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반대한다” 선언한 화장품 브랜드
“소셜미디어에 반대한다” 선언한 화장품 브랜드
  • 박주범 기자 (joobump@loud.re.kr)
  • 승인 2024.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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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범의 ESG 소통] 러쉬의 안티소셜 캠페인

10년째 이어진 ‘안전한 디지털 환경’ 만들기 캠페인
공동체 회복 위해 커뮤니티가 중심돼야한다는 주장
사진=러쉬 제공.

더피알=박주범 기자 | 현대인에게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환경오염, 기후위기, 바이러스 전염병,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걱정도 크지만, 일상이 된 중독적 SNS 활동은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 등 인간성 자체를 서서히 돌이킬 수 없게 변화시키는 치명적 위험을 수반한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 세대에서 영향력은 더욱 크다. 빅테크라 불리는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중독성 있는 플랫폼을 설계하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유해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깨알 같은 글씨의 이용 약관에 일방적으로 동의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기술 이용과 관련해 인권을 주장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국 기반의 자연친화적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com)는 빅테크의 이러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 운영 행태를 바꾸고 책임을 묻기 위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다. 러쉬는 공동체 회복을 위해서는 SNS 플랫폼이 더 작아지고 커뮤니티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안티소셜(Anti-Social)을 선언했다.

1995년 설립 이후 러쉬는 혁신과 윤리를 추구하며 사용자는 물론 환경적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들었고, 지구를 구하기 위한 화장품 혁명이라는 사명감으로 동물 실험을 엄격히 금지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포장 없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여 과대 포장 방지에 앞장서 왔다.

또한 현대인에게 디지털 권리는 인권 그 자체라고 판단하고 약 10년 동안 디지털 권리 캠페인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는데, 안티소셜이 그 일환이다.

디지털 윤리 향상을 위해

2016년 러쉬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이 연중 가장 활발한 블랙 프라이데이에 최초의 디지털 권리 캠페인 #KeepitOn을 실시해 인터넷 중단의 영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를 시작으로 SNS 이용자 데이터 유출 문제(#DataForGood), 디지털 윤리 인식 고취(#DigitalEthics),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프라이버시와 자유 문제(#TakeCTRL) 등에 관한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사람들이 기술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방식에 대해 꾸준히 인식을 제고하고 의식적인 선택을 하도록 장려했다.

2019년 4월 8일에도 러쉬는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소셜 미디어를 떠난다는 결정을 알렸다. 사진=Lush UK 제공.

2020년 코로나 봉쇄 기간 중 디지털 디톡스 데이를 맞아 하루 종일 기기를 내려놓고 정신 건강에 집중할 것을 옹호한 캠페인(#DigitalDetoxDay)으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사용자의 인식 개선과 교육만으로는 안전한 디지털 기술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러쉬는 2021년 11월 플랫폼이 사용자에게 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때까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틱톡 및 스냅챗 등 SNS 서비스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빅테크 내부 고발자들의 SNS 유해성에 대한 폭로 후 내린 결정으로, 러쉬의 SNS를 이용하면서 겪을 수 있는 피해와 조작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함께 읽어볼만한 기사 : ‘脫소셜→재개→脫소셜’ 러쉬의 이유 있는 변심

러쉬의 주 고객층이 소셜 미디어에 의해 정신 건강과 복지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그룹인 젊은 세대라는 점도 이러한 선택에 힘을 보탰다. 대신 유튜브 채널은 유지하고 있는데, ‘좋아요’, ‘구독’, ‘알림 받기’ 없이 사람들이 원할 때 들러서 확인하길 바란다.

더불어 2023년 SXSW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주식 매각 로드맵(Digital Divestment Roadmap)을 통해 빅테크에 대한 지출을 3분의 1로 줄이고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디지털 윤리를 흔들림 없이 지키겠다는 약속도 발표했다.

공동체 회복을 위한 디지털 소통은?

