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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표기, PR다운 PR해야”
“동해 표기, PR다운 PR해야”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2.05.2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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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 돌입…전문가 참여·치밀한 전략 절실

[더피알=강미혜 기자] 지난 4월 말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는 동해 표기 개정 논의를 확정하지 못한 채 2017년으로 결론을 미뤘다. 이로써 한일 양국간 20년 이상 이어져 오고 있는 동해 표기 전쟁이 연장 라운드에 돌입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5년 뒤에 판가름 날 외교전에서 이기기 위해선 민·관·정이 함께하는 치밀한 전략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동해 표기를 비롯해 독도 영유권 분쟁, 위안부 문제 등 국가적 쟁점에 관한 이슈들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지금껏 무수한 논의만 오갔을 뿐 해결을 위한 뚜렷한 방안은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외교적으로 여러 복잡한 속내가 자리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전략의 부재 또한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가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일수록 드러나지 않는 밑단에서 민관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실상 동해, 독도 등의 국가적 쟁점이 불거질 때에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주체는 대개가 민간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국홍보전문가’로 알려진 서경덕 성신여대 객원교수와 가수 김장훈. 이들은 수년전부터 자비를 들여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적인 유력지에 ‘한국광고’를 실으며 국가홍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한국적 이슈를 국제사회로 끌고 가 자연스레 국내외 여론을 환기시키겠다는 복안에서다. 이런 노력 덕분에 ‘김장훈-서경덕 콤비가 떴다’하면 국내언론을 비롯한 대다수가 해당 이슈에 집중, 여론이 결집되는 홍보적 효과를 낳고 있다.

지나친 이슈메이킹,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하지만 일각에선 ‘국가홍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이런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대한민국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알린다는 긍정적 취지는 분명 높이 평가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슈파이팅에 포커스를 맞춘 일련의 개인적 행위가 자칫 민감한 외교 사안을 풀어내는 데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지난 3월 말 뉴욕타임즈에 실은 위안부 광고

이에 대해 한 PR 전문가는 “상대국이 명확한 국가간 이슈의 경우 ‘홍보’라는 말 자체를 쓰기도 어려울 만큼 외교적으로 굉장히 까다롭다. 국제관계전략을 기반으로 공식적·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미 알려진 내용을 계속 쟁점화해 부각시키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활동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공론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도 “민감한 외교 문제는 철저히 대상국을 고려해서 풀어나가야 하는데, 전략화되지 않은 지나친 이슈메이킹이 자칫 불리한 상황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점을 고려해 정부에서도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일반국민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이해시키는 방안을 강구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국가홍보와 관련해선 “정부가 코멘트 할 만한 사안은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정부 정책의 내용과 방향성을 유념해 개별 사안에 철저히 맞춤화된 외교적 전략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예컨대 동해 표기와 독도 영유권 분쟁은 사안이 다르기에 외교적 접근 방식도 다르기 마련인데, 민간 차원에서는 이점이 간과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간 주도 국가홍보, 진지한 성찰·건설적 비판 뒷받침돼야

같은 맥락에서 PR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국가 홍보활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건설적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잘하는 부분은 더 잘 할 수 있도록 독려하되, 부족한 부분은 채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자는 것.

이런 측면에서 김장훈-서경덕 콤비가 진행하는 국가 홍보활동 역시 시각을 달리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독도와 동해, 위안부 등의 문제는 역사적 맥락에서 깊이 있게 짚어보면서 국내에서부터 인식 제고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한식과 한글 등의 소재는 국가브랜드 제고 차원에서 글로벌 무대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적 전략을 취해야 하는데 별다른 차별화 없이 광고전으로 일관하는 데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 때문. 국민적 감성에 호소하는 퍼포먼스 보다는 사안의 본질에 주목한 메시지 전략, 이성적 논리에 근거한 PR 전략이 절실하다.

정책홍보 전문가인 이종혁 광운대 교수는 “정부 주도이든,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위든 국가 홍보활동에서 결국 다뤄지는 의제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철저히 수용자 중심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문화소재를 활용하는 광고 이외, 국가적 쟁점을 다루는 PR활동의 경우엔 쟁점 특성에 따라 전체적 맥락과 시기적 특성, 상대국의 전략, 대내외 여론 환경 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해야 할 것”이라면서 “홍보가 아닌 PR이라는 차원에서 전략적 소통 마스터 플랜을 갖고 외교관계를 지원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홍보 광고를 면밀히 살펴보면 이같은 주장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례로 독도, 동해, 한식 등 소재를 막론하고 서경덕 교수가 선보인 한국광고에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라는 의미의 웹사이트(www.forthenextgeneration.com)가 지속적으로 명기 돼 있다. 광고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온라인상에서 보다 심도 있게 확산시켜 나가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해당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국가적 쟁점 이슈를 다루고 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만들어졌다.

▲ 서경덕 교수가 수년간 진행한 ‘한국광고’ 하단에 지속적으로 명기돼 온 웹사이트(www.forthenextgeneration.com)의 모습

“전투승리 아닌, 전쟁에서 이기는 국가PR 필요”

전문가 견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 텍사스대에서 광고를 가르치는 성용준 교수는 “‘주장광고’는 광고 안에서 많은 설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홈페이지나 기타 활동을 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욱이 주요한 쟁점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제대로 된 기반 정보 구축이 매우 중요한데, 그렇지 못할시 많은 예산을 들여 집행한 광고가 오히려 해당 쟁점을 전달하는 주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대중적 광고에서 제시되는 메시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서경덕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콘텐츠를 보강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다. 올 여름쯤 새로운 모습의 웹사이트를 선보일 계획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선 열심히 홍보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개인이 선의를 갖고 하는 활동들에 너무 엄격한 공공의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한 PR 전문가의 경우 “정부가 쉽게 나서지 못하는 외교적 사안에 대해 개인, 민간 차원에서 여론 형성의 물꼬를 텄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고 본다”며 “단편적 사실만으로 지나치게 꼬아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도치 않게 과정상에서 실수가 발생했다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종혁 교수는 “민간과 개인이 주도하는 국가홍보에선 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소소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국가적 쟁점이기에 때론 장기적으로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면서 “쟁점화에는 성공하지만 실익을 챙기지 못하는 PR, 즉 전투는 승리하지만 전쟁에선 지게 되는 결과를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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