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의사를, 의사는 국민을, 국민은 둘 다를 모른다
정부는 의사를, 의사는 국민을, 국민은 둘 다를 모른다
  • 김민지 기자 (mjk@the-pr.co.kr)
  • 승인 2024.02.23 13: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의대 증원 백지화 vs 의료개혁 필수
유현재 “닥쳐서 뜻 알리면 소용없어요”
정부-의료계 평소 소통의 필요성 강조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더피알=김민지 기자

전라북도 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전북 전주시 전주풍남문광장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증원 정책 강행 규탄대회'를 열고 의사 가운을 벗어 바닥에 내려 놓았다. 사진=뉴시스
전라북도 의사회 회원들이 15일 전북 전주시 전주풍남문광장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의대증원 정책 강행 규탄대회'를 열고 의사 가운을 벗어 바닥에 내려 놓았다. 사진=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의대 정원 확대 방침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의사 단체는 사직서를 내는 등 파업에 나섰고 정부는 면허 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강경하게 대응했다. 병원 운영에도 비상이 걸리면서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갈등이라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사 단체는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고 분노했다. 반면 정부는 28차례 의사 단체를 만나 대화를 했다며 반박했다. 이들의 소통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을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감정적인 싸움으로만 번지고 있어 안타까움만 커지고 있다.

사건 요약

보건복지부는 6일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 정원을 추가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3058명 정원에서 5058명으로 확대되며,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 치료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의사 수 부족을 근거로 증원을 결정했다. 고령화로 진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젊은 의사의 배출이 그에 못 미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우리나라 의사는 국민 1000명당 2.1명이고 OECD 평균 3.7명 기준으로 부족한 숫자라며 정원을 늘려도 2035년에는 2.3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소위 ‘낙수 효과’로 의사 수를 늘려 필수 의료 여건을 개선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면서 본질적인 필수의료 대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단순 OECD 통계만으로는 국가별 산출 기준이나 실질적 지표를 비교할 수 없으며 의학 교육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대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2020년 9.4 의정합의도 무력화시켰다면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실시한 인력수급 연구를 토대로 내린 결정이며, 대한의사협회에 증원 규모 협의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필수의료패키지로 의료 환경 개선에도 함께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증원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현재 상황

의사단체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20일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해 집단휴직을 본격화했고 의대생들은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전공의 수 상위 100여개 병원에서 총 8900여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내고, 그중 7800여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의사협회는 오는 25일과 3월 3일에 대규모 도심 집회를 계획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을 구속수사하겠다고 강경하게 밝혔으나 전공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환자들이 응급수술과 처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들도 늘면서 불안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한 총리는 23일 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모든 공공 의료기관 진료 시간을 전면 확대해 최대치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키워드

집단 행동, 사직, 필수 의료

전문가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헬스컴 전문회사 HOWs 대표)

코멘트

유현재 교수: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목소리만 키울 뿐 ‘소통’이 없었다. 필수 의료 환경을 개선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키우는 것이 본질이지만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마저도 전혀 되지 못하고 있다.

밥그릇만 챙긴다는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에 의사단체는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는 평소 국민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며 어떤 안건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원하는 경우 자신들의 업에 대해 PR이 필요하다. 그 PR은 평소에 이뤄져야 하며 일이 닥쳤을 때 뜻을 알리는 것으로는 역효과만 날 뿐이다.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의견을 요청해도 의협에서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파업으로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

이번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의료 법안에 변화를 줄 때마다 집단행동으로 의견을 전달하면 된다는 방식은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증원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2020년부터 수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그럼 그동안 의사협회는 증원을 뒤집을 논리를 만들어야 했는데 초반에는 의사단체 사이에서도 의견 취합을 못했다.

정부 또한 나름대로 연구를 했겠지만 의사단체를 설득하지 못하고 국민에게 접근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초반에 ‘국민이 원한다’는 논리를 주로 앞세웠다. 반면 국민들에게 의사가 왜 더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물어봐라. ‘의사가 많으면 좋을 것 아니냐?’는 이상의 논리를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소통만 잘 되었어도 현 상황까지 치닫지 않았을 것이다. 단체 내부에 전문 소통 담당자가 없는 것도 미숙함에 한 몫한다. 홍보위원장이 공무원이고 의사다. 자신들만 맞다고 주장할 뿐 그 전달과 설득 방식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전략이 없다. 결국 의사가 많으면 해결될 것이라는 쉬운 논리만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02-23 13:39:51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