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홍보실엔 홍보가 없다?
광명시 홍보실엔 홍보가 없다?
  • 전인자 (thepr@the-pr.co.kr)
  • 승인 2012.05.0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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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지자체 홍보실장의 '24시' PR스토리

이른 아침 맵찬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출근,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검색 시작’… 언론스크랩 소프트웨어를 돌려 우리시에 관한 뉴스가 떴는지 살핀다. 포털도 검색한다. 좋은 뉴스가 많으면 일단 안심한다. 하지만 좋지 않은 소식이나 비판 기사를 발견하면 속상해진다. ‘홍보를 잘못했나?’ ‘무엇을 놓쳤나?’ 이런 생각이 든다. 밤새 잠 잔 것까지 후회된다. 이것이 지자체 홍보실장으로서 매일 느끼는 가슴 졸임 현상이다.


시민은 ‘정책 비판자’ ‘정책 생산자’


주차요금에서 교육정책까지. 기초 지자체 일은 대부분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정책이 시행되면 바로 알려져야 한다. 정보 전달이 잘 안되거나 늦어지면 “그런거 있었냐, 몰랐다. 제때 알려 줘야 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온다. 후에 민원으로 불거지고, 공공기관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제때 정확하게 알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제 시민은 ‘정책 소비자’를 넘어 ‘정책 비판자’ 혹은 ‘정책 생산자’다. 단방향 정책 흐름의 시대에서 지자체 홍보는 정책이 시행되는 시점에 시작됐다. 이제 그래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정책은 사이클을 가진다. 정책이 입안되고 시행되면서 시민 반응을 살피고 제안을 모아서 다시 정책을 바꿔나간다. 이 사이클은 온라인 미디어, 특히 SNS 덕분에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제 홍보는 이 사이클 전체에서 관여를 한다. 그래서 홍보는 곧 소통이 돼야 한다.
 

정책사이클 빨라지고 홍보는 소통으로 확장

홍보가 곧 소통이라는 개념으로 인식되면서, 홍보 채널 역시 전통미디어에서 온라인, 그중에서도 소셜 미디어 쪽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광명시에서도 참여·공유·개방을 요구하는 시민 목소리에 부응해 블로그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 정책포털 ‘생동감’, 트위터 등을 열었다. 타 지자체와는 다르다고 자부한다. 단순히 시민과의 소통 활성화가 아닌, 시민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광명시는 기관과 정책 수혜자인 시민이 서로 협업하고, 대화하고,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친밀하고 촘촘한 소셜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또 홍보 데이터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제공함으로써 시민과 공공기관 사이에 신뢰를 쌓고 있다.
 

SNS 통해 시민 요구 정책에 직접 반영

광명시 블로그나 정책포털 생동감이 지자체 홍보의 모범 사례로 입소문을 탄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타 지자체 홍보담당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대부분 광명시 홍보실 조직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물었다. 몇 명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정작 어떻게 하면 온라인 미디어를 잘 활용해 홍보할 지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마도 그렇게 묻는 심리의 밑바탕에는 ‘공공기관 특성상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과 소셜네트워크를 형성하거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뤄내기 어렵다’ 또는 ‘악플이나 비판 글이 올라오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온라인 미디어 담당자들은 악플과 비난의 글을 무서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들의 쓴 소리마저 가감 없이 담을 수 있도록 참여의 장을 열어야 한다. 그런 원성들이 다른 곳, 다른 커뮤니티에 퍼지지 않도록 한곳에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자정능력을 믿어야 하고, 쓴 소리를 통해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역발상을 해야 한다.
 

지자체 홍보= ‘같이알자’ + ‘함께 바꾸자’

공공 홍보는 효율성만 바라고 타깃을 좁힐 수 없다. 오히려 뉴미디어를 통한 정보 접근에 소외된 노인이나 취약 계층에 홍보가 더 잘 닿도록 애써야 한다. 그래서 지자체는 전통미디어 홍보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지금보다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
광명시는 매월 2회 ‘광명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광명소식지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알찬 정보로 지자체 소식지로서는 이미 오랜 명성을 얻고 있다. 현재 6만여 부가 발행돼 광명시 곳곳에 배달된다. 많은 분들에게 긴요한 정보가 제때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홍보는 ‘같이 알자’는 것이다. 여기에 지자체 홍보는 ‘함께 바꾸자’가 더해진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알고 같이 바꿔나가는 힘. 이를 위해 지자체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자유로운 참여를 위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동의 목표를 제안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시와 시민, 또는 시민과 시민간의 협업까지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이다. 이것이 일선 지자체 홍보실장이 늦은 밤 사무실 문을 나서며 생각하는 지자체 홍보의 미래다.

전인자

광명시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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