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포지엄 세션1]PR의 도그마는 무엇인가?①
[페포지엄 세션1]PR의 도그마는 무엇인가?①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5.1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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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언론 중심의 홍보적 관점 탈피할 때”

통합적·사회적 접근법으로 PR 고민해야

[The PR=강미혜 기자] 1세션은 ‘PR은 당연히 이런 것이다’라는 기존 도그마는 무엇이고, 또 깨야 할 도그마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PR의 기본 철학 및 가치와 관련한 밀도 있는 논의들이 오갔다. 김태욱 스토리엔 대표의 사회로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김범수 KT 부장, 김장열 미 콜로라도주립대 교수, 김주호 제일기획 마스터,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배재형 한국야쿠르트 과장, 신동광 LS-Nikko동제련 과장 등이 전문 패널로 참여했다. 또한 2세션 토론자 한정진 법무부 온라인 대변인과 3세션 토론자인 박노일 서울 디지털대 교수, 임유진 KPR 소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 등도 의견을 더했다.

▲ 페이스북상에서 이뤄진 1세션 모습


사회자
: 저 역시 기업 홍보팀과 PR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지만 요즘처럼 변화가 많았던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고, 하고 있는 PR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요, 패널분들의 의견은 어떠십니까?


김장열 : 주제 토론에 앞서 PR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동의가 먼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홍보와 PR에 대한 오해가 없어야 할 것 같네요. 일반적으로 홍보(언론홍보=publicity)는 언론관계를 활용해서 기사화를 목적으로 하는 PR의 한 분야입니다. 즉, 홍보쫅PR 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두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홍보=PR로 보는 것이 타탕한가’에 대한 논의가 1980년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만, PR이라는 말을 한국어로 제대로 번역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 홍보라고 번역했던 것을 지금도 그대도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PR에 몸담고 있는 분들부터 이 두 단어를 구분해서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박노일 : (제 3세션 토론자이지만 1세션 주제에 참석) 김 교수님 말씀대로 식자들은 홍보와 PR을 차별적인 개념으로 쓰고 있습니다. 한국홍보학회가 고심 끝에 한국PR학회로 명칭을 개명한 바를 봐도 이같은 사실을 알 수 있지요. 문제는 PR의 본래 임무가 무엇이냐는 것인데, 소셜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과거나 지금이나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태도변용이나 설득전략이 아닌 관계관리(Relationship management) 등의 역할로 회귀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소셜미디어+PR’에 관한 연구와 이론 및 모델 개발은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학계의 관심이 부족하고, 진행된 연구 또한 진도가 느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회자 : PR과 홍보의 개념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두 분 교수님의 좋은 지적이셨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PR은 당연히 이런 것이다’는 기존 도그마와 깨야 할 도그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논의해 볼까요? 김범수 부장께서 먼저 말씀하신다면?

김범수
: 일반적으로 하기 쉬운 ‘신제품을 홍보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아닐까요? 실제 중소기업 담당자들에 신제품 론칭 이후 팔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으면 “TV 광고 한 번 하면 되는데 돈이 없어서 못한다. 그러니 팔리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습니다. 꼭 돈으로 PR 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죠. 기존 상식을 깨야하는 이유는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PR의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면 근원적으로 ‘PR은 이런 미디어에는 할 수 없다’는 도그마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가령 ‘절대 PR은 미디어에 직접적으로 드러내면 안된다. 직접적 상품 노출은 광고다’는 식의 생각도 도그마에 해당될 수 있겠죠. 이런 도그마들을 계속해서 리스트업 하다보면 기존 생각을 뒤엎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회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 네, 찾아보면 저예산으로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활동도 많은데 말이죠.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배재형 : 무엇보다 기존 PR이 조직 중심의 기능적 함정에 빠져 있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아마도 PR 도그마의 문제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PR의 주체는 조직이고 PR 활동은 공중을 대상으로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는 일련의 작업이 바로 PR입니다. 하지만 흔히들 조직의 조작이나 관계를 위해 술이나 마시는 일로 PR 영역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결국 새로운 PR은 PR을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해 사회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주호
: 사회적 현상으로 PR을 확대해야한다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 또한 PR이 중심이 돼 커뮤니케이션의 여러 수단을 통합,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현상을 바라보는 PR인의 시각(perspective)이 어떠한지가 매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통적인 PR 정의는 단선적이고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세상이 복합적이고 통합적으로 바뀌는 오늘과 같은 시대엔 PR 역시 사회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겠지요.

사회자
: PR의 개념을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신데요, 김호 대표께선 깨져야 할 PR의 도그마를 무엇이라 보십니까?

