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연의 뷰스] 관동대학살, 100년의 침묵을 깨우다
[신아연의 뷰스] 관동대학살, 100년의 침묵을 깨우다
  • 신아연 (thepr@the-pr.co.kr)
  • 승인 2023.12.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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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피알=신아연 | 어떤 일이 얼마나 오래되어야 잊히게 될까, 잊어도 될까. 아무리 오래되어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을까,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 있을까. 어떤 일이 100년 전 일이면 오래된 일일 터, 그렇다면 잊어도 되는 걸까, 그래도 잊어서는 안 되는 걸까.

또 한 해를 보내며 1년 전이 아닌 100년 전 일이 더 선명하다.

잊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리라. 6661명의 우리나라 사람을 일본 군인과 경찰과 심지어 민간인이 합세하여 죽이고 시신조차 감쪽같이 처리한 후 그 끔찍한 학살을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렸기에.

1923년 9월 1일, 일본 중부의 관동(간토)지방에서 7.9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사망자가 10만 명에 달하는 등 약 34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대참사였다.

다음날, “지진에 의한 혼란을 틈타 일본에 불만을 품고 있던 재일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타 이참에 일본인들을 몰살하려 한다”는 유언비어가 정부에 의해 날조됐다. 지진으로 충격과 혼란에 빠진 민심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보려는 사악한 위정자들이 천재(天災)를 인재(人災)로 둔갑시킨 것이다.

지진의 원인이 마치 조선인에게 있는 것처럼, 조선인들을 모두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졌고, 1923년 관동대지진은 관동대학살로 둔갑했다. 단 10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그리곤 100년이 흐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100년 동안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는 고사하고, 그런 일 자체가 없었다며 진상 조사에 대해 철저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대학살의 한 장소였던 동경의 아라카와 강변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10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그동안 일본의 양심 단체들이 해마다 기념해 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주관(씨알재단 주관; 이사장 김원호)한 것으로는 100년 만의 첫 추도식이었다.

지난 9월 3일 동경에서 열린 100주기 추모제 현장 사진=씨알재단

학살된 6661명을 한 분 한 분 기리기 위해 6661명의 넋전(죽은 자의 넋을 담는 종이인형)을 학살 장소에 매달아 제를 지낸 것이 관동대학살 100년의 침묵을 깨우는 기폭제가 되었다.

추도제 현장을 영상에 담고, 희생자의 유족과 생존자와 목격자의 증언, 은폐와 조작을 증명하는 문서 등을 발굴하여 100년 전 조선인 학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다큐 영화 <1923 간토대학살>이 제작(감독; 김태영) 되어 내년 4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0년 만에 침묵을 깨고, 관동대학살이 제노사이드(국민, 인종, 민족, 종교 따위의 차이로 집단을 박해하고 살해하는 행위)로 판명되는 행보의 첫발을 이제야 내디디게 된 것이다.

김태영 감독의 다큐 영화 <1923 간토대학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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