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뜻 다른 느낌…카피 쓰기 전에 생각했나요?
같은 뜻 다른 느낌…카피 쓰기 전에 생각했나요?
  • 소영식 (ysso@enzaim.co.kr)
  • 승인 2024.04.24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REATOR 플러스] 카피라이터 꿈 이루지 못한 갈증이 발현된 날

전하려는 메시지 같아도…‘아’ 다르고 ‘어’ 다르다
광고 목적을 좀 더 잘 전달하는 뉘앙스·조사·태도

더피알=소영식 | 나에겐 직업병이 있다. 그냥 지나쳐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병. 정의를 위한다거나 하는 그런 거국적인 것이 아니라 글, 특히 메시지에 대한 것이다.

카피라이터가 꿈인 적이 있었다. 그것을 이루지 못한 갈증이 잠복기를 거쳐, 잘못된 메시지를(물론 이것은 지극히 내 기준, 내 판단에 의한 것이다) 만났을 때 발현되고 있다. 오늘이 바로 그 증상이 발현된 날이다.

어르신들의 무임승차를 위해서입니다

나는 모든 광고물을 유심히 본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이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 무임승차 지속을 위해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그 취지에 100%, 아니 1000% 지지한다. 그런데 한 단어가 계속 신경 쓰였다.

‘무임승차’라는 말. 무임승차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말이다. 그 부정적 뉘앙스의 단어가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는 메시지의 목적이 되고 있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부정적 단어가 그 진심을 가리고 있다.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어르신의 교통복지를 위해,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또는

“어르신이 어디든 편하게 다니실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모든 자동차 사이드미러에 적혀 있는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 표현이 너무나 신경 쓰였다. 이게 맞는 말인가? 물론 무엇을 말하는지는 안다.

외국에도 같은 표현이 적혀 있다. 비교해보자.

영문을 직역하면, ‘거울 속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일 것이다.

이 문장은 운전자가 이미 거울을 보고 있는 상황이기에 ‘거울 속’은 빼도 좋다. 그렇다면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가 문맥에 맞는 표현이 아닐까?

중요한 것은, ‘사물이’든 ‘사물은’이든 안전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계산되지 않은 도서를 들고 나가는 것은 범죄입니다

당연하다. 책 도둑도 도둑이다. 배고픈 고학생이 책 한 권을 숨겨서 갈 때 모른 척해주던 그런 시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 ‘계산되지 않은 도서를 들고 나가는 고객’을 대하는 상반된 메시지가 있다.

한 서점에는 “계산되지 않은 도서는 가지고 나가실 수 없습니다. 도서 절도 행위는 6년 이하의 징역 및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상습일 경우 가중처벌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반면 다른 서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경보음 작동 시 놀라지 마시고 직원들의 안내에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간혹 도서관 대여 도서 및 타 서점 구입 도서를 가지고 방문 시 경보음이 울릴 수 있습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같다. 그러나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