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도 못하는 위기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알아도 못하는 위기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4.02.28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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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 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上)

누가 무엇을 할지 규정하고 일관적 철학 깔고 가는 체계 필요
평상시 위기 대응 주제 업데이트와 우선순위 설정이 실행 핵심

더피알=정용민 | 위기 관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해야 당면한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지 기업은 이미 알고 있지만, 실제로 관리 활동을 실행하지 ‘않아서'(did not) 위기 관리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위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는 있지만, ‘할 수 없었다'(could not)는 의미인 경우도 있다.

흔히 기업에서는 임직원이 위기 관리를 공부해야 한다, 위기 관리를 알면 좀 더 위기를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위기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미 기업이 알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임직원이 위기 관리를 모른다는 선입견은 버리자.

기업 내에서 임직원이 미처 모르는 것이 있다면, 왜 위기 관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는지 혹은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이유다. 몰라서 못했다면 차라리 문제해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알면서도 못했다면 해결은 불가능하거나 어렵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업 임직원은 왜 제대로 위기 관리를 하지 못했거나, 할 수 없었을까? 알면서도 왜? 그 몇 가지 대표적 이유를 꼽아보자.

내 담당 업무가 아니기 때문

내 담당 업무는 마케팅이다, 나는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나는 생산기술 쪽을 맡고 있다, 이렇게 자신의 업무를 소개하는 임직원에게 “그렇다면 위기 관리는 누가 담당하고 있습니까?” 물으면 대부분 서로를 쳐다본다.

딱히 정해진 부서가 없다는 이야기가 돌아온다. 그에 더해 다른 기업은 어떻게 담당 부서가 정해져 있냐고 묻는다.

위기 관리는 ‘누가’(who)에 대한 규정이 체계 구축의 첫 단추다. 모두가 알고 있어도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이유가 '내 담당 업무가 아니라서'라면 문제다. (반대로 아무나 애사심으로 나서서 위기 관리 업무를 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평소 위기 관리 주제에 대한 업데이트 부실

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개념은 스스로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생한 위기 유형은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것이라 위기 관리를 하지 못했다거나 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위기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의 전례나 유사 사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자사에 다가온 위기의 모습이 항상 새로워 보인다면 그게 문제다.

새롭다고 생각한 위기도 평소 다른 사례들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면 낯설지 않게 된다.

그때그때 다른 회사의 대응 기조

정해져 있는 대로 실행하는 것이 잘된 체계의 특징이다. 회사 철학과 원칙이 이슈나 위기 때도 일관성을 품고 공유된다면 그보다 잘된 관리 활동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때그때 위기에 따라 회사의 대응 기조와 방식이 다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자발적으로 전량 리콜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A/S를 하자는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 관리에 대해 알고 있어도, 기준이 매번 달라지니 대체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추어야 할지 임직원들이 주저한다. 이해관계자와 공중은 더욱더 이해하기 어렵다. 어리둥절하면서 위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 소지가 있는 관행, 경쟁 우위, 경쟁력의 비밀

미리 이슈나 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회사를 지금까지 생존하게 했던 뿌리 깊은 관행과 경쟁 우위, 경쟁력의 비밀 자체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면 대부분 위기 관리에 실패한다. 그 문제성 관행의 뿌리를 사전에 뽑아낸다면, 그것이 회사에 더욱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몇 년에 한 번 위기를 넘기면서 생존하는 것이 사전에 무리하는 것보다 낫다는 게 경영적 판단일 수도 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모두가 알고는 있지만, 모두가 함께하지는 않는다

체계라는 것은 여러 사람이나 부서가 함께 만들어 합을 맞추며 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위기 관리 체계를 들춰보면, 어느 한두 부서만 위기를 관리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 외 부서들이 명목상으로는 지원 또는 협업하게 되어 있지만, 그런 체계가 쉽게 가동되지 않는다.

위기를 관리해야 하는 부서에는 항상 의사결정 지연, 인력 부족, 예산 부족, 정보 부족, 시간 부족 현상이 고질적으로 나타난다.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귀찮아하고 과잉 체계라고 생각하는 한 알면서도 하지 않고, 못 하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열심히 일 했는데 된 건 없는 현상을 막으려면 위기 대응에 있어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리해뒀는지 생각해보자.  

위기 대응을 하기는 하는데, 한 것은 없다

이상한 현상이다. 무언가 위기 관리라고 해서 여럿이 열심히 실행하기는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따져보면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어 가장 중요한 실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위기 관리 대응의 우선순위에 대한 정리와 그에 따른 효과적 실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위기 관리의 비유 중 ‘목욕탕 욕조가 넘치려고 할 때, 가장 시급한 대응은 수도꼭지를 잠그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넘칠 물을 닦아낼 마대자루를 준비하거나, 물을 덜어낼 바가지를 구하러 다니는 실행이 일어난다. 대응의 우선순위와 컨트롤타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월 29일 ‘결국은 사람 일’ 이야기가 문제를 푼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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