소비재 기업 중 러쉬의 안티소셜 캠페인에 동참하는 브랜드가 거의 없을 정도로 회의적인 시각이 압도적이었고, 러쉬도 고립 공포감(FOMO)이 커서 다시 소셜 미디어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고 성명서(‘Lush is becoming anti-social, Company Statement’)에서 밝힌 바 있다. 코로나 시기 이후 현대인의 기술 의존도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쉬는 SNS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책임이라는 전체 생태계를 놓치지 않았고, 안전한 온라인 환경이 가능한 또 다른 미래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 결과 디지털 기술과 환경에 대한 연구 수행을 통해 새로운 소셜 프레임워크(SOCIAL Framework)를 제안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체적인 수준에서 의식적인 변화가 없다면 사용자의 디지털 권리 침해는 더 심각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는 2023년 12월 전략적 예측 컨설팅 회사인 '미래연구실'(Future Laboratory)와 함께 작성한 '디지털 환경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10명 중 7명이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입법을 촉구했다는 내용이다. 사진=Lush UK 제공.
러시는 2023년 12월 전략적 예측 컨설팅 회사인 '미래연구실'(Future Laboratory)와 함께 작성한 '디지털 환경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10명 중 7명이 소셜 미디어 사용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제적 입법을 촉구했다는 내용이다. 사진=Lush UK 제공.

2023년 전략적 예측 컨설팅 회사인 미래연구실(Future Laboratory)과 함께 작성한 ‘디지털 환경 조사 보고서’(Digital Engagement: A Social Future)에는 기술 분야 전문가들과 영국· 미국·일본의 1만 2000여 소비자 의견이 포함되었는데, 응답자의 69%가 브랜드는 비윤리적인 SNS 플랫폼에서 떠나야 한다고 답했다.

65%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반대했고, 57%가 대형 브랜드와 기업이 기술과 온라인 문화를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 또 55%는 빅테크가 온라인을 덜 통제하기를 원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환경의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으며, 디지털 경험 전반에 걸쳐 사용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글로벌 법안을 요구한다는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특히 Z세대 소비자(54%)는 일부 그룹이 디지털 공간에서 소외되거나 무시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이러한 싸움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으며, 62%는 디지털 공간을 윤리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모든 기업의 역할이라는 데 동의했다.

물론 디지털 플랫폼은 다른 사람과의 연결(33%), 같은 생각을 가진 개인 찾기(29%) 등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많은 혜택을 여전히 제공한다. 과반수 이상(57%)이 기술이 생산성을 향상시킨다고 답했으며, 39%는 소셜 미디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기술에 대한 이러한 긍정적인 면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차세대 분산형 인터넷 반복인 웹 3.0 등을 통해 빠르게 발전을 거듭하며 새로운 업무 수행 방식을 약속한다. 그러나 러쉬는 기술 혁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 플랫폼, 참여를 위한 다음 6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Sustainability and the impact on the environment (지속가능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Open-source and how competition needs to be replaced by cooperation

(오픈소스와 경쟁 대신 협력하는 방법)

▷Community-controlled and decentralised data ownership

(커뮤니티가 관리하는 분산된 데이터 소유권)

▷Iterative and agility in an ever-evolving landscape

(진화하는 환경에서의 반복성과 민첩성)

▷Accessible and inclusive (접근성과 포용성)

▷Life-affirming (삶에 대한 긍정)

뉴시스.

러쉬는 기술이 사회와 환경에서 얻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더 큰 윤리적 이익을 위해 구축되어야 하며, 긍정적인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윤리적 하드웨어, 윤리적 데이터, 윤리적 디자인, 오픈소스 기술이 필수적이다.

감시적 광고, 중독성 알고리즘, 유해한 콘텐츠로 인터넷을 독점해온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으로부터 통제성을 되찾기 위해 러쉬는 SNS 소통을 멈췄지만, 그럼으로써 진정한 소통의 지속가능성은 더 커졌다.

러쉬는 커뮤니티 구축에 대한 분산형 접근 방식과 창의성 및 혁신을 강조한 제품 개발을 통해 계속 관련성을 유지하면서, 책임 있는 기술이 아이들을 보호하고 이용자의 신뢰성을 향상할 수 있는 디지털 환경의 도래를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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