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인 듯 사과 아닌 애플 사과…‘sorry’는 사과일까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애플 사과…‘sorry’는 사과일까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4.05.1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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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평통보] 반달리즘과 저널리즘 그리고 관심경제

광고영상, 팀쿡 CEO의 X 게시물과 유튜브 업로드 게시물 그대로
광고 전문지에 전달한 독점 성명서를 공식 사과로 봐주는 언론들

더피알=김경탁 기자 | 너무 끔찍하고 처참해서 스너프 필름을 연상시키는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 이미지 광고 스캔들(스캔들이라 쓰는 게 맞아 보인다)은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이 걸어온 길과 오랜 기간 미디어 저널리즘 분야에서 진행중인 여러 풍경에 대해 많은 상념을 일으킨다.

독점 사과? 유사 사과, 가짜 반성

국내외 여러 언론매체들은 애플이 이번에 논란을 일으킨 광고에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정황과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걸 사과로 봐주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는 ["창작자 조롱" 아이패드 광고 비판에…애플 이틀만에 고개숙여]라는 기사에서 “애플이 신형 아이패드 프로 광고를 둘러싼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고 전했고, 거의 비슷한 내용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기사들의 골자는, 토르 마이런 애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이 글로벌 광고 전문 매체 애드 에이지(Ad Age)와 인터뷰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 광고 논란에 대해 사과했고, 광고의 제작 의도가 빗나가서 유감이며 해당 광고를 TV에는 내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러 의문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애플이 애드 에이지에 독점적으로 전달했다는 입장을 사과로 봐도 되나? 제작의도가 빗나가서 유감이라는 말을 ‘사과’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논란이 된 광고를 TV에 내보내지 않는 것을 자책과 반성에 의한 행동이라 볼 수 있나?

국내 최고의 4차 산업혁명 권위자인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은 지난해 9월 더피알 포럼 키노트 연설에서 디지털 시대 선두기업들이 TV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애플을 사례로 든 바 있다. 통신사의 아이폰 판매 목적 외에 이미지 광고 같은 것은 거의 다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오디언스들로부터 폭발적인 부정 반응을 이끌어낸 광고 영상에 고액의 TV 광고비용을 지출하지 않겠다는 것은 경영적 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판단이다.

애드 에이지 기사 원문. 로그인해야 볼 수 있다. 다행히 유료기사는 아니다.
애드 에이지 기사 원문. 로그인해야 볼 수 있다. 다행히 유료기사는 아니다.

애드에이지 기사 원문(APPLE APOLOGIZES FOR IPAD PRO AD THAT ‘MISSED THE MARK’)을 찾아봤다. 보도일은 영상 공개 다음날인 9일(이틀만에가 아니라 이튿날이다)이었고, 인터뷰가 아닌 단독 입수 성명(an exclusive statement obtained by Ad Age) 형식이다.

애드 에이지 기사 내용 중에서 따옴표 안에 있는 직접 인용 문장을 먼저 보자.

“애플의 DNA 안에 창의성(Creativity)이 있고, 전 세계 창의성에 힘을 더해주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목표는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스스로를 표현하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삶에 반영하는 무수한 방식들을 축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영상에서 과녁을 빗나갔다. 유감이다”

“Creativity is in our DNA at Apple, and it’s incredibly important to us to design products that empower creatives all over the world, Our goal is to always celebrate the myriad of ways users express themselves and bring their ideas to life through iPad. We missed the mark with this video, and we’re sorry.”

이 입장문에 들어있는 유감(sorry)이 사과라면 ‘통석의 염’ 정도는 석고대죄라고 주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애드 에이지 기사에서 직접 인용이 아닌 평서문으로 ‘사과했다’(apologized)고 표현한 부분은, 오디언스 집단 중 창작자인 청중들에게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it didn’t mean to cause offense among its creative audience)는 내용이다.

“불쾌했다면 미안” 혹은 “기분나빴다면 사과할게”라는 문장은 절대 사용하면 안되는 사과 멘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금기 문장을 글로벌 거대기업 애플에서 무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한다는 사람이 썼다는 의미다.

