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의 메시지 전쟁 (7)] 극장용 영화의 종말과 드라마의 위기
[김우정의 메시지 전쟁 (7)] 극장용 영화의 종말과 드라마의 위기
  • 김우정 (ceo@storee1.com)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3.11.1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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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전성시대, 메시지는 맥락이다 ①

더피알=김우정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와 드라마 산업은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올 추석에 개봉한 대작 중 단 한 편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국내 OTT 플랫폼과 한국 방송국의 경영 악화로 이미 제작된 드라마들이 제대로 편성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넷플릭스만이 해답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1000만 영화를 제작한 리얼라이즈의 원동연 대표는 현재 한국 영화 위기의 가장 큰 문제를 '안이한 기획'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평론가들은 '인구 감소'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영화와 드라마의 위기는 정확하게 말하면 극장의 위기이고 드라마 편성의 위기다.

한국 영화 100주년 되던 해인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영화의 최고 영예인 칸과 오스카를 연이어 제패했고, 2021년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K-드라마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심지어 팬데믹이 종식된 지금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왜 위기에 봉착한 것일까?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넷플릭스로 상징되는 OTT로의 플랫폼 변환일까?

위기의 시작은 고객 경험을 무시한 안이한 대처에 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는 최근의 전성기와 팬데믹을 거치며 고객 경험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첫째, 해상도 등 기술의 발전을 경시했다. 둘째, 가까운 K-팝의 사례에서 팬덤의 중요성을 감지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는 지나치게 스토리에 집착했다.

그리고 고객 경험 데이터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고객만의 서사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을 간과했다.

고객 경험 데이터가 메시지의 시작이다

첫째, 한국 영화는 화질의 발전에 둔감했다.

극장용 영화의 경쟁자는 다른 극장용 영화가 아니라 소비자의 시청 습관이다. 긴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자의 시청 습관이 크게 바뀌었다.

가정용 모니터의 해상도 역시 빠르게 발전했다. 해상도는 SD-HD-FHD-QHD-4K UHD로 단계를 밟으며 높아졌고, 이제 8K UHD로 발전해갈 예정이다. 관객의 경험도 이에 맞추어 크게 변했다.

하지만 극장과 제작사는 해상도를 놓쳤다. 반면 드라마엔 축복이 됐지만, 그 축복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해상도는 기술이지만 고객 경험의 시작점이므로, 이를 경시하고 제작되는 영화와 드라마에는 좋은 메시지를 담을 수 없다.

둘째,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팬덤은 맥락이 없다.

최근 크리스토퍼 놀런이 영화 '007 시리즈'의 감독을 맡을 계획이고, 헨리 카빌이 주인공 물망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영화 커뮤니티가 크게 들썩였다. 바다 건너까지 움직이게 하는 할리우드의 작품-감독-배우가 연결된 팬덤의 파워다. 팬들은 벌써 그 영화가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한다.

한국 영화의 팬덤은 어떤가. 진정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고 데이터로 축적되어 있는가?

영화배우의 팬덤과 드라마 작가의 팬덤은 작품과 맥락을 이어 지속되기 힘들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그것이 팬덤이라고 착각했다. 도대체 가까운 K-팝의 사례에서 무엇을 학습했을까.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9월 1일 개장한 가을 시즌 '다크 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운영 기간을 11월 19일까지 특별 연장한다고 10월 18일 발표했다. '다크 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는 하이브 레이블즈의 '엔하이픈'과 협업한 웹툰 IP를 접목시킨 축제로, 롯데월드 공식 SNS에 게시된 광고 영상 누적 조회수가 2000만회를 돌파한 상태다. 또 9월 한달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찾은 해외 입장객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롯데월드 제공.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9월 1일 개장한 가을 시즌 '다크 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의 인기에 힘입어 시즌 운영 기간을 11월 19일까지 특별 연장한다고 10월 18일 발표했다. '다크 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는 하이브 레이블즈의 '엔하이픈'과 협업한 웹툰 IP를 접목시킨 축제로, 롯데월드 공식 SNS에 게시된 광고 영상 누적 조회수가 2000만회를 돌파한 상태다. 또 9월 한달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찾은 해외 입장객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롯데월드 제공.

팬덤을 만드는 일은 메시지의 적극적 수용자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얼마 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는 글로벌 IP를 활용한 놀이기구를 새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놀이기구가 들어설 자리는 인기 어트랙션 ‘정글탐험보트’가 있던 곳이다. 그곳에는 이제 ‘다크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라는 웹툰을 주제로 어드벤처가 꾸며졌다.

웹툰에는 하이브의 아이돌 그룹 엔하이픈이 등장한다. 글로벌 K-팝 팬들에게 적극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렇듯 전통적인 마케팅으로만 일관하던 테마파크조차 팬덤과 고객 경험에 눈뜨고 있다. 팬덤은 세계관으로 완성된다.

셋째, 한국 영화는 지나치게 스토리에만 집착했다.

100년 가까이 지속된 100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애초 서사구조만을 위해 결정된 것이 아니다. 극장의 러닝타임은 관객의 시청 경험에 근거하여 설정되었다. 그럼에도 영화 선배들은 극장용 플롯을 완성했고, 오랜 시간 콘텐츠의 왕좌를 지켰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나왔고, 영화보다 촘촘하고 서사구조에 충실한 웹툰과 모바일 게임이 속속 등장했다. 이제 영화의 관객은 극장에서만 영화를 경험하지 않는다, 그들의 놀이터는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영화와 드라마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럼 이렇게 중요한 영화와 드라마의 관객 경험 데이터는 어디에 있을까?

극장 개봉 영화는 예매 플랫폼일 것이고, OTT 오리지널은 각자의 시청 플랫폼일 것이다. 드라마의 경우 방송사가 아니라 스마트TV 제조사가 가장 큰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결국 제로 파티 데이터는 분석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퍼스트, 세컨드 파티의 철 지난 데이터만 요란하게 읽히고 있다. 적어도 서드 파티 데이터 정도는 분석하려고 시도해야 하지 않을까?

*제로 파티 데이터란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고객이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데이터를 뜻한다. 퍼스트 파티 데이터는 기업이 자사 플랫폼에서 직접 수집하는 고객 데이터를, 세컨드 파티 데이터는 다른 기업이 수집한 우리 고객에 대한 데이터다. 서드 파티 데이터는 다른 기업이 고객과 직접적인 관계 없이 수집해놓은 고객 데이터를 의미한다. 

 

11월 16일 성공한 영화는 테마파크와 같다로 이어집니다.

메시지는 독배이자 성배다. 조사 하나가 조직을 죽일 수도 있고, 단어 하나가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황경신 작가의 말처럼 사랑은 변하고, 환상은 깨지고, 비밀은 폭로된다. 메시지는 변화를 구상하고, 믿음을 계획하고, 관계를 실행하는 큰 힘이자 굳은 신념이다. 필자는 이같은 메시지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도 같이 이야기하려고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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