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 정책 ‘새판짜기’ 시작됐다
방송·통신 정책 ‘새판짜기’ 시작됐다
  • 최훈길 미디어오늘 기자 (thepr@the-pr.co.kr)
  • 승인 2012.04.2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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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이후 정책 향배 급변 가능성

[The PR=최훈길] 4·11 총선 이후 방송·통신 정책이 개편 논의 국면에 접어든다. 여야는 현재 정책 ‘밑그림’을 그리는데 분주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개편의 골자는 여야가 선명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여권은 공영방송의 소유 구조 개편과 통신용 주파수 확대 등 현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정책에 더욱 힘을 싣지만, 야권은 종합편성채널의 특혜 의혹 진상규명과 미디어법 개정 등 현 정권의 정책을 ‘시험대’에 올렸다. 대선에 앞서 총선의 결과가 정책의 향배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4·11 범야권 공동정책 핵심의제
 
‘미디어법 개정’관심이 쏠리는 것은 우선 야권의 정책이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현 정권과는 다른 방송·통신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에서 ‘언론 장악’ 논란이 거셌던 만큼 방송 정책의 변화를 예고한 공약이 다수인 점이 특징이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 국민 승리를 위한 범야권 공동정책 합의문’에서 19대 국회에서 공동으로 추진할 정책과 핵심 의제 중에서 미디어법 개정을 우선으로 꼽았다. 지난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이 ‘조중동 방송법’이라는 반발에도 강행 처리한 미디어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에서 불법 재투표·대리투표가 벌어졌다며 국회 차원에서 개정할 것을 주문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이를 묵살했다. 미디어법 개정 여론은 총선 이후 청문회 국면을 거친 뒤 자연스럽게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은 청문회를 열어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위법 행위나 특혜가 있었는지를 가릴 예정이다. 국회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리고 각종 방송·통신 이권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검찰 출두·청문회 참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공영방송 사장 해임, 언론인에 대한 해직·징계를 둘러싼 정권의 개입 의혹도 청문회에서의 규명 사안 중 하나다.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한 법적·사회적 판단이 어떻게 내려지는지가 현 정권의 방송·통신 정책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종편에 대한 정책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원점 재검토’를, 통합진보당은 ‘사업권 회수’를 통합정당 강령에 밝힌 바 있어, 종편에 대한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설립된 방송사의 퇴출이 사실상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종편의 사업권까지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의무재송신 등 종편 ‘특혜’라는 지적을 받은 정책들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문회, 미디어법·렙법 개정 벼르는 민주당

또 양당은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법의 재개정도 나설 예정이다. 두 당은 ‘종편 방송사까지 포함한 모든 방송사의 제작·편성과 광고영업이 철저하게 분리되는 방향으로’ 재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지난 2월 미디어렙 법안 처리 당시 2014년까지 종편의 자유로운 광고 영업이 보장됐지만, 양당은 재개정 과정에서 종편의 영업 방식에 제한을 가할 예정이다. 미디어렙 법은 지상파·케이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 간의 ‘신경전’, 지상파와 연계 판매 중인 지역·종교 방송의 ‘반발’을 비롯해 방송사 노사 간에도 입장 차이가 있어서, 재개정 향배가 주목된다.


대선 전까지 이 같은 논란이 일단락되면 차기 정부의 방송·통신 주무 기관 개편에 대한 논의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방통위를 해체해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로 나누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통신 심의를 폐지해 조직을 최대한 축소하는 전면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구체적인 미디어 공약·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개발을 주로 담당해 온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에 밝힌 ICT(정보통신기술) 10대 아젠다를 통해 여권 정책의 ‘밑그림’을 예상할 수 있다.

방송 부문에서는 아젠다 중 하나로 ‘스마트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공적 미디어 영역의 확보 노력’이 꼽혔다. KISDI는 공적 미디어의 영역을 재설정(공영방송 범주 설정,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 재검토, 융합미디어 영역의 공익성 확보 방안 모색)하고, 공적 미디어의 재정 기반을 확충(공적 재원 확대, 광고 이외 수익 다변화)하는 정책안을 제시했다. KISDI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공영방송 영역 재설정이 KBS 수신료와 MBC 민영화 논의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통신 분야 아젠다로는 ICT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꼽혔는데, 인터넷 종량제와 방송용으로 사용해오던 주파수의 통신용 할당 등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ISDI는 “트래픽 급증에 따른 향후 네트워크 투자 수요를 감안해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동기 또한 고려”돼야 한다며 “경제적 관리로 사용량 한도를 수반하는 부분적 종량제 등이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파수와 관련해선 “특히 700MHz 대역의 통신용 이용 계획 등의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혀, 현재 방송용 주파수 대역인 700MHz 전부를 통신용으로 이용할 경우 방송 쪽의 반발이 예상된다.

방통위 해체 주장 여야 양쪽에서 제기될 것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보통신부의 부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도 방통위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여야 양쪽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는 총선 당락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물밑에서 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총선이 끝나면 방송·통신 정책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총선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도 급변할 수 있어 선거 결과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다수당을 차지한 정당이 상대 당에 대한 정치적 ‘공격’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통신 정책을 차분하게 논의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정치적 공방만 난무할 우려도 있는 셈이다.

4월 11일 어느 정당이 쾌재를 부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날 선거가 적어도 향후 4년간 방송·통신 정책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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