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PR 실무자 위상 스스로 높여라
한국, PR 실무자 위상 스스로 높여라
  • 주정환 기자 (webcorn@the-pr.co.kr)
  • 승인 2012.04.24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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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학 미국 원격 인터뷰 ②

코콤포터노벨리를 창업하고 국내 PR업계에 새로운 시도와 스탠다드를 제시했던 김장열 대표가 지난 2003년 미국 유학을 떠난 10년만에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에서 테뉴어(Tenure, 종신교수)를 받았다.
APR 한국인 1호, PR 업계 최초 ISO9001 도입, 업계 최초 PR 연구소 설립 등 PR 산업 분야에 큰 축을 담당했던 그가 PR의 본 고장인 미국 학계로 진출해 종신 교수 영예까지 안은 것.
PR 기업과 연구를 동시에 성공시킨 입지전적인 PR人 김장열 교수를 미국 현지로 직접 연결해 PR을 둘러싼 국내 기업, 학계, 업계의 문제점과 방향성을 심도있게 짚어 봤다.

미국의 PR환경과 한국의 PR 환경의 차이점에서 우리가 배우고 또 접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요.

"미국의 경우 PR산업의 역사가 이미 100년을 넘었기 때문에 PR기업들의 위상이 한국보다 높기는 하지만 이곳 역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고민들을 해야 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최근 커뮤니케이션 환경하에서 이 분야에서 자리잡기 위한 경쟁 또한 상당합니다. 미국 PR환경은 미국의 자동차 시장을 생각하시면 오히려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이른바 무한경쟁이지요. 규모가 작은 PR기업은 작은대로, 큰 PR 기업은 큰 대로 힘겨운 경쟁상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른 PR회사 뿐만이 아니라 광고회사, 마케팅회사, 법률회사, 로비회사, 경영컨설팅회사 등이 모두 경쟁상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PR회사들의 전문성이 좀 더 있다고 보입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PR 기업들의 평균연령은 젊은 편이지요. 미국에는 대형 PR회사들도 있지만 실력있는 소규모의 PR회사들도 정말 많이 있습니다. 마치 변호사 숫자가 많은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회사들이 수십년 경력을 자랑하고 있구요.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의 전문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부럽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세월이 가면서 보다 탄탄한 산업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한가지 부러운 점은 PR 실무자와 기자와의 관계이지요. 미국의 PR 실무자들은 기자와의 관계를 중요시하기는 하지만 기자를 접대해야한다는 인식은 별로 없습니다. 기자들도 취재원으로서 PR실무자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접대 받겠다는 생각 또한 없구요. 서로 전문성을 인정하고 필요한 사이를 유지하는 관계가 일반적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아직도 PR실무자의 위상이 이에 못미치는 것 같습니다. 너무 낙관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점은 한국PR산업이 더 커지고 전문성과 우수인력이 지속적으로 확보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연구하고 계시는 분야는 PR에서도 어떤 분야에 더 역점을 두고 계시고 그 중요성은 무엇인지요.

"제가 제일 관심있는 분야는 위기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전통적인 위기커뮤니케이션 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와 관련된 쟁점관리(issues management), 명성관리(reputation management), 갈등해소(conflict resolution), 사회공헌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중외교(public diplomacy)에 어떻게 국제PR을 접목시킬 수 있는지, 기업을 위주로 발전해온 위기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공중외교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미국의 PR교육환경에서 부러운 점이 있다면요. 또 한국 대학의 PR 교육이 달라져야 할 점이 있다면요.

"저는 미국 주립대에서만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제 생각이 미국대학교육을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저를 비롯, 미국 대학에서 PR을 가르치는 교수들은 학생들이 준비된 상태로 졸업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가르칩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학계에서도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제일 잘 가르칠 수 있나 계속 회의하고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보완합니다. 이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대학의 PR 교육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바가 없어서 뭐라고 대답하기가 어렵네요.

다만 PR이 국제적인 산업이니만큼 PR 전문가가 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국제적인 감각과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가 실무자였을 때 아시아 다른 나라의 PR 실무자들과 자주 일을 같이 했었는데 당시에 이들과 저를 비교했을 때 언어나 사고가 저보다 훨씬 국제화되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즉, 국제사회에서 저보다 더 경쟁력이 있었다는 말이지요."

"큰 PR,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줄 수 있는 PR 하고 싶어"

미국에서 공부하고 또 가르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고 또 가장 보람된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과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이 제일 힘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미국 산 지 9년이 됐는데 아직도 영어가 안돼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미국에서 교수까지 하면서 무슨 엄살이냐고 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가르치는 많은 분들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국말로 하면 훨씬 더 잘 할텐데…” ”내가 원래는 더 적극적인 사람인데…” 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보람있는 점이라면 저 같은 경우 콜로라도주 자체가 거의 대부분 백인들만 사는 곳이고 그래서 학생들도 대부분 백인인데 이들에게 백인 교수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다른 관점(different perspective)에서 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 다양성을 알게 해주는 점이 보람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같지는 않겠지만 제가 가르쳤던 학생 또는 졸업생들이 가끔씩 고맙다고 케이크를 구워서 가지고 온다던지, 저에게 PR을 배우고서 본인의 진로를 PR로 정했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PR과 관련한 김교수님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경영인으로서 복귀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제 테뉴어를 받았고 아직도 하고 싶은 연구가 많이 있기 때문에 당장은 연구와 강의에 전념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제가 원래 미국 플로리다대학에 박사과정 유학을 올 때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한 후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 PR업계의 발전을 위해서 뭔가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지금도 이 생각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결정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경영인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보다 큰 PR, 장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PR을 하고 싶습니다."

▲ 김장열 교수가 샌디에고 주립대 베이링샤(bei-ling sha) 교수로부터 제임스그루닉 박사학위 논문어워드를 수여받고 있다. 제임스그루닉 어워드는 2년에 한 번씩 pr 분야 박사논문 중 가장 우수한 논문을 선택해서 시상한다.

김장열 교수님의 열정적인 시도가 PR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던져주시는 것 같습니다. PR인으로서 앞으로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가 PR인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말은 좀 과한 거 같습니다. 저는 그저 그때그때 저와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용기를 내어서 시도한 것 뿐입니다.  PR 실무자였을 때 뭔가 전문가로서 인증을 받고 싶다는 생각에 1996년에 미국PR협회에서 주관하는 APR 시험에 응시했는데 어쩌다보니 한국인 1호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습니다. 코콤포터노벨리 창업 후 좀 더 체계적인 PR을 해보려고 ISO9001을 도입했고 컨설팅 업체를 통해 ERP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업계 최초라고 하더군요. 보다 과학적인 PR 컨설팅 서비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2002년에 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를 만들었는데(초대소장 차희원 이화여대 교수) 업계 최초의 연구소가 됐습니다. 그리고 PR전문가로서 부족한 점이 많아서 저 자신에게 좀 더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코콤포터노벨리 사장을 하다가 마흔살 넘어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내친 김에 교수까지 하게 됐는데 아마 저의 이런 약간은 무모한 도전이 PR인들에게 좋게 보였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PR에 대한 열정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실현시키려는 노력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진정한 PR 전문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급변하는 매체 환경과 소셜미디어의 세계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할 수 있다면 그 동안 저의 업계의 경험과 학계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론과 실무를 접목시켜 보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PR의 발전에 좀 더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울러 미국에서 가르치면서 가끔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이렇게 미국 사람 좋은 일만 시키지 말고, 한국에 돌아가서 뭔가 좀 더 보람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그렇게 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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