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홍보뿐인 여수 세계박람회?
[현장르포]홍보뿐인 여수 세계박람회?
  • 이동익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2.05.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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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5 직접 가보니…예약 시스템 먹통, 대기만 2시간

[The PR=이동익 기자] 대규모 국제행사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세계적인 축제를 앞두고 자체 광고는 물론 스폰서 기업들의 홍보 역시 한창이다. 그렇다면 큰 행사를 치르는 만큼 준비도 잘 돼 있을까. 실태 점검을 위해 여수 박람회 현장을 직접 찾았다.  

개막을 1주일 앞둔 지난 5,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10만명 안팎의 관람객이 입장한 가운데 3차 예행연습 겸 최종 리허설이 진행됐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관람객들은 주차전쟁과 함께 무료한 대기시간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 여수세계박람회 최종 예행연습이 펼쳐진 5일 전남 여수시 환승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12년에 꼭 가봐야 할 최고의 여행지', 실상 가보니 인내심 시험장

기자도 관람객들과 함께 여수국가산단 환승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10, 20분이 기다려도 셔틀버스는 오지 않았다. 환승주차장에 180여대, 임시 주차장에 40여대의 셔틀버스가 각각 배치돼 있었지만 밀려드는 관람객들을 실어나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기다림에 지친 관람객들 사이에선 이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른 아침 엑스포장에 도착했지만,  오전이 다 지나도록 전시장엔 입장도 못한 채 뙤약볕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람객들은 이날 300~400명씩 긴 줄을 서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 셔틀버스를 타야했다.
 
박람회장으로 향하는 길도 교통체증으로 인해 원활하지 못했다. 주요 진입 도로와 박람회장 인근 간선도로는 불법 주정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때문에 셔틀버스의 박람회장 진입이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주요 도로가 한때 거대한 도심 주차장으로 변했다. 특히 이날은 여수 지역축제인 거북선축제가 동시에 열리면서 박람회장으로부터 5분 거리인 중앙동 이순신광장 경우 엑스포 셔틀버스와 일반 차량이 뒤엉키면서 전쟁 아닌 전쟁을 방불케 했다.  
 
1시간 넘게 기다려 도착한 박람회장도 끝이 보이지 않는 줄, 줄이었다. 관람객들은 어느 라인에 서야할지 안내판 하나, 물어볼 사람도 없어 우왕좌왕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자, 한 진행요원이 찾아와 한 쪽은 표를 받는 곳이고, 한 쪽은 이미 표를 받은 사람들이 선 줄이라고 설명했다. 30분정도 지났을까. 간간히 지나가는 진행요원에게 다시 한번 표를 받아야하는 곳을 묻자, 현장 매표소로 가라고 했다. 진행요원들끼리도 말이 서로 달랐다.
 
거의 1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매표소에 줄을 섰다. 그런데 기다린지 한참이 지나도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알고보니 입장권 발권시스템이 고장이 나 작동을 안 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어찌해야할지 몰라 당황했고, 급기야 예약번호를 손으로 쓴 뒤 입장권을 나눠줬다. 수많은 관람객의 예약번호를 손으로 일일이 쓰다보니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전시장 관람 입장권의 70%를 현장 예약하도록 했지만 이날 키오스크(현장 티켓 발매기)와 스마트폰 예약시스템은 하루 종일 먹통이었다. 이로 인해 아쿠아리움에 입장하려는 관람객들은 오동도 쪽 출입문인 1문 입구까지 1넘게 줄을 서 기다려야 했다. 아쿠아리움 입구 쪽에서 만난 한 관람객은 "아쿠아리움에서만 3시간을 기다렸다"며 "관람하는 데 이렇게 힘들면 누가 오겠느냐"며 불쾌해 했다. '예약하면 30분 내 입장'이라는 조직위측 약속은 관람객들에게 ‘3시간 후 입장으로 돌아왔다.
 
▲ 여수세계박람회 최종 예행연습이 펼쳐진 5일 오전, 박람회장 아쿠아리움 입구에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날 아쿠아리움을 찾은 일부 관람객들은 입장 지연과 운영 미숙을 지적하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대로 가면 국제적 나라망신

숙박 및 식사 또한 여수엑스포 최대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평균 최대 30만명이 찾을 것이라는 조직위 추산을 감안해 볼 때 박람회장 주변 숙박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숙박시설이 어디에 밀집돼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안내도 미흡했다.
 
밥 먹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박람회 주변 음식점의 수와 그 공간이 매우 부족했을 뿐 아니라, 가격 또한 비쌌다(백반 한 상 13,000원정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음식 메뉴도 다양하지 못했고, 남도음식 특유의 짠 맛도 강했다.
 
엑스포가 끝난 후도 문제이다. 국가 차원에서 행사를 준비했지만, 사후 관리는 온전히 지자체 몫이다. 또한, 박람회장 내 최대 70m까지 솟아 오르는 해상분수, 흰돌고래를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 등 많은 볼거리가 조성됐지만, 그로 인해 기존 여수의 명물이었던 박람회장 옆에 위치한 오동도 내 음악 분수, 전남해양수산과학관 등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날 오동도 내 음악 분수는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상대적으로 외면 받기 쉬운 기존 시설물들을 어떻게 차별화시킬지도 큰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여수세계박람회 D-5일이다. 국가적 빅이벤트가 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신문과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한 박람회 홍보전도 가열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한 가지 사안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3회에 걸친 예행연습으로 드러난 여러 문제점들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전세계를 상대로 한철장사를 하려한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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