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매개체는 누룩, 그럼 소통 매개체는?
막걸리 매개체는 누룩, 그럼 소통 매개체는?
  • 더피알 (thepr@the-pr.co.kr)
  • 승인 2012.03.0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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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에도 맛이 있듯, 소통에도 맛이 있다


"내 벼슬 않고 떠돌 때는 마시는 것이 오직 막걸리여서 어쩌다 청주를 만나면 취하지 않을 수 없었네. 높은 벼슬자리 올랐을 적엔 막걸리 마시려 해도 있을리 없었고.."

-고려 주선 이규보 선생의 백주시 중

막걸리는 오래 전부터 서민들이 흔히 먹는 술이었다. 이렇다 보니 가끔 TV를 통해 정치인들이 논두렁에서 농민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서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막걸리가 등장하는 것이다. 막걸리는 대중 특히 서민과의 소통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부터 막걸리 속에 감춰진 소통의 근원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막걸리는 어떤 술보다 만들기 쉬운 술이다. 하지만 유지하기는 어려운 술이다. 1910년대 일본인들에게 비춰진 막걸리의 모습을 묘사한 글을 보자.

"1910년 이전의 주조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여 거친 누룩과 고두밥에 물을 혼합하여 그대로 방치하는 것으로, 술을 빚었다기보다는 그냥 술이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단순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주로 당시 하급 계급에게 음료와 식령의 한가지로 매우 많이 소비되었다."

실제 막걸리는 만들기 쉽다. 누구나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라하면 쉽게 집에서도 제조할 수 있다.

막걸리와 소통의 공통점

막걸리의 라이프사이클과 소통은 비슷한 라이프사이클을 가지고 있다.

1) 막걸리 만들기는 쉽다 = 소통 대상을 만들기는 쉽다.(ex:페북 친구)
막걸리는 청결과 소독이 중요하다 = 첫인상이 중요하다.(ex: 페북의 디자인, 그의 백그라운드)
2) 막걸리는 유지 관리 특히 온도 유지 관리가 어렵다 = 소통 에 있어 일관성 유지가 어렵다.
3) 막걸리 추출 시 강압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 = 소통도 일방적으로 그리고 강압적으로 하면 그 목표가 흐려진다.

"만들기는 쉬우나 또 시작은 쉬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바로 막걸리와 소통의 비슷한 라이프 사이클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80년대에 장수 막걸리가 알콜 도수를 8도로 올린 적이 있었다. 이때 매출이 어찌 되었을까? 8도로 올리고 나서 건설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주는 간식 막걸리가 거의 없어 졌다고 한다. 6도일 때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없었으나 8도로 올리고 나서 기하급수적으로 사고가 늘어나자 급기야 현장에서 막걸리를 빼고 맥주를 간식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소통은 고 알콜 도수의 술 보다는 저 알콜 도수의 술에서 빛을 발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사람들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또 다른 소통의 근원은 바로 저 알콜이라는 특성이 있다.

원래 막걸리는 동일하게 6도가 아니었다고 한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70년대 들어 술에 대한 세금을 잘 걷기 위해 6도로 통일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알콜 도수가 지금까지 유지돼 일반화 됐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맥주가 4.5도다. 아시아 권에서는 저 알콜 술은 막걸리가 유일하다. 그 만큼 향후 세계적으로 대중화 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C6H12O6-->2C2H5OH + 2CO2+ 27cal
포도당-->에틸알코올+이산화 탄소

막걸리에도 맛이 있듯, 소통에도 맛이 있다

막걸리 제조 과정 중에 중요한 공식이 하나 있다. 이 공식을 보면 당이 효모에 의해 무산소 상태에서 발효를 함으로써 알콜과 CO2를 내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당은 고두밥에서, 효모는 누룩에서 온다. 그리고 완전 발효된 막걸리는 당이 모두 알콜이 됐기 때문에 단맛이 나지 않는다. 고두밥을 술로 즉 알콜로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누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소통도 매개체이면서 촉진제 역할을 하는 뭔가가 있어야 제대로 이루어진다. SNS라는 매개체도 있고, 방송, 신문, 저널, 책, 사람이라는 매개체도 있다. 소통 목적에 따라 어떤 매개체를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올해 총선?대선에서 소통의 매개체는 무엇일까? 막걸리에 최적의 매개체인 누룩이 있듯이 소통에도 최적의 매개체를 찾아 활용해야 할 것이다.