김호 : 도식화되고 깨져야 할 도그마는 바로 미디어 관계(media relations)에 한정된 PR의 개념이 아닐까요? PR이 위기를 맞고 있다면, PR활동의 메인 타깃이 되는 전통언론 파워가 줄어드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종전의 PR 역할이 축소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점차 파워풀해지는 소셜미디어란 공간에서 과거처럼 ‘우리만 미디어 전문가’라고 주장하기도 힘들어졌으니까요. 실제 소셜미디어상에선 다양한 분야에 걸친 미디어 전문가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미래의 PR에서 우리가 지키고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은 PR(Public Relations)이란 단어 원래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즉, ‘기자들과의 관계 전문가’에서 ‘공중들과의 관계 전문가’로 변해가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PR 2.0에서 가장 주목할 점이 PR담당자들이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임유진 : (제 3세션 토론자이지만 1세션 주제에 참석) 깨져야 할 기존의 PR 도그마가 언론 위주의 홍보 활동이라는 주장에 크게 동감합니다. 최근 하버드대에서 나온 갈등해소 모델 가운데 ‘미디에이션(Mediation)’이란 개념이 PR의 새로운 역할과 매우 유사하다는 생각을 해오고 있는데요, 여기서 미디에이션이란 제3의 조정자란 의미로, 공론의 장을 강압적으로 조작하지는 않지만 여러 주체들의 대화를 촉진시키고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주체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 시대에서의 PR 역할이 일종의 이런 조정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힘의 불균형에 대한 조정과 분배, 이를 통한 균형 유지 등은 포스트모더니즘적 측면에서 논의되는 PR의 역할과 매우 유사한 것 같습니다.

강함수 : 김호 대표께서 지적하신 바처럼 홍보가 미디어 관계를 중심으로 미디어 인사이트(Media Insight)를 중요 가치로 발전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PR의 한계나 문제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구조적 관점에서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따라, 또 조직과 이해관계자간의 맥락 변화에 따라 홍보의 가치와 역할이 규정되는 것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PR의 개념이 협소하게 인식되고 그 가치를 우리 스스로가 축소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위기/이슈관리, 사내커뮤니케이션, 이해관계자 매핑(mapping)과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수립, 명성진단과 개선방안, 지역관계, 사회공헌 콘셉트와 전략 및 실행, CEO 리더십 커뮤니케이션과 PI 등을 개념적으로는 다 끌어안아야 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PR을 담당하는 홍보부서가 스스로 가치적 확장성을 높여나가야겠지요. 물론 현실적으로 참 어려워 보이긴 합니다만.

사회자 : 많은 분들이 언론 중심의 PR활동에서 탈피해야 하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계시는데요, 혹시 이와 다른 견해는 없으신지요?

신동광 : 저는 PR활동을 언론홍보와 사내커뮤니케이션, (언론홍보 외의) 대외커뮤니케이션 즉, 홈페이지와 SNS 등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담당자들은 우선 각자의 본업에 충실하고, 이후 교류와 학습을 통해 업무영역을 확장하고 경쟁력을 높이면 상위 개념의 업무 또한 무난히 맡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는 IMC 개념이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SNS까지 PR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돼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언론홍보를 PR이라 생각하고 업무에 몸담았던 이들에게 너무 많은 과제가 주어지고 있으며, 모든 것을 뭉뚱그려 다 홍보라고 이야기하다 보니 개념의 혼동을 겪는 것이고요. 개인적으로 PR은 언론(미디어)을 활용해 대중에게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마케팅 등의 업무를 자꾸 PR의 범주에 넣으려는 것 자체가 다분히 억지스럽습니다. PR은 PR의 일을, 마케팅은 마케팅의 일을, 고객상담실은 고객상담실의 일에 각각 매진하면 되는 것입니다. 자꾸 뭔가를 집어넣어 PR의 범위를 키우려는 시도들이 오히려 깨져야 할 도그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자 : PR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문가별로 엇갈리기도 합니다만,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다소 원론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습니다. 기존 PR이 새롭게 변화해야 하는 근본적 이유는 과연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요?

김호 : 미디어 변화 때문에 소비자들의 행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듯합니다. PR이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보다 더 정확하게는 PR산업에 있는 우리가 지금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직업 수명이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재형 : ‘PR산업에 있는 우리가 지금 변화를 하지 않는다면 직업 수명이 짧아질 것이기 때문이다’는 말씀이 상당히 흥미롭군요. 홍보대행사와 학계와 기업, 그리고 기업 중에서도 소비재와 B2B 등에서 PR에 대한 입장차가 조금씩 있는 것 같습니다만, 변화하는 시기에 PR이란 업이 무겁게 다가옴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요. 무엇보다 PR 이전에 PR 종사들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과 같은 다매체 다채널의 시대엔 신문, 방송, 인터넷, SNS, 이벤트, 구전 등 360도 모든 측면에서의 동시다발적 커뮤니케이션 PR이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PR인들 정말 할일 많습니다.(웃음)

박노일 : 맞는 말씀입니다. 최근 PR Reviews 등 국내외 저널을 보면 PR 역할이나 주체의 변화를 지적하는 이론이나 모델(?)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직체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성이나 상호작용능력이 있다면 어떠한 소셜미디어 주체라도 PR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다양한 소셜미디어 PR 주체의 등장으로 역동적인 PR커뮤니케이션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만, 한편으론 전통적인 PR 전문직에게는 도전을 의미한다고 생각됩니다.    <②에 계속..>

* 위 페포지엄 기사는 토론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한 것입니다. 전체 토론은 페이스북 ‘The PR 페포지엄’(http://www.facebook.com/groups/theprmagazine/)
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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