해당 광고와 관련한 변화된 입장은 애플의 어떤 공식 채널에도 올라오지 않았지만 애드 에이지에 사과했다는 기사가 실렸으니 ‘사과했다더라’하는 기사를 모든 언론들이 쓰고 다수 대중들은 ‘사과했나보다’ 하고 넘기는 상황이다. 납득하기 어렵다.

애드 에이지가 단독 입수했다는 애플 성명서는 토르 미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의 이름으로 보낸 것이다.

애플 공식사이트 리더십 페이지에 있는 토르 미렌의 소개 페이지 첫 문장은 그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부사장으로서 팀 쿡 CEO에게 직보하는 지위라는 내용이다.

팀 쿡의 엑스 계정
팀 쿡의 엑스 계정

해당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팀 쿡 CEO의 엑스(X) 계정에는 문제의 광고 소개 게시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5월 8일 올라왔던 해당 영상 멘션의 조회 수는 8일 만인 16일 6000만 건을 돌파했다.

오랜만에 얻은 관심이 너무나 소중해서 게시물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트위터 시절부터 오랫동안 유지됐던 X 플랫폼의 수정불가 정책 때문에 게시물 수정이 안되기 때문인가라는 생각도 퍼뜩 들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유료화 정책 덕분에 이제는 엑스 게시물 수정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한 달에 3460원만 내면 베이직 권한을 받아서 수정할 수 있다. 수정할 수 있는데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팀 쿡은 3460원도 아까운 것일까.

유튜브 댓글만 막아뒀다
유튜브 채널. 댓글만 막아뒀다

문제의 영상은 애플의 유튜브 공식채널에도 올라와있다. 유튜브 영상 역시 8일 처음 업로드된 상태로 아무런 설명 수정도 없이 그대로 남아 있고, 댓글창만 닫힌 상태다.

유튜브는 개별 영상 단위로 댓글 기능 활성화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모든 영상의 댓글창이 닫혀있다.

설마 전체 영상의 댓글을 다 닫았을까 싶어서 확인하던 중, 이 채널에서 가장 오래된 영상이 2013년이고 당시 시점 영상의 썸네일 대부분이 팀 쿡 단독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애플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은 2005년이고 스티브 잡스가 건강문제로 CEO 자리를 팀 쿡에게 넘겨준 것은 그가 사망한 것과 같은 해인 2011년이다. 잡스 재임기인 2005년부터 추모열기가 남아있던 2012년까지의 모든 흔적들이 사라진 것이다.

애플 유튜브 채널이 개설된 것은 2005년이지만 현재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영상은 2013년이다
애플 유튜브 채널이 개설된 것은 2005년이지만 현재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영상은 2013년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리더십 아래에서 디지털 시대 인문학(Humanism) 르네상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잡스가 후임으로 지목했던 팀 쿡 치하의 애플이 조용히 스티브 잡스 지우기를 하다가 반달리즘(문화파괴)의 상징으로 비판받는 상황에 처한 것은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겠다.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인 시절인데다, 대중의 관심이 가장 큰 재화로 주목되는 관심경제 혹은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에는 ‘비판’이 비판 대상에게 의도치 않은 포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구글 트렌드를 보면 팀 쿡과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 광고를 동원한 어그로(?)가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한 것 같아 보인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4월1일 이후 구글 트렌드
4월1일 이후 구글 트렌드
최근 5년간 구글 트렌드. 애플 신제품이 발매될 때마다 치솟던 그래프가 이번에는 치솟지 않았다.
최근 5년간 구글 트렌드. 애플이 신제품을 발매할 때마다 치솟던 그래프가 이번에는 치솟지 않았다.

[편집자 주] ‘상평통보’는 像評通報(이미지 상, 평판할 평, 소통할 통, 알릴 보) 한자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新造語)로서, Image, Brand, Communication, News 등 더피알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모두 내포한 칼럼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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