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치 소스로 보이는 것'이 불러온 파급 효과
'랜치 소스로 보이는 것'이 불러온 파급 효과
  • 박재항 (parkjaehang@gmail.com)
  • 승인 2024.01.1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재항의 캠페인 인사이트] 돌발 상황에 즉각 반응하는 광고와 마케팅(下)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창조적인 행동으로 대응하라
광고·마케팅 담당자에 필요한 ‘인스턴트 크리액션’

더피알=박재항 | 스위프트노믹스의 하이라이트는 케첩과 소스로 유명한 하인즈 브랜드가 완성했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해 9월 24일 친구들과 켈시의 어머니와 함께 치킨핑거 같은 주전부리 음식이 테이블에 차려진 스카이박스에서 NFL 경기를 보았다. 스카이박스 안에서 맥주잔을 든 친구와 함께 찍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진을 콘서트 관계자가 X(구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런 설명을 붙였다.

우연을 행운으로 만들다…“스타의 순간을 포착하라”에서 이어집니다.

사진=The Eras Tour 트위터(X) 공식 계정 갈무리.

‘Taylor Swift was eating a piece of chicken with ketchup and seemingly ranch!’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치킨 몇 조각을 케첩과 랜치 소스로 보이는 것과 함께 먹었다’는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처럼 보이는’, ‘겉보기에는’이란 뜻의 ‘seemingly’란 단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며 화제가 되었다. 일상적으로 자주 쓰이는 단어가 아니다 보니, ‘겉보기에 랜치라면 진짜는 무엇이란 말인가’ 등으로 마치 말잇기 게임처럼 계속 리트윗되면서 밈이 되었다.

하인즈에서는 ‘seemingly’ 트윗이 나온 지 이틀 후에 아예 ‘Ketchup & Seemingly Ranch’란 상표를 단 제품을 내놓았다. 기존의 케첩과 랜치 소스를 합친 듯한 색상이었다.

하인즈 계열의 소스 전문 회사인 프라이멀 키친(Primal Kitchen)에서는 ‘Seemingly Ranch’란 상표로 다양한 오일과 소스를 선보였다.

그러자 미국의 대표 오프라인 소매 유통점인 월마트에서는 복도 하나에 ‘Seemingly Ranch’ 표지판을 붙이고 그 상표의 제품들로만 채웠고, 맥도날드에서는 닭고기 요리인 맥너깃을 ‘Seemingly Ranch’ 소스를 곁들여 선보인다고 광고했다.

미국인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브랜드들이 이렇게 ‘Seemingly Ranch’를 함께 외쳤으니, 동네 치킨집에서도 황급히 ‘Seemingly Ranch’를 가져다놓았다. 어떤 식당은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만든 ‘Seemingly Ranch’ 소스가 있다고 광고했다.

‘Seemingly Ranch’ 자체가 새로운 소스의 한 종류로 등극했다. 화제가 된다 싶으면 나오는 ‘Seemingly Ranch’ 글자를 새긴 티셔츠, 모자, 액세서리 등도 넘쳐났다.

기념품과 광고성 SNS를 넘어서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스위프트노믹스의 위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골키퍼가 되어 골문을 지켜야 했다

다른 유형의 비슷한 사건이 이탈리아에서도 일어났다. 프랑스 A대표팀 역대 최다골을 기록하고 있는 올리비에 지루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팀 AC 밀란에서 뛰고 있다.

그가 2023년 10월 둘째 주 세리에A 베스트11에 뽑힌 건 그다지 큰 사건이 아니다. 지금도 프랑스 대표팀 멤버이고, 리그 최고 반열의 공격수이니 몇 주 연속 그가 뽑히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뉴스가 될 정도다.

그런데 10월에 그가 베스트11으로 뽑힌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닌 최종 수비를 책임지는 골키퍼였다.

2022년 12월 4일(현지시각) 카타르월드컵 폴란드와의 16강전 경기에서 프랑스의 올리비에 지루가 오버헤드킥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10월 8일 제노아 원정 경기에서 지루는 0-0 상황인 후반 21분 교체 투입됐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43분 AC 밀란이 득점에 성공했다. 격렬했던 경기인 만큼 10분 정도의 긴 추가시간이 주어졌으나 원래 수비가 탄탄한 AC 밀란이라 버티는 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골키퍼 마이크 메냥이 후반 추가시간 8분에 상대 공격수를 무릎으로 가격하여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이미 교체 카드 5장을 다 쓴 AC 밀란은 필드플레이어 선수 중 한 명이 골키퍼가 되어 골문을 지켜야 했다. 그 역할을 지루가 맡았다. 경험이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장신이어서 공중볼에 대처하기가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였을 것이다.

퇴장당한 골키퍼의 상의를 자신의 유니폼 위에 입고 골키퍼 장갑을 낀 백전노장 지루가 수문장으로 등장하는 희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으나 골키퍼를 처음 맡은 지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동점이 되고 역전이 되어도 당연한 분위기였다.

골키퍼의 반칙으로 얻은 제노아의 프리킥에 지루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못했으나, AC 밀란에는 다행스럽게 골대를 맞고 나왔다.

수적으로도 우세인 제노아의 공세가 이어지며, 골키퍼 지루와의 1:1 상황이 벌어졌다. 지루는 노련한 골키퍼처럼 각도를 좁히며 나와 상대의 슛을 손으로 막고, 곧바로 공중에 뜬 공을 잡아내는 연속 선방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방을 펼친 지루에 힘입어 AC 밀란은 승리를 지켜냈다.

2023년 10월 8일(현지시각) 제노아 원정 경기에서 AC 밀란의 골키퍼 역할을 맡은 올리비에 지루(우). 사진=AC 밀란 공식 유튜브 계정 갈무리. 

전 세계 축구 시장에서 전례 없는 홍보 효과

세리에A에서 그 주 라운드의 베스트 골키퍼로 지루를 선정하자, 너무 장난스러운 것 아니냐는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골키퍼로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 선방을 기록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베스트’는 화제성・홍보성 등의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뽑는 것이니 지루가 받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세리에A 리그 자체가 지루를 선정하며 전 세계 축구 시장에서 전례 없는 홍보 효과를 누렸다. 프랑스 대표팀에서 지루를 골키퍼 명단에 넣은 것도 돌발 사건을 이용해 프랑스 특유의 유머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발 빠르게 활용한 건 AC 밀란이었다. 지루의 이름을 넣은 골키퍼 유니폼을 바로 출시했고, 당연히 즉각 완판되었다.

예상치 않게 발생하는 돌발 사건이 줄을 잇는다. 특히 SNS에서는 밈이 되는 말, 영상, 사진들이 마구 튀어나온다. SNS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오고, 무엇이 화제가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광고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들이 예전보다 촉각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창조적인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것을 나는 ‘Instant Creaction’(Creative+Response+Action)이라 명명해봤다.

일단 외국에서 발생한 사례들만 살펴봤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숱하게 나오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한국의 ‘Instant Creaction’ 예들과 함께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