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曰, '인간의 행복은 소통으로 결정된다'

서양 중심의 경영 및 마케팅 사고가 일반적이던 기업현장에서 동양학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직 현장에 동양 철학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가장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나라입니다. 한 마디로 동양도 알고 서양도 아는 융합적인 사고를 가진 나라라는 겁니다. 공자는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분법적 양자택일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을 동시에 포괄하는 양자 통합적 사고를 중시했습니다. 얼마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삼성부상의 역설’이라는 논문이 실렸는데 이 논문에서는 삼성의 성공을 일본식 경영시스템에 서구식 최선의 실천 지식을 혼합한 결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양은 서구화를 통해 공자도 이해하고 아리스토텔레스도 이해하는 통합적 정신구조를 갖추고 있는 셈이죠. 서구 학자들은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이 한 조직 내에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삼성은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스피디하고 다각화와 전문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삼성의 사례를 통해 서양과 동양의 경영시스템은 양립 불가능한 모순처럼 보이지만 통합이 가능한 양단일 뿐인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동양철학의 핵심은 바로 공자사상

동양학이 서양 중심의 마케팅에 접목되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제는 서양 것만 가르치고 배우면 위험합니다. 서양적인 가치로만 해결이 안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세상만사가 처음에는 기술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인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얄팍한 전문지식만으로는 당장의 눈 앞 이익에는 성공할 지 모르지만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를 돌이켜보면 동양이 서양보다 늘 앞섰습니다. 17세기 아담스미스 등 유럽 계몽주의 사상가도 모두 공자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GNP의 35%를 차지했었으니까요. 18세기 들어와서 과학 발달과 함께 역전됐을 뿐이죠. 동도서기(東道西器)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 조상들이 우리 고유의 제도와 사상인 도(道)를 지키되 근대 서구의 기술인 기(器)를 받아들이자는 뜻입니다. 서양의 과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으나 정신까지 버리면 안 된다는 얘기지요. 서양 정신철학을 보면 중세에는 종교에 귀속되고 근세는 과학에 귀속돼 사실상 철학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동양은 불교와 도교가 있습니다만 동양철학의 핵심은 바로 공자사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공자의 논어를 읽지 않아도 삶 속에 이미 공자의사상대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2500년전 공자철학이 현대 마케팅에도 접목되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논어에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여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하는 것’이란 뜻이죠. 당시는 자신이 좋아하는 지배자를 백성이 선택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백성들이 늘어나야 세금도 많이 걷고 그래야 그것으로 군대를 키워 강국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죠. 고객인 백성을 만족시키는 정치가 필요했던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고객을 잘 배려해 주면 고객이 입소문을 내서 또 다른 고객을 끌고 오는 것이죠. 당시 춘추전국시대 때는 군주들이 경합했기 때문에 유교가 발원했던 겁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대 마케팅에는 기술과 분석만 있을 뿐 ‘마음’이 없습니다. 게다가 모든 것을 분해하여 생각하는 경향 때문에 통합적 사고가 결여돼 있고요. 이런 한계점을 보완해 마케팅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는 동양적 사고의 접목이 시급합니다. 소비자심리라는 학문이 있지만 이 또한 인간의 마음과 뇌를 분석하는 심리학의 일부일 뿐입니다. 하지만 마케팅의 핵심은 제품이 아닌 소비자이고 소비자는 결국 감성을 가진 인간입니다. 때문에 ‘마음’을 얻지 못하는 마케팅은 오래 갈 수 없습니다. 공자사상의 핵심은 ‘인(仁)’으로 공자는 평생토록 인간관계에 관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만약 공자가 환생해 기업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컨설팅 한다면 아마 ‘진심(忠)과 정성(誠)으로 가치를 제공해 소비자와 동감(恕)하며 ‘마음’을 얻는 것, 더불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상황에 따라 중용적 관점(中)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마케팅 통찰’을 강조했을 겁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서양의 마케팅 이론서가 아니라 동양철학과 고전에서 이제 그 답을 찾아야 합니다."

충서중(忠恕中)으로 마케팅을 통찰하라

실질적으로 현대 마케팅 방법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요.

"마케팅에서는 전통적 투입요소로 4P(제품(Product), 가격(Price), 판매촉진(Production), 유통(Place))를 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실행할 때 마케터가 조작하거나 통제하는 요소들입니다. 4P의 문제점은 이들이 모두 물질적 요소이고 심적 요소가 간과돼 있다는 점입니다. 마케팅은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마케팅의 주요 수단 4P에는 소비자의 마음을 조작할 수 있는 요소가 부족합니다. 마케팅 현상을 비롯해 모든 현상은 물적 요소와 심적 요소가 각각 씨줄과 날줄로 교직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인데 4P에는 그런 요소가 없습니다." 

유교로 대표되는 공자사상이 고리타분한 박제된 사상으로 치부됐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한마디로 유학의 변질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자는 당시 야당기질이 있던 사람입니다. 변변한 벼슬도 못했고요. ‘백성을 하늘처럼 모시고 백성을 위해 정치하라’는  그의 가르침을 당시 전제군주 입장에서 보면 아마 그 자리에서는 좋은 말씀이라고 고개를 끄덕였을지 모르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 겁니다. 결국 발탁을 안 해주니까 공자가 주유천하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요. 당시 공자가 마치 전제군주를 옹호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실제와는 다릅니다. 실제로 논어의 일이관지(一以貫之,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것을 일관함)에는 ‘충효(忠孝)’가 아니라 ‘충서(忠恕)’로 돼 있습니다. 공자 사상을 충서로 이해할 때 현대적이고 보편성을 가집니다. 논어에 나오는 충(忠)자를 끝까지 한번 읽어 보세요. 군주에 대한 충이 있는지. 충이 굉장히 많이 나오지만 효자즉충(孝慈則忠) ‘효와 자는 진심에서 우러나온다’, 여인충(與人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라’, 위인모이불충호(爲人謀而不忠乎) ‘남을 위해 일을 도모하면서 진실(忠)하지 못한가’ 등등 백성들이 군주에게 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들어오면서 다 바꿔버린 것이죠.

그의 사상이 왜 우리나라에서 전제군주를 옹호하는 사상으로 변질 됐는가를 보면 유학의 왜곡사를 볼 수 있습니다. 유교가 국교가 되면서 공자 가르침의 전체 컨셉 중 일부분인 충효(忠孝)를 내세우면서 변질됐다고 봅니다. 한 나라의 국교로서 유교가 되면서 전제군주를 옹호하는 법가사상(法家思想)도 함께 들어오면서 통치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 것이죠. 결정적인 것은 주희와 주원장으로 내려오면서 더욱 체제옹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철학도 정치체제로 채택하면 체제 옹호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것이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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