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를 어떻게 믿어”…규제하면 될까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믿어”…규제하면 될까
  • 박주범 기자 (joobump@loud.re.kr)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4.05.10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리핑G] 인플루언서 마케팅, ‘모두가 지는 게임’으로 가나

가짜 인플루언서·뒷광고 등 도덕성 논란
마케팅 비용 급상승에도 감독·규제 없어
美 연방거래위 큰 도움 안 된다는 지적
일부 조작·기만에 속는 브랜드·오디언스
인플루언서들도 ‘보호막’ 없어 고통 호소

더피알=박주범 기자 |  글로벌 마케팅·PR업계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대한 신뢰가 늘고 있고 비용도 더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가짜 인플루언서’와 뒷광고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커지고 있다.

충성도 높은 팬들에게 직접적 영향력을 강하게 미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일정 비용을 내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팔로워 수와 좋아요·댓글 수를 늘려주겠다는 전문업체들이 대놓고 영업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이하 BI)는 정도를 넘어선 최근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집중 조명한 기사를 4월 30일 보도했다. 기사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만연해진 인플루언서 브랜드 계약·광고에서 비윤리적 관행과 제한적 규제의 문제를 고발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아넨버그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디지털 문화 및 사회 센터 연구원 에밀리 헌드. 사진=Emily Hund 개인 홈페이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아넨버그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디지털 문화 및 사회 센터 연구원 에밀리 헌드. 사진=Emily Hund 개인 홈페이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최근 발행된 매거진(5~6월호)에서 판매업자들과 규제기관이 브랜드와 인플루언서의 나쁜 행동(차별, 불공정 비즈니스 관행, 사기 등)을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새로운 규제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해당 기사의 작성자인 에밀리 헌드(Emily Hund) HBR 연구원은 ‘인플루언서 산업: 소셜미디어에서 진정성에 대한 탐구’(The Influencer Industry: The Quest for Authenticity on Social Media)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헌드는 “산업 수준이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규제나 전문적 감독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며, “산업 경계가 없어 여러 방향에서 악용 가능성이 커지고, 마케터, 브랜드, 인플루언서 및 플랫폼 회사가 서로에게 다양한 수준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의 고충 ‘인플루언서를 어떻게 믿어’

2018년에 인스타그램이 팔로워·좋아요·댓글 등을 가짜로 만드는 불법행위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플랫폼이 문제를 파악한지는 꽤 시간이 됐지만 ‘가짜 인플루언서’ 문제는 더 심각해져왔다.

마케팅 회사 메타포스(Metaforce)의 데이비드 캠프(David Camp) 매니징 파트너(MP)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사기와 허위 진술, 불신에 직면해 있다고 BI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캠프 MP는 이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며 마케팅총괄과 최고디지털책임자를 역임했다.

가짜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어를 구매하거나 실제보다 더 참여가 많은 것처럼 지표를 조작해 브랜드를 속이고 파트너십 및 광고 계약 가격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국 CBS 뉴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기업 체크(Cheq)의 연구를 인용해 이러한 기만적인 관행 때문에 업계 광고비의 약 15%, 즉 2019년 총 13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캠프 MP는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은 오디언스를 구축해 수익을 창출하려 하지만 자신들을 대변해줄 에이전트를 두지 않는다”며 이들이 사기적 성향을 드러낼 경우 부정적 임팩트가 더 쉽게 발생하게 되는 구조의 원인으로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부제를 지목했다.

