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 기업 대변해 줄 얼굴이 없다
한국의 대기업, 기업 대변해 줄 얼굴이 없다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2.03.22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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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대담]영국 특파원, 앤드류 새먼(Andrew Salmon)①

소통으로 몸살을 겪는 대한민국. 과연 한국에 있는 해외 특파원들은 한국의 소통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교류하고 대기업, 정부는 물론 한국의 폭 넓은 사회 문화를 다양하게 경험하고 또 취재 하고 있는 해외 특파원의 한국 소통 시계는 과연 어떤 시차가 있을까? 한국에서 14년간 특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 ‘The Times' 앤드류 새먼 기자를 만나 대한민국 소통 문제를 심도있게 들어봤다.


Q. 특파원으로서 한국의 소통 문화를 어떻게 보십니까.

[The PR=(대담)주정환 국장 (정리)박주연 기자] 특파원 입장에서 한국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 기획재정부 등의 정부 부처들이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기업들입니다.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오히려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경제 매거진 포브스의 예를 들어 보면 그들은 비즈니스 관련 기사를 연재 하거나 기업에 대한 기사를 많이 실으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리차드 브랜슨 등의 유명 기업인과 인터뷰 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나 정몽구 회장 같은 경우는 인터뷰가 전혀 불가능합니다. 영국의 여왕과는 인터뷰 할 수 있지만 한국의 재벌들과는 인터뷰가 불가능한 상황인 거죠. 비단 저 뿐만 아니라 파이낸셜 타임즈와 같은 기타 매체의 특파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점이 한국 대기업 소통의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있지만 기업을 대변해 줄 얼굴이 없다는 것. 오직 그들이 소송에 걸려서 감옥에 가거나 법정에 가야만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유독 한국의 재벌 기업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한국은 PR의 가치를 모르고 있다

Q. 소통 부재로 한국 기업들이 잃는 기회비용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한국 기업의 가치가 저하되고, 또 저평가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 같은 경우는 기업 이슈에 대해 굉장히 열린 자세를 갖고 있었습니다. 앞에 나서서 애플의 모든 것을 대변했고, 프레젠테이션도 매우 잘했습니다.

한국의 재벌기업들은 프레젠테이션 등의 자리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직 1년에 한번 있는 정례 회의 등에서만 볼 수 있을 뿐이죠. 영국이나 미국의 경영 문화에서는 회의 과정에 회장이 꼭 참석하는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한국 사회의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느끼신 PR과 소통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서구 사회에서는 PR 산업이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회장실 바로 옆에 PR 부서가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PR의 가치를 점점 하락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유는 회장이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봅니다. 한국의 은행 경우는 예외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있는 것 같고요.

또 한국에서는 외부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얻는 것에 굉장히 인색한 것 같습니다. 회계, PR, 법률 등의 문제를 내부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요. 사실 전문 에이전시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실무에 밝은 사람들인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한국의 기업들은 외부로부터 받는 자문을 신뢰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역대 서울 시장 중 한 명이 버슨 마스텔러의 아시아 지역 대표에게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요청한 시장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다른 책임자가 프레젠테이션에 와서는 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웃음) 능력 있는 해외 전문가가 와서 직접 강연을 해주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였는데 말이죠.
저도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는 편인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와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중요한 세미나에 시장 혹은 도지사 등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 하더라도 내용은 듣지도 않고 관련 인사와 사진 촬영 등 겉치레만 하고 자리를 떠나는 경우를 자주 봤습니다.

혹은 참석하더라도 프레젠터를 앞에 두고 졸거나 말이죠.(웃음) 한국에서는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명함을 주고받고 인사하는 것과 같은 관계에 치중하는 관행이 많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국식 발전 방식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는 없다


Q. 특파원으로서 ‘한국식’ 소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미국과 영국에 비해 훨씬 나은 편입니다. 한국은 지난 50년간 한국적인 스타일로 굉장히 큰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또 앞으로도 큰 문제없이 계속 발전을 이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보다 국제화되고, 열린 시각과 업그레이드된 소프트웨어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타임즈가 몇 년 전 굉장히 큰 컨퍼런스를 한국에서 가진 적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한국이 아시아의 경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가’하는 주제였습니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서 이 주제가 굉장히 큰 이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 파이낸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규제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국이 진정한 경제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정부와의 관계에서 좀 더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컨퍼런스에서 한 중년 신사가 일어나서 “당신들은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만큼 이뤄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하자 모두가 박수를 치더군요.(웃음) 문제는 조선업계에서 요구하는 스킬과 금융업에서 필요한 스킬은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즉 한국식 발전 방식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는 없다는 거죠. 어쨌던 분명한 것은 한국은 20세기에서 가장 큰 성공 스토리를 쓴 국가라는 점입니다.

특히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는 확실히 그렇다고 봅니다. 처음에는 경제적 기적, 그 다음에는 정치적 기적을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사회적인 기적’이 중요한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Q. 한국의 ‘사회적인 기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처음에 한국인 와이프와 연애를 할 때, 길거리에서 손조차 잡을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과 손을 잡다니!” 라고 암묵적으로 보내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매우 따가웠습니다. 특히 저희 부부 사이에서 탄생한 혼혈 아이에게는 항상 이목이 집중됐고, 그 시선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불과 10~15년 사이에 나타난 겁니다. 이건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변화를 이끌만한 능력이 있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영국만 가더라도 매년 같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1,2년 사이에도 한 눈에 변화가 눈에 보입니다. 빌딩부터 사람들의 옷, 자동차까지. 자동차 디자인은 물론이고 사각형만 즐비하던 빌딩 디자인도 매우 다양해 졌고, 패션 감각도 매우 뛰어납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한국인의 태도, 습성의 변화라고 봅니다.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많이 변했다고 생각되지만, 태도, 습성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서는 변화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구식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비즈니스 측면에 있어서는 굉장히 사회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요. (계속)


※앤드류 새먼(Andrew Salmon)은...

영국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다. 14년간 서울에 살며 미국 포브스지와 워싱턴 타임스,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 데일리텔레그래프 등에서 한국 관련 기사를 담당하고 있다.

또 조선일보, 코리아 타임즈, 연합뉴스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저널리스트다. 그는 한국의 문화, 비즈니스, 역사 등에 한국인 보다 더 통찰력있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한국전쟁을 다룬 ‘마지막 총알’(영국 오럼 출판사)을 펴내기도 했다. <To the Last Round>는 ‘The Best Military Book of 2009’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국 전쟁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회의사당에서 한류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또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추천한 한국 관련 책 Top 10에 들기도 했다. 앤드류 새먼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 중학생 예쁜 딸을 두고 맥주와 막걸리라는 이름의 고양이 두 마리도 키우며 서울 도심에서 살고 있는 한국 아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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