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과학으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다
로켓 과학으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다
  • 이선종 (robin@domo.co.kr)
  • 승인 2023.1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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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종 - 문제의 주역 (3)]
‘타임(TIME) 매거진’ 선정 2021년 최고의 발명품, 세이블팩(SAVRpak)
NASA 엔지니어와 강력한 브랜드 슬로건(Fight Food Waste) 기반의 탁월한 성과

현대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어려움에 도전하는 브랜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그들만의 독특한 관점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정의한 문제가 어떤 혁신적인 해결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지 볼 수 있다.

세이블팩(SAVRpak)과 다양한 농식품.
NASA 엔지니어가 만든 '세이블팩'(SAVRpak)은 음식물 쓰레기 감소로 농식품업계에 혁신을 가져왔다.

더피알=이선종 | 요즘은 패스트푸드를 정크푸드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소비가 줄기는 했지만 나와 같은 1980년대생들은 초등학생 때 처음 맛본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의 컬래버레이션을 환상적인 추억의 한켠에 넣어두고 있다.

나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에서는 맥도날드와 다른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고, 어린 나는 맥도날드에 조금 더 끌렸다. 그 끌림의 결과인지 회사에서 업무를 하며 맥도날드에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애정에 기반한 제안은 신나는 작업이었고, 개발을 하며 맥도날드 햄버거를 많이도 먹었다.

이런 맥도날드에 아쉬운 부분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감자튀김 딜리버리. 패스트푸드의 시그니처 메뉴인 감자튀김은 매장에서 먹을 때와 배달 온 뒤 먹을 때 식감과 감촉, 온도까지 큰 차이가 있다.

매장에서 느낀 바삭함은 촉촉함으로, 단단함은 물컹함으로, 따스함은 차가움으로 변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문 후 조리, 라이더 백의 온기 보존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겠지만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딜리버리가 일상화되면서 선택지는 더욱 늘어간다. 선택의 과정은 너무 쉽다. 그만큼 안 좋은 경험이 만들어낼 배제의 가능성, 그 가능성의 힘도 커진다.

배달 음식이 습기로 눅눅해진 상태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배달 음식이 습기로 눅눅해진 상태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아직까지 난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맥도날드의 메뉴는 만족스럽다.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매장에서 먹으면 나의 아쉬움은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세계에서 가장 큰 레스토랑이 이 문제를 모르고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이미 정답을 알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자본을 썼을 것이다. 아직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아마 딱 맞는 해답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보온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을 결합하면 당연히 고객 부담금이 커진다. 그러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누구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된다.

맥도날드의 기업 이념인 QSC&V(Quality, Service, Cleanliness, Value)에 따라 고객에게 최고 품질의 청결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정신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로켓 과학으로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세이블팩’

창업가의 스토리와 아이디어, 강력한 슬로건으로 최근 2년 동안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애그리테크(*) 브랜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타임(TIME) 매거진’에서 2021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세이블팩’(SAVRpak)이란 기업이다.

(*) 애그리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의 합성어로,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농업 분야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비즈니스를 의미한다.

사진=ⓒSAVRpak.

‘세이블팩’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 빌 버겐(Bill Birgen)이 습기 때문에 눅눅해지는 음식을 없애기 위해 발명했다. 빌 버겐은 2021년 농업 매거진 ‘애그리게이트 글로벌’(Agrigate Global)과의 인터뷰에서 세이블팩은 ‘음식을 위한 로켓 과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 싸온 점심이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며 우주선을 위한 온도, 습도, 결빙 방지 솔루션을 설계하면서 자신이 발견한 신선식품의 적, 결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습기가 식품 표면에 응결되기 전에 용기 내 공기에서 습기를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패치를 개발했다.

문제는 영웅을 만든다

#1 세이블팩 기준의 악당을 찾다

세이블팩은 신선식품의 적이 결로라고 판단했다. 세이블팩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그레그 매즐리’(Greg Maselli)는 “물이 닿는 순간 더 맛있어지는 것은 없다”고 단정했다.

음식이 눅눅해지는 이유는 뜨거운 음식과 함께 용기에 갇힌 수증기 때문이라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뜨거운 음식은 조리 후에도 계속 수분을 배출하고, 음식을 포장할 때 수증기가 차오르기 때문에 우린 눅눅한 음식을 배달받는다. 결로를 없애는 것, 이것이 문제의 본질인 셈이다.

약 30분 경과 후 세이블팩이 사용된 제품(좌)과 아닌 제품의 결로 생성 차이. 사진=ⓒSAVRpak.
약 30분 경과 후 세이블팩이 사용된 제품(좌)과 아닌 제품의 결로 생성 차이. 사진=ⓒSAVRpak.

#2 우주선 기술, 신선식품의 영웅으로 등장하다

세이블팩은 식품 용기 내부의 수분을 흡수하도록 설계되었다. 가령 감자튀김을 배달할 경우 용기 안에 세이블팩이 들어 있다면 튀김류의 바삭한 겉면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연구진의 실험으로 세이블팩은 식품 용기의 습도를 최대 45%나 낮출 수 있고, 포장식품의 유통기한을 최대 2주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음식물이 쓰레기로 바뀌는 기간을 최대 2주나 늘리다니, 실로 혁신적인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3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미래적인 산업, 농업

김유호 국립농업박물관 농업본부장은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미래적인 산업이 농업”이라고 말했다.

#식량안보 #식량부족 #기후변화 #농업인구 감소 #생물다양성 #식품안전 등 현재 농업이 가진 문제는 인류의 생존에 직결되는 이슈다. 모두가 중요한 산업이라는 데는 동의하겠지만, 인류가 처음 경작을 시작한 이래 수많은 이해관계와 가치사슬로 묶이며 뚜렷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웠던 산업이기도 하다.

영국 사람들이 구매한 음식 중 50%는 버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광고. 사진=ⓒWRAP.
영국 사람들이 구매한 음식 중 50%는 버려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광고. 사진=ⓒWRAP.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2018년 애그리테크 산업의 시장 규모는 75억 달러에 달하고, 2023년에는 13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와 주목도가 큰 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나 브랜드의 성장배경이 되기도 한다.

#4 약속의 완성은 곧 브랜드 메시지가 된다

빌 버겐은 “전 세계가 만들어내는 음식물 쓰레기는 2조60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엄청난 문제다.

세이블팩은 퇴비화 가능한 봉지를 사용해 화학물질 없이 농산물의 유통기한을 50%에서 100%로 연장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히며, 음식물 쓰레기 감소로 줄어들 온실가스 문제, 폐기물 감소로 가능한 농업 효율성 향상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사진=ⓒSAVRpak.

좋은 문제 정의는 좋은 해답을 만들어낸다

혁신적인 유통기한 연장이 가져온 성과, 딱 맞는 해답

혁신적으로 유통기한을 늘린 제품도 오래오래 맛있겠지만, NASA 출신 창업자가 음식물 쓰레기 퇴치를 외치며 농식품업계를 혁신하는 이야기가 주는 맛도 새롭다.

우주선 기술과 음식. 낯선 연결이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빠르고 싸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낸 이 기업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아직 한국에 세이블팩이 들어오진 않았다. 그러니 오늘 저녁은 배달음식을 참아보는 걸로. 그렇게 ‘Fight Food Waste’에 나도 살짝 동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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