한국 상황을 돌아보면,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레저헌터 등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 전문업체는 물론 CJ ENM, 아프리카TV 등의 회사들까지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산업 자체의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광고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유명하고, 대표성이 높으며, 고용하는 기업에 예측 가능한 결과를 제공한다. 충성도가 높은 오디언스는 나이키의 마이클 조던이나 캘빈 클라인의 브룩 쉴즈 같은 유명인이 보증한 제품에 큰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효과는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가 쓸모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인플루언서가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처럼 부적절한 순간을 이용해 자신이나 브랜드를 홍보하여 전체 평판을 해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한 트위터 게시물은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을 이용해 홍보에 나선 인플루언서들을 비꼬며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들에게 전혀 상관 없는 야한 사진을 기부해주신 모든 용감한 인플루언서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Like and Subscribe 트위터 계정 캡처.
한 트위터 게시물은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을 이용해 홍보에 나선 인플루언서들을 비꼬며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자들에게 전혀 상관없는 야한 사진을 기부해주신 모든 용감한 인플루언서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Like and Subscribe 트위터 계정 캡처.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아 ‘정부가 다 잡진 못해요’

엄청난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인플루언서 콘텐츠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마케팅을 위한 공개 요구 사항의 기본 지침만 제공한다.

이에 대해 캠프 MP는 주로 유명인들이 청중을 호도하거나 유료 파트너십 공개 규정을 위반할 때만 적발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202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이더리움맥스 암호화폐를 홍보하기 위해 25만 달러를 받은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125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인 키아라 페라니(Chiara Ferragni)도 병원 기부금으로 사용하겠다며 팔로워들에게 케이크 구매를 유도한 기만적인 자선 캠페인으로 1월 이탈리아 반독점당국(AGCM)으로부터 1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패션 블로거에서 사업가로 거듭난 키아라 페라니는 자신의 로고가 새겨진 이탈리아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와 관하여 자선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알린 혐의로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100만 유로(한화 약 11억원)의 벌금울 부과받은 후 공개 사과문을 게시했다. AP/뉴시스
패션 블로거에서 사업가로 거듭난 키아라 페라니는 자신의 로고가 새겨진 이탈리아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 판매와 관하여 자선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알린 혐의로 이탈리아 반독점 당국으로부터 100만 유로(한화 약 11억원)의 벌금울 부과받은 후 공개 사과문을 게시했다. AP/뉴시스

헌드 연구원은 HBR 기사에서 린지 로한, DJ 칼리드, 나오미 캠벨 등도 모두 유료 파트너십 공개 여부에 대해 연방 조사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킴 카다시안 같은 세계적 유명인은 쉽게 포착됐지만 감독기관이 모든 인플루언서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비영리 소비자 조직인 컨슈머 리포트는 미 연방거래위원회가 해당 유명인들에게 비밀리에 홍보하던 브랜드와의 관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라는 경고를 보냈다고 전했다.

품질이나 노동 이슈가 있음에도 자신이 돈을 받는 회사에 대해 지나치게 좋은 리뷰로 오디언스를 속여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인플루언서의 사례는 훨씬 많은 실정이다.

인플루언서들도 힘들다 ‘보호막이 없어요’

이와 관련해 NBC 뉴스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홍보 회사인 MSL의 연구를 인용해 흑인 및 히스패닉 콘텐츠 제작자는 백인 제작자에 비해 35%의 급여 격차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가짜 매니지먼트 회사가 인플루언서 지망생을 속여 300달러의 보증금을 요구했다는 보고도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업계에 만연한 불확실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들은 달라지는 콘텐츠 기준, 새로운 플랫폼 및 도구, 불규칙한 계약, 오디언스 참여에 대한 높은 기대, 전문적인 보호가 거의 없는 상태로 유명인이 되면서 겪을 수 있는 역풍을 헤쳐나가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헌드 연구원은 설명한다.

딜런 멀베이니는 2023년 6월 버드 라이트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괴롭힘과 트랜스포비아"를 겪은 후 "버림받았다고 느꼈다"는 말을 전했다. AP/뉴시스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캠프 MP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여전히 더 바람직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이 팔로우하고 신뢰하는 사람의 광고가 익명의 광고보다 더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에 관한 연방거래위원회의 지침은 업계에 일부 보호막을 제공하지만 규제 당국은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특히 디지털 마케팅과 광고업계에서 윤리적 갈등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캠프 MP는 “물론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자신이 선택한 브랜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마케팅에 노출된 고객 수로 돈만 벌려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환경에서 필터링 되지 않은 쓰레기가 많이 유포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긍정적인 사례들의 비율은 아주 적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