막걸리 맛을 볼 때는 신맛, 단맛, 쓴맛, 감칠맛, 청량감, 누룩맛으로 평가한다. 쓴맛은 알콜도수(즉 발효정도), 신맛은 누룩의 종류에 따라, 청량감은 분해될 때 나오는 CO2의 양으로, 단맛은 감미료 또는 덜 발효되었을 때, 누룩맛은 사용된 누룩의 종류와 양에 따라, 감칠맛은 사용된 곡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소통을 할 때 우린 귀 또는 눈으로만 소통을 한다. 그러나 소통에도 맛이 있다. 짜릿한 맛, 귀찮은 맛, 거칠은 맛, 짜증나는 맛, 아주 환상적인 맛 등. 소통을 구성하는 여러가지 객체(전달하고자하는 콘텐츠, 말하는 사람, 매개체, 시간 등)에 따라 그 맛이 결정된다. 아무리 나쁜 콘텐츠라도 말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맛은 환상적일 수 있다.

막걸리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이에 담긴 깊은 메카니즘(라이프사이클, 매개체, 대중성 등)을 잘 파악해 ‘막걸리 소통’을 한다면 더 멋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1. 제조
1) 에탄올로 그릇과 용기를 소독함
2) 고두밥 제작 (쌀 1kg을 물에 50분간 담그고 불린 후 50분간 채에 두어 물기를 뺌, 그리고 나서 50분간 찜통에 찜)
3) 고두밥을 식힘
4) 큰 그릇에 고두밥 1.3kg(보통 쌀 1kg를 불리면 1.3kg이 됨), 누룩 200g, 생수 750 ml 넣고 치댐 (30분~60분정도)
5) 깔데기를 통해 물과 함께 용기에 치댄 것을 넣고 나머지 생수를 750 ml 넣음
#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청소와 살균이고 두 번째는 배합임

#2. 유지관리
1) 하루에 1번씩 위 아래로 저어줌
2) 온도계를 사용하여 온도가 23도~28도를 유지하는지 확인함. (범위 안에서 온도가 변동 있을수록 맛이 좋음)
3) 쌀에 있는 당이 누룩의 효소에 의해 발효되어 알콜로 분해되기 위해서는 무산소여야 하므로 입구를 비닐로 씌운 후 고무줄로 묶어서 이쑤시개로 구멍 뚫고 보완함
4) 아래에 찬기운이 올라오지 않도록 책으로 받침
5) 온도 유지를 위해 수건 같은 것으로 겉을 보호함
7) 5~7일 정도 발효시킴
8) 일지를 작성함(온도와 형태 그리고 맛)
9) 발효가 어느정도 됐는지 확인함.
: Co2가 더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성냥불로 넣고 더 이상 꺼지지 않았는지 확인)
: 기포가 올라오지 않을 때까지
: 층이 맑은 청주 층과 지게미 층으로 분리될 때까지
# 유지 관리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 유지임.

#3. 추출
1) 채에 부어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함. 짜지 않음.
2) 최대한 물을 섞지 않은 상태에서 걸러냄. 필요 시 물을 넣어 원하는 도수로 만듬.
3) 제대로 발효된 것은 단맛이 없을 때가 잘 된것으로 판단함.(당이 모두 알콜로 되었기 때문임)
#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강압적으로 짜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리는 것임

#4. 보관
1) 보통 물을 넣고 알콜 도수를 맞추면 10일정도 냉장 보관함.

전체 기간 중 제조는 약 2시간, 유지관리는 7일, 추출은 1시간, 보관은 10일 정도다. 기간으로 보았을 때 전체 막걸리의 라이프사이클 중에서 유지관리?보관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막걸리의 맛은 제조 보다는 유지관리?보관 단계에서 맛을 결정한다.




 

김범수

KT 부장(CC부문 창의경영 T/F, 그룹 전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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