(上)
전 세계 공통 메뉴·세세히 규정된 요리방식 고수했었는데…

더피알=박재항 | ‘영감타령’이라는 전래 민요가 있다. 벼슬아치 ‘영감님’ 말고 남편의 편한 호칭으로 쓰이곤 했던 ‘영감’이다.

같은 제목으로 여러 지역에서 구전되고 불렸는데, 유명 작곡가가 전라남도 진도의 ‘영감타령’을 1960년대 시대에 맞게 가사를 바꿔서 음반을 냈다.

이 노래를 1970년대 초에 가수 하춘화가 다시 불러 크게 히트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노래의 인기는 물론이고, 제목 자체가 대중의 유행어가 되어 지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쓰이며 긴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살짝 비틀어 패러디해 코미디나 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에서 사용한 경우도 많다. 약간 콧소리를 섞어 부른 ‘여엉~감’ 부분과 후렴구의 ‘잘했군 잘했어’를 영감 역할의 중년 남자와 함께 부른 부인 역할의 하춘화가 1955년생으로, 이 노래를 발표하던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정도 나이였다는 것도 곁들여 화제가 되었다.

최근 진도발 ‘잘했군 잘했어’ 노래가 다시 TV와 온라인에서 전국으로 울려 퍼졌다. 1분짜리 영상은 시골 동네에서 같은 스타일로 파마를 하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비춘 후 ‘맥도날드랑 잘했군 잘했어’라는 제목이 나오며 시작한다.

맥도날드는 진도에서 자란 대파로 버거 메뉴를 개발했다. 사진=한국맥도날드 유튜브 캡쳐

‘맥도날드와 진도가 만나 버거 맛도 우리 농가도 살아나는 기쁨을 표현한 진도 노부부의 노래입니다’라는 설명이 제목 아래 깔리고, 마을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 70대로 보이는 부부가 편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부부는 멜로디 높낮이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원래 곡에서 살짝 바꾼 노래 사설을 주고받는다.

‘(부인) 엊그제 뽑아놓은 대파 한 트럭을 보았소?’
(영감) 보았지~ (부인) 어쨌소?
(영감) 서울서 내려온 맥도날드에 주었지~’

부인과 영감에 이어 대파밭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잘했군 잘했군 잘했어~ 농사진 보람이 있다지~’란 후렴 합창이 율동과 함께 이어진다. 이제 할아버지가 ‘마누라’라고 부르고는 운을 띄우며 물을 차례다.

‘(영감) 우리집 대파로 만든 버거를 맛봤소?
(부인) 맛봤지요~ (영감) 어땠소?
(부인) 향긋한 대파 풍미 정신을 못 차릴 맛이지~’

바로 영상 처음의 동네 미장원으로 가서 머리에 파마를 감고 있는 할머니가 말한다.

“맥도날드로 일 년에 50톤씩 간대. 긍께 파들 많이 심어~”

느티나무 아래 노부부는 ‘잘했군 잘했어’의 가사를 바꾼 ‘맛있군 맛있어~’라는 후렴을 하고, 같은 대파밭이지만 이번에는 남성들이 받아서 ‘맛깔나게 잘 살렸네~’란 가사로 율동과 합창을 한다. 농악대와 ‘진도대파’, ‘풍미를 올려라’, ‘맥도날드’라고 쓴 농악 깃발이 흥을 돋 우며 버거와 함께하는 마을 잔치가 열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이런 자막이 뜬다.

‘버거 맛도 우리 농가도 살리는 맥도날드가 찾은 한국의 맛’

맥도날드는 진도에서 자란 대파로 버거 메뉴를 개발했다. 사진=한국맥도날드 유튜브 캡쳐

한국 최대 대파 생산지인 진도에서 난 대파를 재료로 맥도날드에서 크로켓 버거 상품을 내놓았다. 전 세계 공통의 메뉴와 엄밀하고 세세하게 규정된 요리 방식을 고수하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원조 격인 맥도날드와는 일견 어울리지 않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진도대파버거가 갑자기 나온 건 아니다. 보성의 녹차 먹여 키운 돼지라는 보성녹돈, 창녕의 마늘을 갈아 넣은 창녕갈릭 등 지역의 농산물을 재료로 한 특별 메뉴를 지난 3년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이들 메뉴를 한정판으로 소량만 내놓았다가 인기에 힘입어 재출시하는 방식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농가에 안정된 공급망을 마련해주고, 한국 생활문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맛’을 찾고 알리는 노력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패스트푸드 체인점, 프랜차이즈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맥도날드와는 어울리지 않는 행보가 아닌가.

‘자본주의 인문학 산책’(조홍식 지음) 57쪽에서 사회학자 조지 리처(George Ritzer)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를 근거로 들어 표현한 것처럼, 맥도날드는 ‘모든 것을 예측, 계산, 통제 가능하게 효율적으로 규격화함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위생적이고 친화적인 대중 공간을 창출’해서 성공했다.

한국의 군(郡) 단위 농산물의 작황과 그에 따른 가격은 들쭉날쭉하고 통제할 수 없는 데다 외국산이 저렴한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요리를 예술의 한 분야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미국은 이를 산업화시켰고, 그 대표적인 것이 맥도날드라고 한다.

효율성을 절대기준으로 삼는 운영 방식도 그렇지만, 맥도날드 브랜드 중심에는 ‘미국’이 처음부터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생활 인프라 없이 맥도날드는 태어날 수 없었다. 햄버거와 콜라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맥도날드로 그 둘이 함께하는 전형이 완성되었고, 거기에 어린이가 있는 단란한 가족의 시간과 공간으로 맥도날드는 미국적 생활 방식과 꿈을 상징하는 기제가 되었다.

영화 ‘파운더’(The Founder)에서 마이클 키튼의 신들린 연기가 보여주는 사업 확장은 마치 ‘서부로 서부로’(Go West) 외치며 뛰어갔던 미국의 명암을 반영하는 듯하다. 그런 획일화와 미국화를 기반으로 한 맥도날드의 본질과 멀어지는 움직임 아닌가.

11월 2일 ‘BTS세트’에서 ‘예스키즈존’까지…한국에 더 깊숙이 들어오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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