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러브레터, 대행합니다
당신의 러브레터, 대행합니다
  • 유진숙 (admin@the-pr.co.kr)
  • 승인 2010.07.13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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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인에세이] 오리콤 전략8팀 유진숙 대리

하루에도 몇 편의 광고가 새롭게 제작되고 수많은 광고가 어마어마한 광고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쏟아진다. 그야말로 광고의 홍수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가운데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눈에 띌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모든 광고쟁이들이 지고 가야 할 숙명적인 숙제.

광고에 뜻을 두고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앞서가는 크리에이티브만이 그 해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현업에서 느낀 광고의 실체는 홀로 앞서가는 도도한 존재가 아니었다. 광고는 상품이,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보내는 수줍은 연애편지라는 걸….

정말 단 한 편의 광고도 대충 탄생하지 않는다. 상품개발 단계에서 광고주가 보이는 제품 개발에 들이는 무한 정성과 애정. 그리고 객관적으로 특별한 장점이 없어 보이는 제품일지라도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대행사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사랑받는 제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밤샘을 투덜거리면서도 애를 쓰게 된다.

마치 첫사랑 그녀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하면 더욱 매력을 발산 할 수 있을지, 며칠 밤을 새우며 고민하고 수백 번 지우개질을 하고, 아이디어 노트를 구기면서 탄생하는 것이 광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모든 진심이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바로 우리가 상대에게 매력을 발산할 때 자주 범하는 오류 중의 하나인 자기자랑만 늘어놓는 경우다. 물론 그 자랑거리가 세간을 놀라게 할만큼 대단한 것이라면 당연히 써먹어야 할 것이지만, 요즘처럼 카테고리 내의 제품군이 다양해지고 차별을 위한 차별적 기능이 많은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그것은 단지 ‘One of Them’일 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광고주와, 또 광고대행사들이 알면서도 이러한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공감과 화법이다. 아주 잘생기지 않아도, 아주 조건 좋지 않아도 인기 있는 남자, 혹은 여자들이 많다는 점을 상기해 보자. 상대의 약하고 부드러운 속내와 그늘에 슬며시 들어가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냉정하게 하면서 상대를 매혹시키는 그들.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광고시장에서 성공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할 팁을 찾곤 한다.

물론 아직도 나는 그런 매력적인 러브레터를 쓰지 못해 광고도, 개인적인 연애도 진퇴양난에 빠져 있고, 설사 브랜드의 성공적인 러브레터를 쓰고 있는 광고의 달인들도 매일같이 계속되는 야근에 여기서 배운 스킬을 실생활 연애에 적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분들이 많다는 사실이 조금 슬플 뿐이지만, 광고를 통해서라도 소비자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만들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행복한 사랑에 빠지는 그날을 위해 오늘도 꼬깃꼬깃해진 노트에 아이디어를 쓰고 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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